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과 독립공연예술 : 새로운 담론을 위하여
연구노트 ③
독립공연예술의 노동구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생산구조, 노동구조, 그리고 공동체의 형성
문제의식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기존 공연예술의 노동 개념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노동은 개인의 직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독립공연예술에서 노동은 단순한 직무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생산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구조이다.
독립공연예술에서는 창작과 제작, 운영과 기획, 행정과 홍보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 연출가는 창작자이면서 제작자이고, 배우는 공연자이면서 운영자이며, 극단 대표는 행정가이면서 예술가이다. 이러한 노동의 중첩은 개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독립공연예술이 가진 생산구조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누가 어떤 일을 하는가'라는 직무 중심의 관점이 아니라, '어떤 생산구조가 이러한 노동을 만들어 내는가'라는 구조적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1. 노동은 생산구조를 따라 형성된다.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동을 바라보는 기존의 관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노동을 개인이 수행하는 직무나 역할로 이해한다. 배우는 연기하고, 연출가는 연출하며, 기획자는 공연을 기획하고, 행정은 예산과 회계를 담당한다. 이러한 역할 구분은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며, 문화예술 정책 역시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되어 있다. 지원사업은 참여자의 역할을 구분하고, 직무에 따라 인건비를 산정하며, 사업 종료 후에는 수행한 업무를 증빙하도록 요구한다. 노동은 곧 직무이며, 직무는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노동관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해는 과연 노동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일까.
직무는 노동의 형태일 수는 있지만, 노동이 왜 그러한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까지 설명하지는 못한다. 배우가 연기를 하고, 연출가가 연출을 하는 것은 노동의 결과이지 노동의 원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직무는 노동을 조직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 노동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조건은 아니다.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조금 바꾸어야 한다.
왜 어떤 사회에서는 노동이 세분화되고, 어떤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아니라 생산방식을 살펴보아야 한다.
노동은 언제나 생산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생산하는가에 따라 노동의 형태도 함께 결정된다. 대량생산 체계에서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이 세분화되고 분업화된다. 반대로 소규모 생산체계에서는 한 사람이 생산의 여러 과정을 함께 담당하게 된다. 다시 말해 노동은 개인의 능력 이전에 생산구조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직된다.
독립공연예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독립공연예술에서 연출가는 연출만 하지 않는다. 작품을 기획하고, 예산을 마련하며, 공연장을 관리하고, 홍보를 진행하고, 관객을 만나며, 때로는 무대를 설치하고 철수하는 일까지 함께한다. 배우 역시 연기만 수행하지 않는다. 홍보물을 배포하고, 관객과 대화하며, 공연장을 정리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극단 대표는 창작자이면서 제작자이고, 행정가이면서 운영자이다.
이러한 모습은 흔히 '다기능 노동'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현상에 대한 묘사일 뿐,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독립공연예술에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도, 인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그것은 독립공연예술의 생산구조가 그러한 노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떤 일을 하는가'보다 '어떤 생산구조가 이러한 노동을 만들어 내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노동은 개인에게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구조 속에서 조직되고 형성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더 이상 직무의 목록이 아니다. 그것은 생산구조가 만들어내는 노동의 구조, 다시 말해 노동구조이다.
2. 생산구조는 노동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1장에서 우리는 노동이 개인의 직무나 역할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구조 속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생산구조는 왜 노동을 조직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구조를 단순한 생산 방식이 아니라, 노동을 조직하는 원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산은 언제나 일정한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 어떤 생산수단을 사용할 것인가, 누가 생산에 참여하는가, 생산 과정은 어떻게 조직되는가, 생산된 결과는 어떻게 순환하는가에 따라 노동의 형태는 달라진다. 즉, 생산구조는 단순히 생산을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라, 노동이 조직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사회적 원리이다.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체계는 이를 잘 보여준다.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과정은 세분화되고, 노동은 각각의 직무로 분리된다. 노동자는 전체 생산과정이 아니라 자신에게 맡겨진 일부만 수행한다. 생산구조가 분업을 요구하기 때문에 노동 역시 분업의 형태로 조직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점을 보여준다. 노동은 스스로 조직되지 않는다. 노동은 언제나 생산구조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직된다.
독립공연예술도 예외는 아니다.
독립공연예술의 생산구조는 대규모 자본과 분업 체계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창작자는 생산수단을 확보하고, 작품을 기획하며, 제작과 운영을 함께 수행한다. 공연장은 단순한 공연 공간이 아니라 창작과 연구, 교육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생산 기반이며, 하나의 작품은 다음 작품을 위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간다.
