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노래- 전체 목록 보기
◈◈◈
「뭐하고 있는 거지? 다른 헌터들이 움직일 거다. 빨리 기척을 숨기고 그 방심한 마음을 다 잡아라.」
좀 전의 헌터로서의 강인한 눈동자와 말투. 그것을 떠올리며 노엘은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클라드의 등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약간은 장난을 좋아하지만 헌터로서 뛰어난 클라드. 순간적인 반응속도도, 적의 허를 찌르는 공격도, 모두 자신보다 위. 그렇게 그의 능력을 부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노엘은 그를 향해 약간은 부러운 듯한 표정을 했다.
‘나도 언젠가 헌터로서 강해지면……. 마음마저 강인해질 수 있을까? 전혀 망설이지 않고, 설사 추억속의 그 뱀파이어가 나타난 다해도 망설이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까?’
노엘의 얼굴에 약간의 그림자에 드리워졌다. 어릴 적 자신을 보고 약간은 슬퍼보이던 표정을 짓던, 누군가. 그 모습이 떠올라 그녀는 더더욱 어두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노엘은 무의식적으로 잠시 걸음을 멈췄다.
“어이, 이번 임무가 중요한 사실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뱀파이어를 사냥한다는 거, 뭐 그렇게 유쾌한 일이 아닌 건 알고 있다. 네가 이러고 있는 것도 그거지?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다. 사람들을 상처 입히는 그들을 어느 누군가는 처리해야한다. 그게 헌터가 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어리광은 용납 못한다. 이번이 끝이다. 잠자코 빨리 따라와라.”
무뚝뚝하게 그는 머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손에 든 총을 꽉 쥐었다. 그리고 우두커니 있는 노엘을 향해 한숨을 내쉬고는 이야기를 꺼냈다. 핵심을 꺼낸 그의 말에 노엘은 조금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는 그는 바로 뒤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 행동에 노엘은 약간은 정신을 차린 듯 빠른 발걸음으로 최대한 그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왜 하필 나냐? 젠장. 이번만큼은 정말 이해를 못하겠군. 왜 그런 명령이 떨어졌는지……. 간부 녀석들이 평소에도 꿍꿍이속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심중인 거야. 이런 명령이나 내리고…….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일개 2급 헌터니까……. 그 명령을 따르는 게 옳은 거겠지.’
속으로 뭔가를 떠올리며 그는 심정이 복잡한 듯 짜증 섞인 표정을 했다. 헌터협회가 그에게 무언가 명령을 내렸는데 그는 그것에 대해 불만인 듯싶었다. 아니,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더 옳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번에 협회가 그에게 내린 명령은 말이 안 되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헌터답게 그는 일절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뒤에 있는 노엘이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겉으로 그의 변화는 아주 미미했다.
‘으음. 이번 임무에 2급 헌터까지 투입되는 걸 보니 꽤나 센 뱀파이어가 나오거나 상당한 수가 나올 모양인가?’
반면,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그의 변화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노엘은 이번 임무에 대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혹시 자신이 방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과 임무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 조용한 노엘은 클라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몰랐다. 클라드는 노엘을, 마음을 굳힌 듯이 냉정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노엘이 고개를 숙이며 걷다가 정면을 쳐다보려고 고개를 든 순간, 바로 전과 같이 앞으로 고개를 돌리고 걸어갔다.
그리고 그 둘은 아까전과 같이 침묵에 쌓인 채로 기척을 최대한 감춘 채로 걸어 나갔다.
“도착이다.”
이윽고, 임무장소로 계속 발걸음을 옮기던 노엘은, 도착이라는 그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제와 같이 가로등만이 자리 잡은 어두운 풍경, 그리고 어제와 같은 도시사람들이 숙면을 취하는 밤이라는 시간 탓에, 낮과 다르게 서로 거리를 거닐면서 얘기를 없어 조용한 정적의 분위기. 어제, 이성을 잃은 뱀파이어가 나타났고 그를 처리한 장소.
‘이런……. 또 떠올라. 나를 바라보던 그 살기어린 눈동자.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던 강한 살기.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공포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거 같아.’
붉은 두 눈동자.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살기어린 두 눈동자. 그리고 그의 입가에 떠올라있던 피를 마실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기쁨의 비웃음.
어제의 그 일이 생각나 노엘은 손에 꽉 쥐고 있는 총을 더더욱 꽉 쥐었다. 그렇게 마치 그 일이 다시 일어날 것만 같은 불안함에 그녀의 손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이.”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에 흠칫 놀라며 노엘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눈앞엔 감정을 지운 채 평소 사냥을 할 때의 헌터의 표정을 한 클라드가 있었다. 그는 동요하고 있는 노엘을 보고 저쪽을 보라는 듯이 고개를 움직였다.
“아.”
거기엔 사냥준비를 끝마친 헌터들이 서있었다. 이번 임무가 중요한 임무인 만큼 그들의 수는 20여명 가량은 되어보였다. 하지만 노엘은 그들에게서 왠지 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무겁게 정적 속에 가라앉은 분위기. 맞은편에 서있는 낯익은 얼굴들의 사람들. 하지만 모든 감정을 지운 것 마냥 아무런 표정 없이 무기를 든 사람들. 이윽고 결정적으로 전혀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뱀파이어.
“뱀파이어는 어디 있는 거죠?”
