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 알아보기
서울공대지
2017 Autumn No. 106
박지웅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성형외과
1. 피부암의 종류
피부는 신체의 보호 벽일 뿐 아니라 복잡한 해부학적 및 생리학적 기능을 하는 신체 중 가장 큰 기관이며, 이러한 피부에 여러 가지 질병과 종양이 생기기 마련이다.
피부암(skin
cancer)은 피부에 발생한 악성 종양을 총칭하는 용어로, '원발성’ 피부암과 ‘전이성’ 피부암으로 분류되나, 통상적으로 좁은 의미의 피부암은 원발성 피부암만을 의미한다.
피부암 양상은 사람마다 다르며,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부위별로 피부암 발생 및 분화에 관여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그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원발성 피부암은 크게 비흑색종 피부암(non-melanocytic skin cancer)과 악성 흑색종(malignant melanoma)의 두 가지로 분류한다. 비흑색종 피부암에는 피부암 중 가장 흔한 기저세포암(basal cell carcinoma)과 다음으로 흔한 편평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이 포함되며, 이들은 대부분 국소적으로만 침윤하고 타 장기로 잘 전이되지 않아 비교적 양호한 경과를 보인다.
이에 반해, 악성 흑색종은 비흑색종 피부암과는 달리, 침윤과 전이가 흔하므로, 조기에 진단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악성 흑색종은 일반적으로 말단흑색점 흑색종, 표재확산 흑색종, 악성흑색점 흑색종, 결절 흑생종의 네 아형으로 나누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손발에 발생하는 말단흑색점 흑색종이 가장 흔한 형태로 60% 정도를 차지한다.
(그림 1) 다양한 악성흑생종 악성흑색점흑색종(상좌),
얕은확산흑색점(상우),
결절흑색종(하좌),
말단흑색점흑색종(하우) 례
이 외에, 혈관육종, 융기성 피부섬유육종, 유방 외파젯병, 피부부속 기암 등 드문 피부암들도 있다.
피부암전구증(precancerous lesion)에는 광선각화증, 보웬병. 비소각화증 등이 포함되는데, 이들 자체는 침습적인 피부암이 아니지만, 향후 시간이 지나면 피부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피부암 '전구증’이라고 부른다. 피부암으로 진행할 확률은 광선각화증은 8%, 보웬병은 3~5%로 알려져 있으며, 피부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있는 만큼, 반드시 치료받을 필요가 있다.
2. 유병율
2009년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의하면 2007년에 우리나라에서 피부암은 연 평균 2,889건 발생하여 전체 암의 1.8%였고, 인구 10만 명 당 새로운 환자가 발생한 건수는 5.9건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대별로 60대 이상이 70.5%로 대부분이 노인에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전체 피부암 중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악성흑색종 각각이 차지하는 비율은 기저세포암이 가장 흔하여 30~40% 이상을 차지하며, 편평세포암이 다음으로 흔하여 20~30%를 차지하였다. 그 다음으로 흔한 악성흑색종은 10~20%를 차지한다.
3. 원인
대부분의 피부암 및 암전구증의 발생에 자외선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각 암종별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있다.
기저세포암의 경우, 자외선에 간헐적으로 짧게 과다하게 노출되는 것이 직업적으로 장기간 노출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방사선노출 및 면역 억제 시에도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편평세포암은 발생 위험도가 자외선 노출량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며, 만성궤양, 화상 흉터, 만성골수염의 농루, 비소 섭취. 방사선 및 발암성단화수소에의 노출, 장기간 열 노출,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면역 억제, 눈피부백색증 및 색소피부건조증 등 자외선에 의한 손상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는 일부 유전피부질환 등에서도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그림
2) 안면부에 발생한 기저세포암(좌), 편평상피암(우) 례.
악성흑색종은 일반적으로 강한 자외선 조사 시에 발생 위험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말단흑색점흑색종의 경우 자외선이 특별히 원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으며, 아직까지 뚜렷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림 3) 악성흑색종의 침습 깊이에 따른 조직학적 분류; Clark 분류법, Breslow 분류법
피부암 전구증 중, 광선각화증은 장기간의 자외선 노출이 원인이며, 보웬병은 자외선, 비소, 전리방사선에의 노출, 면역 억제, 사람유두종바이러스 감염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4. 증상
피부암은 어떤 종류이든 기본적으로 반점으로 시작하여 점점 크기가 커져 종괴로 진행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기저세포암은 대부분 얼굴에 발생하며, 종괴의 경계가 둥글게 말려 있는 형태가 특징적이라 '설치류 궤양, 즉 쥐가 파먹은 것 같은 모양의 궤양’으로 불리며,우리나라 사람에서는 갈색의 색깔을 띠는 색소성 기저세포암이 흔하다.
