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G@rion【갤로퍼 동호회】 원문보기 글쓴이: [전라]빛고을백마
7월 29일
드디어 휴가를 내어 작심하고 본격적으로 방음작업에 나섰다
휴가동안에 부품대리점에도 다녀오고 혹 작업하다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바로
사러 갈 수가 있기 때문이다
방진매트 이외에 그간 구입한 방음재료를 한아름 안고 골목어귀에 자릴 잡았다
햇빛을 막아 주는 곳이 없지만 다른 차량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곳이어서
종일 작업을 할 요량으로 자릴 폈다
우선 하다가 남은 문짝 세개에 방진매트를 붙이는 것부터 시작했다
운전석 뒷문부터 시작했는데 이건 또 앞문과 다르다?
앞문보다 더 깊숙이 손을 넣어야 할 곳이 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조각을 내어 구석진 부분부터 붙여 나갔다
[ 신슐레이터 - 한쪽면에 접착력이 있는 섬유재질의 흡음재료 ]
[ 발포고무 흡음재 ]
아무리 머릴 써봐도 5조각은 넘어야 붙이기 용이했다
겹쳐 붙일 부분까지 계산해서 자르고 붙이고를 여러번 하고서야 문 한짝의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덥기는 한데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동네슈퍼 주인아저씨가 께끼 하나 들고 왔다
“이러다가 카센타 차리겠네~!” 자기 차 봐주라는 소리나 안했으면 좋겠다
집에서 현관문 수리나 개집 만드는 일이나 별 차이가 없다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차를 손대는 일은 세차 이외에는 겁나 무서워한다
잘모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카센타나 정비소 같은 편리하게 수입을 나눠 가지는
곳이 많아서다
이건 어째서 바꿔야 하고 또 이것은 언제쯤이면 갈아야 하고 등등...
우리가 뭘 아는게 있어야지..!
나도 십여년 전부터 한군데의 정비소에 아예 맡겨놓고 다녔었다
처음엔 이것저것 설명해주면 그런갑다 하고 처분만 바라고 지냈다
최근 차에 대한 지식이 쌓여 가면서 무의미하게 교체되거나 덤터기를 쓰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떠올랐다
바퀴나사가 부러져도 바꿀 때가 되어서 그렇다 하고, 자기들이 작업하다가 고장 낸
윈도펌프와 파워스티어링 연결부분 그리고 엔진오일탱크 밑의 나사도 잘못 돌려서
바스라진 것까지 모두 내게 청구된 사실이 그렇다
물론, 가까운 곳이어서 얼른 나가서 대처 방법을 물어 보기도 하고 가끔 생기는
펑크정도는 공짜로 해주는 서비스에 적잖이 길이 들여지긴 했던 것이다
하여간 이럴땐 “아는 게 병이다”
“모르는게 약” 일때는 나중에 돌아오는 것이라도 있을 때 얘기인데 이건 알고나니
내 돈내고 바보되는 꼴이었다
직접 DIY하게 된 동기중의 하나가 바로 이점이다
아직까지는 호기심이 생기는 것에 대한 탐구욕이 사라지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내친 김에 차를 싹 뒤집어 까보고 싶었으나 가장 큰 어려운 점이 리프트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하부에서의 작업은 정비소에서 하고 위쪽에 눈으로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 작업해도 제법 많은 일거리가 된다
다행히 내 차는 좋은 옛친구 덕분에 언더코팅이 두께만도 3t가 넘어서 칠을 해놓은
부분은 지금까지도 거의 그대로이다
문짝에 방진매트를 붙이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다 지났다