이러한 생산구조에서는 노동 역시 직무별로 분리될 수 없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이 필요하고, 기획을 위해서는 공간이 유지되어야 하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영이 필요하다. 운영은 다시 관객과의 관계를 요구하고, 관객과의 관계는 다음 창작의 기반이 된다. 각각의 노동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가능하게 하는 관계 속에서 조직된다.
따라서 독립공연예술에서 연출가가 기획을 하고, 배우가 홍보를 하며, 극단 대표가 행정을 담당하는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다. 그것은 인력이 부족해서 생긴 임시방편도 아니다. 독립공연예술의 생산구조가 노동을 그러한 방식으로 조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노동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노동은 개인의 직무를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다. 그러나 독립공연예술에서는 노동을 개별 직무의 집합으로 설명할 수 없다. 오히려 생산구조가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는가를 살펴볼 때 비로소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생산구조는 노동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조직된 노동의 형태를 우리는 노동구조라고 부를 수 있다.
3. 노동구조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생산구조는 노동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생산구조에 의해 조직된 노동은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을까.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을 직무별로 나누어 보면 연출, 연기, 기획, 홍보, 행정, 기술 등 다양한 역할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분류는 노동의 외형을 설명할 뿐, 노동구조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노동구조는 누가 어떤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그 노동이 무엇을 유지하고 무엇을 생산하는가를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크게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는 작품을 생산하는 노동이다.
창작, 연습, 공연, 기술, 디자인 등은 모두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한 노동이다. 대부분의 문화예술 정책과 지원사업은 이 노동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공연이 제작되고 발표되는 과정은 가장 가시적인 노동이며, 성과 역시 작품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둘째는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노동이다.
공연장을 유지하고, 단원을 모집하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재정을 관리하고, 장비를 보수하며, 교육과 훈련을 지속하는 일은 새로운 작품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지만 작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만든다. 이러한 노동이 중단되면 개별 작품은 만들어질 수 있어도 지속적인 창작은 불가능하다.
셋째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노동이다.
창작자는 함께 훈련하고, 토론하며, 신뢰를 쌓고, 새로운 예술가를 맞이한다. 관객과의 대화, 지역사회와의 협력, 다른 예술단체와의 연대 역시 이러한 노동에 포함된다. 이 노동은 공연 한 편의 성과로 환산되지 않지만 독립공연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형성한다.
이 세 가지 노동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을 만드는 노동은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노동에 의존하고,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노동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노동 위에서 가능해진다. 반대로 공동체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다시 강화된다. 각각의 노동은 하나의 순환구조 속에서 서로를 지탱한다.
따라서 독립공연예술의 노동구조는 다양한 직무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작품을 생산하고, 생산구조를 유지하며,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노동이 하나의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체계이다.
4. 노동구조는 공동체를 조직하고, 공동체는 생산구조를 유지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생산구조는 노동을 조직한다. 그리고 그 조직된 노동은 독립공연예술만의 노동구조를 형성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논의는 끝나지 않는다. 노동구조는 단지 작품을 생산하는 데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반복적인 협업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한다. 함께 연습하고, 함께 공연하며, 함께 공간을 운영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은 단순한 역할 수행을 넘어 하나의 관계를 만들어 간다. 이 관계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지며, 다음 창작을 위한 신뢰와 경험으로 축적된다.
이렇게 형성된 관계를 우리는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서 공동체는 친목이나 소속감을 의미하지 않는다. 공동체는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 조직된 사회적 관계이며, 독립공연예술의 생산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독립공연예술에서는 작품이 끝난다고 생산이 끝나지 않는다. 공연장은 계속 운영되어야 하고, 창작자는 다시 만나야 하며, 새로운 창작자는 공동체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관객과의 관계도 이어져야 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공동체가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결국 공동체는 노동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노동의 조건이 된다.
이 점에서 독립공연예술의 생산은 직선적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다. 생산수단은 생산구조를 만들고, 생산구조는 노동을 조직하며, 노동은 공동체를 조직한다. 그리고 공동체는 다시 생산구조를 유지하고 발전시킨다. 생산구조는 공동체를 통해 지속되고, 공동체는 다시 새로운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독립공연예술은 하나의 작품을 생산하는 체계가 아니라, 생산구조를 스스로 재생산하는 순환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순환구조 속에서 작품은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생산의 출발점이 된다. 노동은 공동체를 만들고, 공동체는 다시 생산구조를 유지하며, 생산구조는 새로운 노동을 조직한다. 독립공연예술은 바로 이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지속된다.
맺음말
독립공연예술의 노동은 단순한 직무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생산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노동의 구조이며, 작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생산구조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독립공연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동을 개별 역할이 아니라 구조와 관계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노동구조는 생산구조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 관계이며, 그 관계는 다시 독립공연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