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에 도착하니 11시 였다. 애들이 나온다고 한 시간은 1시간. 1시간이나 기다릴 생각에 막막한데 갑자기 뒷쪽에서 지연이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
렸다. "진희 언니야! 유성이 오빠야! 민욱이 오빠야! 와~ 다나왔네!!" 놀란 윤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서 진희의 모습이 보였다. 귀엽게 생긴 얼굴에,
짧은 커트머리에 빨간 머리가 어울리는 여자가 다가왔다. 여자 뒤엔 2명의 남자가 있었다. 이들이 바로 윤호의 제일 친햇던 친구들. 최유성. 짧은 스
포츠 머리에 날카로운 눈, 잘생긴 얼굴과 잘 다져진 몸, 그리고 김민욱. 동그란 눈과 긴 머리에 가르마를 타고 훤한 인물. 셋다 정말 미남 미녀였다.
윤호는 반가운듯, 달려가 진희를 껴안았다. 진희도 어색하지 않게 껴안았고 뒤에 유성이 윤호의 머리를 치며 말했다.
"떨어져라 이 자식아! 니는 남의 애인 한테 안기고 그러나!" 모두가 웃었고 윤호는 멋쩍은듯 머리를 긁적이면 떨어졌다. 진희는 벌써 눈물이 가득했다
. 진희는 지연이를 안고 누굴 찾으러 간다며 갔다. 윤호는 유성과 민욱 차례대로 악수하며 반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야 이자식들아! 잘 있었나? 그런데. 왜이렇게 일찍 나왔노?"
"아 그게 진희 저 가스나가 누구 만난다고 그라길래... 그냐 일찍왔다. 니 이렇게 만날줄 몰랐다." 하며 민욱이 말했다.
"서울은 살만하나? 돈 좀 벌었나?" 하며 유성이가 말했다.
"살기 참말로 힘든거 알았다. 작년에 왓을때 연락안해가지고 미안해서 죽는줄 알았다. 그건 그렇고 진희 이 가스나는 어디갔노?" 하며 윤호는 주위
를 둘러보며 말했다.
"야~ 니 서울놈 다 됬네? 사투리 팍 죽어뿟네?!" 하며 유성이가 웃으며 말하자 모두가 웃었다.
"오빠야~" 하며 지연이가 와서 민욱이의 품에 안겼다.
"이야~ 지연이 많이 컸네! 잘 지넸나? 오빠야 보고싶더나?" 하며 민욱이가 지연이를 높이 안아들었다.
"응! 오빠야도 지연이 많이 보고싶었나? 오빠야 내 없을때 다른 여자 생긴거 아니제?" 하며 지연이 애교스럽게 묻자 모두들 웃기 시작했다.
"윤호야!" 하는 소리에 윤호가 뒤를 돌아보니 진희가 큰 가방을 하나 들고 오고 있었다. 진희 뒤에는 아까 윤호가 기차에서 차 시간을 물었던 여자가
있었다. 여자가 윤호를 보더니 또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진희를 봤다.
"진희야. 이분이 네가 말한 분이야?" 하고 진희에게 여자는 물었다.
"어.. 왜 아나?" 하고 진희가 물었다.
"아니 아까 기차 탈때 같이 앉았던 분이시죠?" 하고 진희의 대답을 무시하고 윤호에게 물었다.
"아... 예 맞습니다." 하며 윤호는 대답했다.
"야! 인사해라. 우리 사촌이다. 윤희다. 윤희. 우리 작은 아버지 딸. 우리랑 동갑이다." 하며 진희가 말을 했다. "윤희랑은 쟈들은 본적 있고, 니랑은 처
음일끼다."
"안녕하세요 최윤희입니다." 하고 악수를 청하자 윤호는 얼굴이 빨개져 악수 했다.
