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는 주기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주기란 일종의 흐름으로 같은 현상이나 특징이 한 번 나타난 뒤 다시 되풀이되기까지의 기간을 의미합니다. 이른바 cycle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생체리듬과도 같다고 할 수 있겠죠. 아침에는 조금 비활동적이다가 낮부터 콘디션이 회복되고 저녁까지 왕성하게 일하다가 저녁이후 피곤해지면서 기운이 급격히 떨어지고 밤에는 쉬어야 하는 식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도 이 주기설을 토대로 바라보면 대체로 이해가 갑니다. 달도 차면 기울고 꽃도 피었다 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런 주기설에 입각해 지금 전세계 경제 상황이나 정치 외교 상황을 보면 현재 벌어지는 현상이 충분히 이해도 되고 짐작도 됩니다. 지금 세계는 침체기로 접어드는 양상입니다. 미국은 아직 상대적으로 활황국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침체기로 들어가기 직전 반짝 활기스러움 정도로 여겨집니다. 중국은 상당히 침체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등지도 그런 상황속에 놓이거나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얼마전 중국을 다녀온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사업차 중국을 자주 왕래하는 그였지만 요즘 중국의 분위기는 예전과 상당히 다르다고 합니다. 예전이라고 하면 아마도 코로나 이전을 말하는 듯 보였습니다. 당시에는 백화점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자국민들도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외국인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요. 중국이 침체국면에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실제로 부동산부터 증시 등 금융까지 편안한 구석이 별로 없습니다. 코로나때는 봉쇄일변도 이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코로나 이후에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다가 이제는 회복국면이 아니라 침체국면으로 깊게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습니다. 내수도 극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미래가 우려스럽고 불투명하니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이죠.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안그래도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수출과 수입이 줄어드는 국면에서 더욱 그런 상황을 심화시키는 것입니다.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등 가격이 폭락하니 앉은 자리에서 재산이 반토막나는 경험을 중국인 대부분이 체험하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내수 진작은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세계 4위 국가라는 독일은 중국의 수출입 부진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중국으로의 수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수출강국인 독일이 침체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수출이 부진하니 독일의 내수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독일뿐 아니라 프랑스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부진 일색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 수록 유럽의 농산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필수품 가격이 오르니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일본과 주변국가들도 비슷합니다. 한국의 물가는 지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무슨 과일값이 하늘 모르게 치솟고 있을까요. 지난해 과일이 흉작도 아닌데 말입니다.
전세계 경제 침체 분위기는 코로나때부터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 주기로 볼 때 침체기로 접어든 것이죠. 코로나가 종식되면 좀 나아지고 괜찮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미 분위기가 침체속으로 기운 흐름을 쉽게 회복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미국은 8달 뒤 대선으로 어떻게든 경제적인 측면에서 침체만은 막아보자고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글쎄요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요.
어째든 세계는 침체국면으로 이미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각국은 호황적인 경제 분위기에 젖어 소비가 미덕이었습니다. 흥청망청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코로나때는 유동성이 급격하게 풀려 그것이 부동산과 증시 폭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돈이 있으면 있는데로 없으면 꾸어서 마구 아파트 등 부동산 사재기에 열중했지요. 은행빚을 얻어서라도 영혼까지 팔아서라도 재산 증식에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의 큰 흐름에는 당할 수 없습니다. 1920년대 말 미국의 대공황은 바로 부동산과 증시에 미친 듯한 투기가 주요한 원인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경제의 흐름이 침체기로 접어드는데 사람들만 체감하지 못한채 대비를 제대로 안해 대공황을 맞은 것이죠. 조금만 제대로 판단하고 정신을 차렸으면 일시적인 침체기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을 인간의 일확천금의 그 무모한 공격성이 결국 세계 대공황의 비극을 빚었던 것입니다.
지금의 이런 현상을 두고 경험해보지 못한 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여러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전세계 주요국들이 대부분 큰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내놓고 이런 상황을 언급하지 않고 있을뿐입니다. 전세계적인 상황과 그 나라가 처한 현실속에 그런 요상한 상승국면이 생기면 이상한 것인데 그냥 주위의 달콤한 속삭임에 현혹돼 판단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개개인들은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일종의 자력갱생이지요. 마음속부터 내실과 내핍을 생각하면 됩니다. 내실이란 내부의 가치와 충실성이란 의미이고 내핍은 물자가 넉넉치 못해 어려운 것을 참고 견딘다는 의미이지요. 미리 마음속으로 내실과 내핍을 새겨놓는 것입니다. 그러면 엄청난 경제난의 파고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폭풍전야속 고요함에 젖어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애써 무시하면 그 뒤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더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2024년 2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