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건축을 놓고 계속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며 오래 기도했는데, 놀랍게도 학교 설립 후원금을 약속 받았다. 아프리카 대륙에 복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되리라는 확신과 신학교 설립이 현실로 이루어지기 시작한다는 기대로 가슴이 부풀었다.
그런데 우리는 신학교로 사용할 건물을 치를 돈이 없었다. 남편은 나에게 돈을 빌려오라고 했다. “순복음교회에서 먼저 1억을 헌금했고 나머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네.
차액은 우리가 한국에서 빌려다가 우선 신학교 건물을 구입하면, 교회에서 꼭 갚아준다고 약속했으니 한국에서 1억 정도 빌려와요.”
“아니, 1억이 누구네 애들 이름이에요?
어디 가서 그 돈을 빌려요? 난 안 가요!”
그렇게 버티고 있는데 남편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하고 싶은 걸 못 하니 생병이 났나?’ 싶어서 아무 대책 없이 한국에 나왔다.
빌릴 데가 없으니 동생에게 갔다.
“어떻게 왔어?”
“응… 그게….”
내가 돈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는데 동생이 사업이 안 돼서 힘들다는 얘기를 꺼냈다. ‘돈 얘기하면 큰일 나겠구나. 돈 빌리러 온 게 보이나?’
동생 집에서 그냥 나오는데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며칠 후 셋째 시누이를 만났다.
“언니, 너무 힘들지?”
“응, 오빠가 돈을 빌려오라는데 어디서 빌려야 할지 큰일 났네. 고모가 좀 빌려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돈이 어디 있어.
그보다 우리 시골에 가는데 우리 집에 와서 좀 쉬어.”
“응. 나 거기 가서 기도 좀 밤새 할게.”
밤에 잠도 안 자고 기도를 했다.
‘하나님, 나를 왜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세요. 내가 무슨 죄가 그렇게 많다고 사람들이 날 보면 돈 달라고 할까 봐 막 피하게 하세요?
나는 이제 아프리카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갈 데도 없으니 어쩌면 좋아요? 맨손으로 어떻게 가요?’ 막 울다가 회개를 했다.
‘하나님, 제가 잘못했어요.
빈손으로 그냥 가라고 하시면 그냥 돌아갈게요.’
그때 하나님이 이런 마음을 주셨다.
‘네가 너무 똑똑해서 네 계획을 너무 철저하게 짜놔서 네 마음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구나. 네 계획대로 해라.’
‘하나님, 제가 잘못했어요.
그런데 이대로는 못 가요. 돈 주세요.’
기도하다 울다 너무 외로워서 남편에게 전화했다. 실은 “여보, 나를 위해서 기도해줘. 너무 힘들어”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내 입에서 엉뚱한 말이 나왔다.
“여보, 그 건물 계약해도 되겠어요.”
“일이 잘되고 있어?”
“응, 잘 돼.”
“할렐루야!”
남편이 몹시 기뻐했다.
난 다른 말은 하지도 못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정신이 정말 이상해졌구나. 집에도 못 가겠구나. 돈도 안 되었는데 이런 말을 왜 한 거지? 내가 미쳤지, 미쳤어.’
기가 막혀서 눈물도 안 나왔다.
통화를 마치고 간신히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여기저기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사모님, 한국 나오셨는데 왜 연락을 안 하세요?” “오늘 교회 어디로 가세요? 안 정하셨으면 우리 교회 오세요.” “우리 교회는 주일 저녁 예배에 오세요.”
하나님께서 역사하셔서 교회들로부터 초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겪은 이야기들과 신학교를 준비하는 과정들을 나누었다. 어느 교회에서 간증을 마치고 교회에서 잡아준 숙소로 갔다. 쉬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전도사 부부였다.
“선교사님, 간증을 듣고 저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찾아왔습니다.” 그러면서 결혼반지를 내민일도 있었다. 그러다, 유기상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서광교회로 금요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런데 문을 열어주는 사모님의 얼굴이 밝아 보이지 않고 내가 왜 왔는지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같이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교회에 소송이 걸려서 공탁금도 걸어야 하고 많이 어려운 상황인 것을 알게 되었다.
사모님의 하소연을 들으며 가슴이 답답했다. ‘하나님, 왜 저를 이런 상황에 있는 교회에 오게 하셨나요?오늘 이 교회에서는 돈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도록 제 입술을 붙잡아주세요.’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고 강대상에 올라갔는데 내 입에서는 다른 얘기가 흘러나왔다.
“제가 여기 올라오기 전에 지금 교회 사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아무리 힘들어도 오늘 저녁에 아프리카에 주머니를 열면 그 날짜(공탁금을 걸어야 할 날짜)가 되기 전에 해결이 될 줄 믿으세요. 아프리카에 마음을 모아주세요.”
이렇게 말하고 내려오며 생각했다.
‘아이고, 내가 가는 데마다 일을 저지르는구나.’
예배 후에 한 여자 전도사님이 찾아왔다.
남편을 먼저 천국에 보내고 혼자 두 딸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사실은 제가 오늘 선교사님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오늘은 감동을 좀 안 받게 해달라고요.
제가 아무것도 없는 걸 아시니까 무슨 얘길 듣더라도 감동 안 받게 해달라고요. 그런데 도저히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없었네요.”
그러면서 적금 들어놓은 걸 해약했다며 200만 원을 주었다. 그렇게 받은 귀한 헌금들이 놀랍게도 1억 원가량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큰일을 계획하시고 우리를 기도로 준비시키시고 마음의 결정을 내리도록 인도하신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 하나님, 살리시든지 데려가든지 하세요!, 박상원, 김종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