편평세포암은 만성 일광손상부 및 만성궤양, 화상 흉터, 만성골수염 농루 등의 전구 병변에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병변 자체도 궤양과 흉터를 동반한 공격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악성흑색종 중 우리나라에서 흔한 말단흑색점흑색종은 손발톱에 크기가 점점 증가하는 흑갈색판으로 나타난다. 빠른 속도로 병변의 크기가 증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오랜 기간 크기가 비슷한 상태로 유지되다가 수년이 경과한 후에 크기가 증가하기 시작하기도 한다.
피부암전구증 중, 광선각화증은 얼굴을 비롯한 일광노출부에 발생하며 인설을 동반한 편평한 붉은 반으로 나타나는데, 일부에서는 피부가 뿔의 형태로 솟아오르기도 한다.
보웬병 역시 인설을 동반한 붉은 판으로 나타나며 습진과 유사하게 보여 습진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종종 있으나, 습진과는 달리 지속적으로 크기가 증가하고 도포제 등의 치료로도 없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5. 진단 및 검사
발생 부위와 형태, 병력으로 의심은 할 수 있으나, 확진을 위해서는 피부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암의 종류에 따라 정확한 진단을 위하여 추가적인 면역화학염색 및 분자생물학적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며, 최근에는 피부조직검사와 함께 추가적인 정밀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피부확대경의 사용이 늘어가고 있다.
비흑색종 피부암의 경우 타 장기로의 전이가 드물기 때문에, 전신 전이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모든 환자분들에서 시행하지는 않는다. 단, 편평세포암 중 전이의 고위험인자를 가진 경우(에를 들어 입술이나 귀에 발생한 경우, 2cm 이상의 큰 크기, 4mm 이상의 깊은 침윤, 전이 위험이 높은 조직학적 아형, 재발한 병변, 면억 억제 상태 등) 에는PET검사 등으로 전신 전이 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반면, 악성흑색종의 경우에는 전이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반드시 전신 장기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며, 결과에 따라 혈액종양내과 등에서 적절한 전신 치료를 받아야 한다.
6. 치료
모든 피부암의 전통적인 일차 치료법은 수술적 제거이다. 수술 시에는 육안적으로 정상인 경계부 조직까지 상당 부분 포함하여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암세포의 확산까지 안전하게 광역절제 해야 한다, 암 제거 후 피부 결손이 발생한 부분에는 국소피판술 및 피부이식술 등으로 피부를 재건해준다.
(그림 4) 콧등의 기저세포암(좌)에 대해 광역절제술 후 이엽국소피판수술(중, 우) 시행 례
이외에도, 표재성기저세포암 및 피부암전구증의 치료에 광선치료제, 이미퀴모드라는 국소면역조절제를 사용하기도 하며, 질환의 상태에 따라 냉동치료, 전기소작술과 같은 국소파괴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다. 악성 흑색종의 경우는 피부 병변을 수술적으로 제거한 다음. 병이 진행한 정도에 따라 전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할 수 있다.
7. 경과 및 합병증
비흑색종피부암 및 피부암전구증은 대부분 국소적으로만 침윤하므로, 충분한 경계를 포함하여 잘 제거된 경우 대부분 재발 없이 좋은 경과를 보인다. 악성흑색종은 전이의 위험이 높고 공격적인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술 및 국소파괴술 후에는 흉터, 감염, 신경 손상 등이 합병증으로 발생할 수 있으나, 철저한 시술 후 관리로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8. 예방 및 조기발견
자외선이 피부암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므로, 평소에 자외선차단제, 양산, 모자, 의복 등을 이용하여 자외선 차단을 잘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해수욕과 같이 장시간 강한 일광에 노출되는 경우에는 가능하면 긴 팔 의복과 챙이 큰 모자를 이용하여 자외선을 차단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노출되는 부위에는 2시간 이내의 간격으로 방수가 되는 자외선차단제를 반복 도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피부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은 내부 장기에 발생하는 악성종양과는 달리 직접 눈에 띄게 되므로 조기에 발견하기가 비교적 쉽고 적절하게 치료하면 예후가 양호하긴 하나, 일반적으로 다른 장기의 암종에 비해 관심이 소홀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는 수가 허다하다.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노인에서 흔한 피부암의 발생 역시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생을 통한 장기간의 자외선 노출이 피부암을 유발하는 것이므로, 젊은 시절부터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포함한 자외선 차단의 노력을 습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피부에 새로운 점이나 종기가 발생한 경우 의심되는 병변을 발견하는 즉시 빨리 전문의를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