"예.. 어? 다 희자 돌림입니까?" 하며 윤호가 묻자, "하하하 이새끼 여자들한테는 예리하네!" 하며 민욱이 말했다. 지연이는 민욱에게 안겨있다가 민욱
의 머리를 탁하고 치며 말했다. "우리 오빠야 한테 새끼가 뭐고? 오빠야 그라모 내가 싫어할끼다!" 하고 말했다. 모두가 웃었고 각자 짐을 챙겨들고
부산역에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민욱은 아르바이트가 있다고 먼저 가고, 윤호는 진희네서 묵기로 결정했다. 진희네 집에 들어서자 40대 중반 정도 되어보이는 아주머니가 달려오더
니 윤호의 손을 잡고 울기 시작했다.
"아.. 아줌마! 잘 지네셨지요? 와 그라십니까. 울지 마이소" 하며 반가운듯 윤호는 아주머니를 잡고 말했다.
"엄마! 윤호 오랜만에 왔는데 와이카노! 윤희도 있는데 이러지 마라!" 하고 진희가 어머니를 보고 말했다.
"숙모! 잘 지넸죠?" 하며 윤희도 거들었고, 지연이도 웃으며 진희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꺼억~ 꺼억... 윤호... 니가 그렇게 가서.. 내가 몇일동안 잠도 못자고... 잘 지넸나? 전화는 해야지 이놈의 자슥아!" 하며 진희 어머니는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진희 어머니가 눈물을 그치는데는 10분 정도 지난후였고 진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음... 내랑 우리 신랑은 오늘 포항에 어머니댁에 갔다올테니까 윤희랑 지연이랑 안방 쓰고 윤호 니는 저기 손님방에서 자그라. 아마도 니 왔으니까
민욱이랑 유성이도 올꺼 아니까 그냥 거기서 놀아라. 내 지금 나가봐야 되니까 윤호야 연락 하그라 알았제? 지연아 니는 미희하고 놀고, 오빠야 하고
언니야들 방해하면 안된다. 오랜만에 만났으니까네... 자, 아나" 하며 5만원을 지연이 손에 지어주셨다.
"아줌마예~ 안됩니더! 오빠한테 혼납니더!" 하며 지은이는 정색하며 돌려주려 했다.
"아이다. 내가 해줄거는 없고. 느그들 이거 얼마 안되지만 내일 산에 갈때 뭐좀 사가지고 가라 알았제?" 하며 아줌마는 쥐여줬다.
"지연아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라." 하며 윤호가 짧게 말하자 미안한 얼굴로 지연이가 쪼르르 달려가 가방안에 넣었다.
"아줌마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지가 커.. 아니 노력해서 벌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하며 윤호가 말했다.
"아이다 그럼 내 신랑한테 혼나기 전에 간다~ 잘 있어라!' 하며 문을 나섰다. 지연은 오랜만에 본 진희 동생 미희방에 들어가서 같이 뭘 노는지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윤호와 진희 그리고 윤희는 진희 방에 들어가 앉았다.
"그래, 지연이는 잘 적응하나? 쟈 와 이리 철 들었노? 나이에 안맞게?" 하며 진희가 윤호에게 물었다.
"살다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내... 요즘 미치겠다.. 쟈 때문에... 너무 미안하고..."
"그런소리 마라! 니같은 오빠가 오데있노? 하여간에..." 하며 진희가 말 꼬리를 잘랐다.
"너희들 너무한다.. 나도 손님인거 잊었어?" 하며 윤희가 눈을 흘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 미안.. 그건 그렇고 느그들 있다가 저녁에 유성이 아버지 가게에 가자! 윤호 니 생일 파티 준비했다!" 하며 진희가 말했다.
"하하하 진짜로? 하하하 고맙네... 그런데 지연이는?" 하며 윤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데리고 가야지. 오빠야 생일인데!" 하고 시원스럽게 진희가 말했다.
"그런데 윤호 넌 서울 어디에 살어?" 하고 윤희가 물었다
"어? 나.. 응.. 니 ㅇㅇ동 달동네 알나?"