20년간 이곳에 살면서 인사말만 하던 ‘흰구름 머무는동’네사람들 구경났다
내가 몇주일째 땀을 바가지로 써가면서 꼼꼼히 작업하는 꼬락서니는 좀체 구경하기
힘든 광경이긴 하겠다
7월 30일
마음은 급한데 여기저기 집안일로 다녀오다 보니 벌써 점심때다
첫 작업으로 운전석 의자를 들어냈다
신차 이후로 처음 뜯겨보는 이 녀석이 이빨을 안뽑히려고 안간힘이다
바닥쪽으로부터 녹이 슬어 꽉 물린 볼트를 푸니라고 애먹었다
나사머리가 돌아간 뒤에야 WD-40의 위력도 제대로 나타나는 것이어서 힘꽤나 썼다
바닥매트를 젖히고 두터운 섬유질 매트를 들어보니 바로 바닥철판이 보인다
언더코팅과는 별개로 안으로 스며든 수분 때문에 녹슨 부분이 마음을 영~ 거시기
하게 만든다
[ 기존 방음재를 헤치고 보니 부분적으로 녹슨 자국이 보인다 ]
이왕 방음에 매달린 것이라 내부로 잡음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중앙의 기어박스 안쪽의
고무주름 케이스도 구입해서 교체했지만 소음이 크게 줄어 들지는 않았다
그래서 중앙부분 전체를 방진매트와 흡음매트를 붙이고 내연성 솜뭉치를 깔고 났더니
엄청나게 조용해졌다
[ 녹슨 부위에 방청도료를 바르고 방진매트를 붙인 모습 ]
[ 중앙부분까지 흡음매트를 부착한 모습 ]
7월 31일
어제는 조수석까지 작업하기엔 부족한 오후나절이었다
비오는 날 아내가 발밑이 축축하게 물이 고였다고 한 적이 있었지만 그냥 묵살한 부분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도어스텝(자주 밟히는 곳의 차체를 보호하고 아래 배선이 지나가게 해둔 플라스틱)을
고정하는 나사가 녹이 슬어 헛도는데 그걸 힘들여 빼내니 구멍을 통하여 땅바닥이 보인다
이미 나사의 밑부분은 녹이나서 철판과 따로 놀고 있는 것이었다
썽썽한 것 외에는 그냥 위쪽으로 뽑아버렸다
나사고정용 플라스틱핀이 끼워져 나온다
어차피 아래를 손봐야 할 지경이니깐 미련없이 탈거하고 좌석을 떼어내고 어제와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도어스텝을 따라 바닥매트까지 녹물이 들었는데 WD-40이 효자 노릇했다
듬뿍 뿌리고 마른걸레로 문지르니 신기하게 잘 지워진다
방진매트같이 한쪽이 접착제가 발라져 있는 신슐레이터도 위쪽이나 중앙쪽으로 구석마다
손끝을 고생시킨다
도어스텝을 조립할 때, 우선 녹슨 부분에는 방청도료를 바르고 커다란 와셔를 끼워 놓고서
방진매트로 덮어 두었다
아래쪽도 같은 방식으로 하고 나사 대신 머리 큰 볼트로 적당한 힘을 주면서 조였다
그리고나서 언더코팅 스프레이를 두텁게 뿌렸다
이 언더코팅은 아스팔트를 뿌리는 스프레이인데 다른데로 튀거나 날아가 붙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잘 지워지지도 않는 끈끈함 때문에 특히 유리창같은 곳으로 날아가면 왕노가다 감이다
그러나 비싼 값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유용하게 쓰임새가 많다
그 자체가 방진방음방청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단, 냄새가 오래가기 때문에 차내로 들어오는 쪽으로는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2열 뒷좌석의 바닥방음은 다음으로 미루고 화물칸으로 작업준비를 했다
그동안 안에 별걸 다 싣고 다녔다
차에 필요한 잡다한 도구들로부터 여름인데도 빼놓지 않은 쇠사슬체인이며 잘못 산
배터리충전용 코드, 그 외 배드민턴 라켓도 있고 신발도 두켤레나 있었다
또 휴대용 가스렌지랑 심지어 비상용 숯과 코펠까지 한 살림이었다
필요이상의 ‘유비무환’ 정신이 몸에 베인것 같아서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화물칸 바닥공사는 비교적 수월할 줄 알았다
바닥이라 평평하고 기존매트만 들추어 내면 되겠지 라고..