뱀파이어 한 명 없는 그곳에서 무기를 든 헌터들을 향해 노엘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후, ‘철커덕’하는 소리와 함께 총부리가 노엘을 향해 겨누어졌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자신을 향해 그토록 가까웠던 이들이 무기를 겨누는 지, 왜 이런 행동을 취하는지.
“왜 이러시는 거예요?”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따지듯 그녀는, 노엘 카를리아는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 거기다가 그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녀의 곁에 있던 클라드라는 남자도 그녀에게 등을 보인 채 맞은편으로 걸어가 그녀의 앞에 섰다.
어이없는 상황에 더더욱 노엘은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머릿속으로는 이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지만 그녀 자신의 마음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싶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계산대로라면 그, 클라드는 이곳으로 자신을 유인하기위해 나타났고 그 임무에 대한 것은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 대해선 내가 설명해주지.”
그 상황을 설명하려는 듯 노엘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그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노엘을 향해 총을 겨누던 헌터들이 물러났다.
“아버지?”
자신의 코앞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노엘은 외쳤다.
크리스 카를리아. 자신의 아버지이자 헌터협회의 간부인 사람. 손에 명령장을 든 그를 보고 그녀는 헌터들의 행동에 대해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먼저 꺼내는 이야기에 노엘의 말문은 막혀버렸다.
“헌터협회 제 3급 헌터, 노엘 카를리아. 지난밤 있었던 임무에서 뱀파이어와 내통한 혐의를 들어 최고징벌인 사형에 처한다.”
명령장을 펼치고 그것을 눈으로 읽어 내려가며 들려오는 내용.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한 설명. 그것은 노엘을 더더욱 절망으로 이끌었다.
“어제 이 시각, 나타난 상급 뱀파이어를 어떤 뱀파이어가 처리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 근방 상급 뱀파이어의 기척을 눈치 채고 간 헌터1명이 보고했다. 그것만이라면 협회는 아무런 문제없이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그 뱀파이어는 너를 데리고 갔고 지금 너는 아무런 부상 없이 집에 도착했다. 그 뱀파이어와 내통해 우리 협회의 정보를 빼돌리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지. 그래서 간부 회의에서 협의 끝에 결정했다.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보이는 너를 처벌하기로.”
자신을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를 노엘은 믿기지 않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자신을 믿어달라는 눈을 하고 있는 노엘을 크리스 카를리아는 믿지 않았다.
“어……어째서……. 날 믿어주지 않는 거예요? 아버지.”
자신을 믿지 않는 아버지에게 노엘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하지만 그 호소를 무참히 무너뜨리기라도 하듯이 크리스 카를리아는 뒤에 서있는 헌터들을 향해 손짓했다. 자신의 딸, 노엘 카를리아를 향해 총을 겨누라고.
안녕하세요~!
언제나 같은 요일에 찾아오는 -피의 노래- 은빛카린입니다.
이번 화는 좀 급전개입니다. 다음화에 누가 나올 지는 대충 예상이 가시죠?
언제나 제 소설에 덧글 달아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모든 불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림을 못 그려 우연히 소설을 쓰게 되고 이렇게까지 소설을 열렬히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입니다.
ps. 그럼 언제나처럼 소설을 읽고 오타나 지적할 사항있으시면 해주시고 감상
평부탁드릴께요.
첫댓글 오는구나.
응?
네, 그 xx콤께서 오십니다.
잘 읽었습니다. 와... 노엘, 어떻게 되는건가요.
다음 화는 매번 똑같이 일요일날 올라옵니다.
저기서 이제 카인이 짜잔 나타나며 노엘을 구해주는거로구나!! 이상하게도 다른 소설들보다 카린님의 소설이 제일 이해가 잘 된다는...<<
뭐 전 독자들이 이해하도록 쉽게 쓰도록 하니까요. 그 덕분에 안 좋은 점도 있을 수도 있지만... 본인 뇌 자체가 단순뇌구조라서요...-_-;;
삭제된 댓글 입니다.
끄덕끄덕...
노엘 아버지에게서도 살기가 느껴집니다.. ;; 아마도 다음편엔 카인이 나타나겠죠..?!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
저기 짧은 설명에서처럼 이래봐도 헌터협회의 간부니까요... 이름이 나오는 등장인물 중에도 등장이 짧은 편이기도 하지요...
어머나 카인이 나타나는군녀 어머나.
뭐 그렇죠...제가 끔찍히 아끼는 우리 카인.
개인적으로 제소설 카인도 맘에듭니다만, 카린님소설의 카인도 맘에든답니다. 카인들은 어쩔수없이 멋있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난 걸까요 ..[개인적으로 트리니티 블러드 과거 카인도 좋습니다만]
제가 한참전에 카인이라는 이름을 짓고 요즘에 들어 트리니티 블러드를 보니 거기도 카인이 나오더군요...-ㄱ-;; 그 카인같은 성격의 존재 제 소설에도 등장예정입니다.
아버지가 딸을 배..신..<응?
...나쁜 아버지... 2분이나 계십니다... 제 소설에...
왠지 다음편에, 또다른 극반전으로 인해 카인이 오기전에 노엘이 막 버서크상태가 되서 모두를 죽일것같다고 생각이 .... 들지만, 그럴리는 절대없다고 생각하고 ... ... ;
...으음...그랬다가는 카인이 그거 보고 충격먹겠습니다...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