"아! 거기? 진짜 거기살어?" 하고 놀란듯이 윤희가 물었다
"어... 니 아나?"
"아니 달동네는 모르는데... 거기 혹시 ㅇㅇ아파트 있지? 나 거기살어!"
"어? 진짜로? 우리 바로 그 단지 뒷쪽에 있다! 못봤나?"
"아.. 거기? 아 알어 알어!"
"하하하 느그들 가까운데 살면서 한번도 못봤나?" 하고 진희가 말했다.
"야~ 우리 자주 자주 만나자! 알았지?" 하고 윤희가 말하자 윤호가 얼굴이 어두워 지더니 "자주는 모르겠고... 가끔씩 우리집에 놀러 온나. 달동네지만
... 그래도 살만하다." 하고 말했다. 어색한 분위기를 업시키려고 진희가 "야! 시간됬다! 얼른 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미희야 지연아 옷입고 나온나! 윤
호 오빠 생일 파티하러 간다!" 하며 옷을 입고 등을 떠밀다시피 해서 집을 나섰다.
부산대 앞 자그마한 불빛이 꺼진 맥주집에서 남자 4명 과 여자 2명이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더니 윤호와 다른 사람들이 들어
오자 불이 켜지더니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손폭죽을 터트리고 말했다. "윤호야! 생일축하한다!" 윤호의 얼굴이 붉게 물들더니 이내 눈물을 흘렸
다.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니 모두 모여들어 그의 어깨를 두르리며 한마디씩 했다.
"야야! 윤호가 우네~ 울지마라~"
"오빠야! 울지마라~"
"윤호 이자식아 생일 축하한다!" 하자 윤호가 고개를 들더니 눈물을 머금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 4명은 유성, 민욱 그리고 권효민, 그리고 추영호
, 모두 윤호의 불알친구들이었고, 여자들은 박선영, 그리고 김미연, 이들도 초등학교때부터 친한 친구들이었다. 미연이도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윤호야... 니 많이 힘들었구나... 니 우는거 처음본다.."
"아이다... 그냥 너무 반가워서.. 그렇다..." 하고 윤호가 말했다.
유성이 뭔가를 가방에서 끄집어내 윤호앞에 내밀었다. 그건 선물이었다. 포장이 예쁘게 되어있고 그 위에 카드한장있었다.
"오! 이게 뭔데? 느그들이 준비했다?" 하며 장난스럽게 윤호가 받았다.
"내가 선물 전에 카드를 큰소리로 읽을게..." 하며 윤호가 카드를 열었다.
- 윤호에게...
잘 지넸나? 보고싶었다... 너희 엄마 돌아가시고 니가 떠난뒤에, 어머니 무덤에는 우리가 자주 갔었다. 항상 너와 우리를 챙겨주시고, 자그마한 분식
점을 혼자 운영하시며 강하디 강한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구나...
여기까지 읽은 뒤에 윤호는 더이상 목이메여 읽을수가 없었다. 유성이 카드를 들더니 읽기 시작했다.
- 항상 옆에 있던 네 모습이 2년동안이나 사라지고 볼수 없었단게 우리한텐 너무 힘들었다. 항상 웃으며 긍적적이였던 네가 잘 하고 있을지... 혹시 힘
들지 않을지... 그래 돌아왔구나.. 오늘 우리 즐겁게 놀아보자... 너의 18번째 생일을 정말 축하한다! 항상 보고싶어했던 너의 친구들, 미연, 유성, 진희,
민욱, 효민, 선영, 영호가....
윤호가 우는곳에 진희가 다가가 말했다.
"야! 선물이나 풀어라!"
윤호가 웃으며 일어나더니 선물을 풀었다. 핸드폰이었다. 놀란눈으로 윤호가 다른 애들을 쳐다봤다.