인터넷 뒤져서 알아 낸 정보로는 오만구석 모두 다 상세히 설명을 안해준다
아니 못해준다.. 뻔한 노가다인데 요령부득이요 시간낚시질이다
즉, 해봐야 속을 안다는 뜻이다
옆에서 경험자가 코치라도 해주고 요령있게 잡아 주기도 하면 오죽 좋겠는가
9인승이라 양쪽에 세로로 의자가 있다
뒷부분 테두리를 새로 달때는 그 부분만 녹이 슬었는지 알았는데 바닥도 역시
군데군데 녹이 슬어가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매트가 적셔지는 일이 있으면 꼭 빼내서 말려야겠다고..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집에서 버렸는지 아이들용 놀이방매트가 아내 눈에 띄어서 가져왔는데
마침 찢긴 부분도 깔고 난 여분쪽이라 흡음매트를 대신하기로 했다
의자를 탈거하려는데 녹슬지 않은 나사가 없다시피 해서 시간을 쏟아 부었다
2열 뒷좌석은 앞으로 접어지는 터이라 공간이 탁 틔였다
최대한 맨바닥이 다 보이도록 젖히고 청소하고 녹슨 부분을 스프레이로 감췄다
부수적인 일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뒷좌석 온풍팬의 먼지가 보이니 뜯어내어 청소를 안할 도리가 없다..내 성격에..
방청용 스프레이는 여름철이라 10분이면 바싹 마른다
방진매트는 살짝 녹이 난 부분정도는 자신의 접착력만으로도 잘 붙어 준다
여기라고 힘들지 않은 부분이 있으랴.. 바퀴 윗부분이다..
이 부분은 둥글게 되어 있어서 붙여놓고 자르고 하면서 처리하는데 꽤 어렵다
그만큼 방진매트가 두터운 것이다(2.5mm)
은박지면이 온통 하얗게 도배가 되고서야 잠시 쉴 생각을 가졌다
재생활용에 탁월한 재주가 있는 아내 덕분에 얻은 놀이방매트는 두께가 자그마치
20mm나 되어 보였지만 성의를 봐서 깔기로 했다
화사한 무늬들은 어차피 깔개에 묻힐 것이라 대충 넉넉하게 가위질로 맞춰갔다
방진매트위 가운데 쪽으로부터 스프레이 접착제를 뿌려가며 앉은 채로 체중을 실어
꾹꾹 눌러가며 붙여갔다
바퀴 위의 카버와 깔개를 덮고나니 이제 다했다는 안도감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냥 일이 이대로 끝나면 오죽 좋겠는가!
높이가 기존보다 10mm이상 올라갔으니 생각지 못한데서 고생을 시킨다
바로 의자를 제자리로 탈착하려는데 아래 부분의 나사는 구멍을 넉넉히 내놔서
문제가 안되는데 옆에 고정시킬 나사구멍과는 아주 작은 높이 차이로 안들어간다
어찌어찌 몸부림을 치면서 한쪽은 겨우 채웠는데 반대쪽은 위치가 더 높아서
도저히 맞출 수가 없었다
바닥과 바퀴 윗부분에 조인 볼트를 다 풀어내고 예전같이 내려서 맞추어야 하지만
그쪽 바닥이 녹이 심해서 그 부분을 보강한 바람에 본래 높이로 돌아가긴 어렵다
다음에 어느 정도 자연히 내려가면 다시 채우기로 하고 장비를 챙겼다
종일 일하고도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것 같아서 영 찜찜했다
8월 1일
최근 체중도 줄어든데다 뜨거운 여름날에 날마다 쉬지않고 불굴의 의지를 보이며
생전 안하던 짓을 하는 내가 애처로운지 이제 그만하란다
그만하라고 그만 할 사람이간디...
본넷에 붙일 방진매트는 따로 아껴놨다
두 조각으로 나뉘어 붙이고 손끝에 힘을 주어 꾹꾹 눌러서 접착력을 강화시켰다
새로운 일을 하나씩 할 때마다 문제를 내놓는다
물걸레질로 닦았음에도 자체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지는 것이다
다시 뜯어보니 이유를 알겠다
7년 전쯤에 엔진룸을 방음한다고 맡겼는데 기계적인 부분만 빼놓고는 온통 코팅칠만
불어 놓았을 뿐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방음처리와는 거리가 사뭇 멀었던 것이다
당시엔 언더코팅제를 뿌려 놓는 것만으로도 방음효과가 대단하다고 선전하는 덫에
걸려 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충동구매현상이나 다를 바 없다
그때 처리한 방음효과는 아주 미미했다.. 비싸게 줬는데 돈만 날린 셈이다
[ 시공업체에 엔진룸 방음 맡긴 결과 언더코팅만 온통 뿌려놓은 상태 ]
현재 내가 하고있는 방음의 목표는 15만원으로 10dB 줄이기다..!
