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마을 특강 - 이성숙 작가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어른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특강이 열리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3시다. 좋은 날씨에 도서관을 가기에는 억울한 시간이다. 오늘은 특히 기운이 빠지는 한여름날의 나른한 오후다. 오늘 특강은 소설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의 작가 강연이다. 책은 도서관에서 이미 대출되고 없고, 무슨 내용인지 추측해 볼 만한 정보도 없다. 사랑이야기 인가? 솔직히 별 기대 없이 자리에 앉았다.
이성숙 작가의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는 4명의 청소년들이 자살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자존감이 땅에 떨어진 아이, 수술을 거듭하는 아픈 친구,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인 아이 트랜스 젠더인 친구, 4명의 청소년들이 땅끝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몸으로 체득해가면서 성숙해가는 이야기 이다.
작가는 몇 해 전부터 부쩍 자살이 많아진 우리 사회를 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죽음을 소재로 했지만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 소설을 쓰게 된 배경 이자 동기라고 밝힌다.
작가는 청소년들이 인생을 결과보다도 과정으로 보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경쟁 위주의 사회 속에 살면서 아이들에게도 결과와 경쟁을 강요한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다양성을 열어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지 않은가.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철학을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당부였다.
이어서 이성숙 작가는 참가자들에게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보자고 제안했다. 작가의 강연을 듣기만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작가가 내민 숙제를 하게 되다니. 모두 진지하게 앉아서 ‘내가 사는 이유’와 ‘나의 버킷 리스트’를 썼다. 그리고 차례로 자신이 작성한 버킷리스트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특강에 온 가장 귀하신 몸 - 다른 청소년들이 주로 학원에 갈 때 인문학 강좌에 온 청소년들-인 청소년들의 버킷 리스트에는 ‘하루 종일 놀아보기, 학교에서 딱 한번만 반항하기, 수업시간에 낮잠 자기, 가족들이 나만 빼고(왜?^^) 1박 2일 놀러가기......’등이 있다.
어른들이 눈을 딱 감고 아이들을 놓아주면 쉽게 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콧끝이 찡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고 싶다는 40대의 아줌마, 좋은 책을 딱 100건 내0고 싶다는 출판사 사장님, 동굴의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바꾸고 싶다는 동굴 관계자 등 각자의 꿈과 사연도 갖가지다.
웃음과 박수 속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른한 오후가 다 지나갔다. 마치고 나니 축쳐진 몸에 생기가 오른다. 갑자기 작가로부터 자신의 이야기와 꿈을 건네받은 우리 모두 좋은 선물을 받은 직후 같다. 생의 기운이 충만해진 푸른 오후였다.
첫댓글 재미있는 느티나무 도서관 <동굴> 게시판에서 퍼왔답니다. 프레니라는 분이 작성했군요.
방일권 대표님 얼굴이 보이는군요^^ 느티나무 도서관에 두번 가보고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다음엔 꼭!!
<우리는 땅끝으로 간다> 읽고 싶어지네요. '인생은 결과보다는 과정' 완전공감. 정말 아늑하고 아름다워보입니다. 버킷리스트 작성하기 우리 학급에서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것이 있는 줄은........ 벌써부터 감동이 밀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