"걱정말고 써라. 이거 우리 아버지가 돈 내시겠다고 했다. 알았제? 부담갖지 말고 느그 어머니한테 항상 고맙다고 그랬다! 핸드폰은 우리가 돈 모아
서 산거니까. 내가 오늘 갔던 아르바이트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오늘 월급 받았거든!" 하며 민욱이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 느그들... 진짜 고맙다... 그래! 오늘은 신나게 놀자! 지연이도 먹고싶은거 다 무라~ 오빠가 쏠게!" 하고 윤호가 말했다
"웃기는 소리하지마라! 니가 무슨돈이 있다고 그러노. 느그 어무이 한테 내가 얼마나 많이 빛을 졌는데. 내가 쏜다! 먹고싶은거 무라!" 하고 하는 말하
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유성이 아버지였다.
모두가 꿈만같던 시간들이 지나고 윤호와 지연, 윤희, 미희, 그리고 진희는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미희와 지연이 같이 자고 윤희와 진희 가 한
방에 들어갔다. 윤호는 혼자 거실에 앉아 받은 선물을 뜯어보았다. 이미 열린 흔적이 남아있어 의아하게 생각을 하고 박스를 여니 부품들 위에 편지
한장이 있었다. 윤호는 편지를 조심스레 들고 읽기 시작했다.
-윤호에게...
네가 나한테 전화를 했을때, 더 말하고 싶었지만 네가 돈이 없다고 하길래 생각해서 애들에게서 돈을 모아 사자고 제안했어. 하루만에 모든걸 하느
라 피곤했지만, 그래도 너랑 지연이에게 이 핸드폰은 자그마한 힘이 되길 바란다. 기억나니? 진석이 죽었던날... 그래... 네 어머니 기일 바로 다음날
이었지? 작년에 너 왔었을때 못갔다고 그랬지? 이번엔 가자. 우리 모두가 말이야. 네가 전화 해서 음악하냐고 물었을때에 얼마나 네가 힘겹게 물어
봤는지 다 알고 있어. 이 핸드폰 번호는 019-XXX-XXXX 고, 안에 나랑 미연이 선영이 효민이 영호 민욱이 유성이 번호가 다 입력되어 있어. 항상 행복하
고 잘 지네라! 진
희가-
윤호는 이 글을 읽고 핸드폰을 켰다. 꽤 비싸보이는 핸드폰을 켰다. -띠디딕- 하는 소리와 함께 256컬러가 있는 시작화면, 그리고 그 다음은 '힘내 윤
호' 라고 적혀 있는 글귀 뒤로 배경화면은 윤호가 예전에 모두와 함꼐 찍었던 사진이 있었다. 윤호는 씨익 웃고 진희가 자고 있는 방에 노크를 했다.
-똑똑
"누고?" 하고 진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다 윤호. 자나?" 하고 윤호가 물었다.
"아니.. 와?"
"어.. 우리 잠깐 얘기좀 하자. 나올래?"
"니가 들어온나! 이게 누구보고 오라가라카노!"
"아니. 그게 우리 둘이 할 얘기라서 그런다 아이가..."
"아... 그렇나? 그라모 잠깐만 기다리라. 요 앞에 24시 마트 있재? 거기 먼저 나가 있어라. 금방 옷갈아입고 갈께..."
"알았다. 먼저 갈께 퍼뜩 온나..." 하고 윤호는 소파위에 있는 잠바를 들고 나갔다. 방안에서 윤희가 진희에게 말했다
"뭐야.. 나 왕따시키는거야?"
"아.. 아이다. 금방 올게. 점마가 내 오랜만에 봐서 그런거다."
"흥이다! 나 먼저 잘꺼야."
"그래 먼저자라. 금방올게." 하고 진희도 잠바를 걸치고 나갔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윤호의 한쪽손엔 핸드폰을 꼭쥐고 다른손엔 자판기 커피 두개를 들고 있었다. 진희가 나오는걸 보자 진희에게 다가가 윤호는
커피 하나를 건넸다. 진희가 받아들고 말했다.