이 정도로 소음을 낮추는 방음효과를 보려고 외부에 맡기면 보통 100만원쯤 써야한다
재료가 좋은 것이라는등 천장도 해야 제대로라는등 이것저것 보태면 금액은 예상보다
2배 이상은 훌쩍 넘긴다
천장엠보싱도 도어트림까지 포함해서 직접하면 고급레자로도 20만원쯤인데 맡기면
최하 50만원이상 달라한다
우리가 요즘 재료비보다도 공임이 더 무섭게 비싼 시대에 산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면, 당시 본넷 윗부분에다가 코팅을 칠했는데 걸레질만으로는
될 수 없는게 매트의 접착력은 좋으나 붙은 후에는 그 코팅칠이 매트의 무게를
못이겨 부서져 내리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방법은 코팅을 벅벅 문질러 벗기고 그 위에 새로 코팅스프레이를 해서 굳은 다음에
붙여야 한다
방열매트를 붙이고 기존의 방열판을 붙이려는데 한층이 더 두터워진 바람에 눌러
끼우는 핀이 자꾸 빠진다
일단 가능한대로 붙여놓고 다음에 부품대리점에서 적당한 핀을 사서 교체해야겠다
모든 것을 정상운행 상태로 원위치 시킨 뒤 시동키를 돌렸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로 실내가 조용해졌다
눈이 크게 떠지고 입이 벌어지면서 귓바퀴까지 쫑긋거린다
예를 들면 오디오볼륨도 평소 20이상으로 올리고 들어야 했는데 지금은 15정도로도
명료도뿐만 아니라 중저음을 살리는 충실도까지 만족스럽다
이런 맛으로 내손으로 이루어 낸 성취감에 빠지면서 새로운 원동력을 얻어가며 살아
가는게 아닐까 한다
[ 방음후기 및 2dB 더 줄이기 ]
항상 아쉬움은 남는 것이라던가
모르면 넘어 갈일을 알고나서야 안하고는 못베긴다
방음처리를 내가 할 수 있는 곳이 한군데 더 있었다
일반적인 방음은 엔진격벽만 코팅하고 그 위로 두터운 방음재를 덮는 방식이다
그 엔진룸 격벽과 실내사이로 카울이란 제법 큰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와이퍼모터에 의해 와이퍼가 작동하기도 하는 공간이다
다른 방음처리를 끝내고 카울까지 시공을 맡겨서 방음하면 더 이상 할 곳이 없다
카울내부를 방음처리를 하려면 부근에 장착된 배선과 진공라인등을 모두 철거하고
나면 차량 조립시와 같은 꼴이 된다.. 이른바 차갈비가 보이는 것이다
거기에 코팅을 두텁게 해야하니 시공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고 자연히 비용이
상승하게 되어서 보통 거기까지는 안한다
그러나 내 차의 엔진룸에서 나는 소리가 장난이 아닌 특성상 그 진동과 소음이
격벽을 뚫고 카울을 통해 안으로 전달된다
와이퍼모터를 탈거하고 안쪽의 와이퍼 작동부분이 방해를 받지 않도록 방진매트를
붙이고 구석엔 내연솜으로 채워 두었다
결과는 2dB 이상 감소!!!
수치상으로는 작은 감소율로 보이지만 체감소음은 훨씬 줄어듦을 느끼게 된다
방음을 시작하기 전의 공회전시에 67dB를 왔다갔다 하던 소음이 지금 54dB 정도로
감소했다
덕분에 기어변속도 한 타임 늦춰졌고 4단으로도 조용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적은 금액의 투자로 가장 큰 행복감을 맛본 경우였다
[ 와이퍼모터 부분을 탈거하고 카울 안쪽에 방음작업 ]
모든 방음처리를 하고 난 후 해남 대흥사에 다녀왔다
비오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시속 100Km를 넘나드는 길을 달리면서 아내와 조용히 담소를
나누면서 오갔다
예전에는 그 정도의 속도로 달리면 목소리 톤을 올려야 대화가 가능할 정도였으니
방음하느라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공치사에 내 숨소리가 한결 가뿐했다
[ 공회전시의 데시벨미터 수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