2011 특별기획
Rabbit Syndrome전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를 꿈꾸어 왔다.
글 : 서호상(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2010. 12. 29 - 2011. 1. 9 대백프라자갤러리]
[대백프라자갤러리] 대구시 중구 대봉동 214 대백프라자10F T.053-420-8015
홈페이지로 가기 http://www,debecgallery.com
‘별주부’전에서 놀라운 기지로 위기를 탈출하는 토끼를 기억하는가? 동요 '산토끼'와 '반달'의 주인공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근래에는 여러 종류의 캐릭터 상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토끼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오랜 시간동안 문화 깊숙이 자리해온 존재로써 띠를 나타내는 12지지 중 4번째 지신이기도 하다. 옛사람들은 밤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아래에서 불로장생의 약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을 그리며, 토끼처럼 천년만년 평화롭게 풍요로운 세계에서 아무 근심걱정 없이 살고 싶은 이상세계를 꿈꾸어 왔다. 대개 토끼는 약하고 쫓기는 자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속담이나 전설 등을 살펴보면 지혜와 평화, 장수의 상징인 경우가 많다. 영 ·정조 시대에 만들어진 판소리 ‘수궁가(水宮歌)’로도 유명한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토끼는 지혜를 발휘해 위기를 탈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는 자만심에 빠진 토끼가 어리석은 모습으로 경주에서 역전을 당하기도 한다. 이렇게 토끼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의인화되어 인간을 풍자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많은 소설과 속담들에 등장하며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동물이다.
주성준-토끼만세전(萬歲傳)2010-2. 116.8x91.0cm(50F) acrylic on canvas
강지호_느림보 토끼 Slow Rabbit_152x152cm_Acrylic on Canvas
김대섭_Memory 91.0X45.5Oil on canvas 2010
김민수-토끼의 시간여행_45×53cm_혼합재료
정재용 - 2011eve 72.7x50cm Oil on Canvas 2010
조혜윤-utopia_162.2×130.3㎝_oil on canvas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는 2011년 신묘년 토끼해를 맞아 9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Rabbit Syndrome’전을 마련한다. 토끼를 다양하게 재해석한 작품들로 지혜와 장수의 상징인 토끼의 의미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주성준, 강상훈, 강지호, 박기훈, 조혜윤, 김민수, 김대섭, 정재용, 우병진으로 이들은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중견작가 주성준은 민화의 현대화를 통해 상징적 해석과 민족적 정서를 대변하면서도 전통적인 민화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계명대학교 서양화과와 국민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강지호는 거북의 껍질을 쓴 토끼와 달팽이처럼 변이한 다양한 토끼의 모습을 통해 각자의 트라우마 들을 안은 채 세상과 융화되어가는 현대사회의 모습들을 대변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홍익대학교 판화과를 졸업한 박기훈은 페르소나(persona)이론을 중심으로 인간의 내적 모습과 외형적 모습을 표현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토끼 인형의 가면은 사회에 적응하면서 형성 된 사회적 가면을 의미하는데 X-ray로 투과되어 보이는 인체의 뼈 형상을 통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은 자신의 속마음을 감춘 채 인형의 탈을 쓰고 사회 속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는 인간의 내적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강상훈은 ‘토끼해부’란 작품으로 의인화된 토끼의 모습을 일상의 스냅같은 장면 묘사로 설명하고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경기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조혜윤은 작품 속에 나타나는 소녀와 토끼를 통해 보들레르가 논한 물질과 정신, 선과 악의 이중적인 존재를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표현해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민수는 민화의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그 조형어법에 대해서도 재해석을 시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현대의 일상적 삶의 문맥 속에 그 조형적 가치를 환원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작가는 주로 붉은 색 바탕을 선호하는데, 이는 생명에 대한 찬미와 부귀 및 벽사의 상징성을 감안한 것이며, 또한 도상의 깊이와 신비감을 드러내는 데 있어 시각적인 선명함을 묘출하는 데도 일조를 하고 있다.
고금미술 선정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는 김대섭과 정재용은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 속에 토끼를 주제로 하여 토끼가 주는 현대적인 의미를 찾고자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계명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우병진은 마치 본연의 색을 버리고 패턴화된 색과 화면구성으로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기계적인 느낌, 디지털 이미지와 같은 느낌의 작품으로 마치 복제화된 모습의 낯선 감정을 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화, 서양화, 판화, 조각 등 다양한 장르 속에서 저마다 독특하고 개성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9명의 작가들이 펼쳐내는 다양한 토끼의 모습은 마치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다양한 모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