"어.. 고맙데이. 어디서 말할까? 저기 공원있는데 절로 갈까?"
"어 그러자." 하고 윤호가 앞장섰다. 공원에 도착한 두사람은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진희가 담배를 하나 꺼내서 불을 붙히려고 라이터를 켜자
윤호가 담배를 빼앗아 멀리 던졌다.
"와이카노! 내 담배피는거 하루이틀이가?" 하고 진희가 사납게 물었다.
"담배 피지마라..." 하고 윤호가 힘없이 말하자 진희가 이상하다는듯 쳐다봤다.
"내가 언제 니한테 거짓말 한적 있었나?" 하고 윤호가 물었다.
"아니. 근데 니 와이카는데?"
"내말 들어라. 내 얼마 안 있으면... 우리 지연이 혼자두고 어디 가야된다..."
"어디? 군대? 니 면제잖아. 니 부모님 안계시니까 면제 대상아이가?"
"아니.. 군대 말고... 니 비밀 하나 지킬수있나?"
"비밀? 야가 와이카노? 참나! 알았다 지킬게! 됬나?"
"아니... 심각한거다..."
"야! 니 몽정했을때 내한테 말했제? 내가 지금까지 누구한테 말한적 있었나?' 갑자기 당황했는지 윤호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다.
"아.. 하... 아니.."
"봐라! 내 믿어도 된다! 아무한테도 말 안할게..." 하고 진희가 윤호 어깨에 손을 올렸다.
"친구 좋다는게 뭔데? 말해봐라 이 누나가 다 들어줄게~" 하고 진희가 위엄 있게 말했다. 그런 진희를 보더니 윤호가 씨익 웄었다.
"그래 말할게... 대신에 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된다... 있잖아... 얼마전에 내 병원에 간적 있었다..."
"그런데?" 하고 진희가 묻자,
"이 가스나야! 말좀 끊지 마라!"
"아 알았다 미안하다 말해라!" 하고 진희가 말했다.
"있잖아 내보고... 일년 정도 밖에 못산다 카드라..." 하고 윤호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뭐.. .뭐라고? 야! 농담이라도 그런소리 하지마라!" 하고 어색함을 지우려고 진희가 윤호에게 말했다.
"미안하다... 농담 아이다... 진짜다... 있잖아. 그래서 내 요새 돈 모으는데 눈 앞이 캄캄했는데... 내사마 그냥 지연이랑 같아 콱 죽어삐까 하고
했는데..." 하고 윤호는 말을 흐렸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진희는 벌써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우리 아부지라는 사람이 내 오기 전날 턱 하고 나타난기라... 그래... 우선은 내가 데릴수 있을때까지 지연이 데리고 있다가... 그라고 아부
라는 사람을 좀더 자세히 보고, 지연이를 맡기고.. 그라고..."
철썩. 진희가 어느새 일어나 윤호 얼굴을 갈겼다.
"니... 니... 왜 이리 됬노? 느그 엄마가 그렇게 키웠나? 니... 그라면 안된다... 니... 죽으면 안된다!"하고 고함을 빽 질렀다. 맞은곳을 어루만지며 진희의
말을 들은척도 안하고 윤호는 말을 이었다.
"요즘은 자는 시간도 아깝다.. 지연이 돌보기에도 바쁜시간인데..." 하고 말을하다 윤호는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진희는 믿을수 없다는 표정
으로 귀를 틀어막고 혼잣말을 계속했다.
"아이다. 이건 꿈이다... 꿈... 윤호 니가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봤는데... 니가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아는데... 지연이한테 부모보다 더 소중한데.. 니
죽으면.. 어떻게 하노... 진석이도... 다른 아들도..." 하며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이 두 남녀의 울음소리를 벗삼아 밤은 점점더 저물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