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헛물을 키다(?)
온갖 노력에도 막판에 계약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공을
들였건만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적이 있지는 않은지….
이처럼 다 된 줄만 알았던 일이
애쓴 보람도 없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완전히 혼자 헛물만 키고
있었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는 ‘켜다’와 ‘키다’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잘못으로 “헛물만 켜고 있었어”와
같이 써야 바르다.
이외에도 “형광등을 키다/라이터를
키다”에서와 같이 불을 붙이거나
전자제품을 작동하게 만드는 일을
가리킬 때도 ‘키다’ 대신 ‘켜다’를
써야 한다.
“바이올린을 키다”에서처럼
현악기를 다루는 일을 일컬을 때,
또는 “기지개를 키다”에서와 같이
팔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펴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에도 ‘키다’가
아니라 ‘켜다’를 사용해야 한다.
‘키다’는 발음상 편하기도 하고,
‘켜다’의 방언으로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기 때문에 잘못
쓰기 쉽다.
그러나 ‘키다’는 ‘갈증이 나서 물을
자주 마시게 되다’는 의미를 지닌
단어 ‘켜이다’의 준말로,
“오늘 왜 이렇게 물이 킬까”
“짠 음식을 먹었더니 물이 자꾸
킨다”와 같이 쓰인다.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