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5일 새벽 5시 경기 수원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체육대학 앞 광장. 쌀쌀한 새벽 공기 속에 50여명의 신입생들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지각한 신입생들이 헐레벌떡 뛰어와 속속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은 모두 줄을 맞춰 건물 안으로 이동했다. 10여분이 흐르자 건물 안에서는 “안녕하십니까!”라는 고함소리가 들렸다.
체육대학 건물 안에 있는 태권도장, 검도장, 탁구장 등에서 태권도학과, 스포츠지도학과, 골프경영학과 등 과별로 ‘신입생 예절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태권도장에서는 일렬로 10명씩 어깨동무를 한 60여명의 신입생들이 “개념을”, “잡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남녀 구분도 없었다.
선배들이 상소리와 함께 “동작이 굼뜨다”고 다그쳤다. 엎드려 뻗치기는 기본이었고 어깨동무한 채로 머리박기, 쪼그려뛰기, 앞·뒤로 취침 등이 반복됐다. 얼차려의 종류가 바뀔 때마다 선배들은 선배에 대한 공손한 태도와 인사할 때의 목소리, 허리 숙이는 각도 등을 강조했다.
허리를 90도로 꺾어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학과 08학번 ○○○입니다”를 외치는 연습은 얼차려 중간에도 수시로 계속됐다.
같은 시각 검도장에서는 다른 과 신입생 20여명이 마루바닥에 깍지를 끼고 엎드린 채 힘겨워 하고 있었다. 서있던 10여명은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인사연습을 세 차례씩 반복했다. 목이 쉰 한 여학생은 큰 소리를 내느라 몸을 비틀며 힘겨워했다. 탁구장 등 다른 곳에서도 같은 형식의 교육이 진행됐다.
아침 6시10분께. 50여명의 신입생들이 체육대학 건물을 나섰다. 기자가 다가가자 주눅든 표정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치며 90도로 인사를 했다. 20분쯤 뒤 또다른 60여명의 신입생들이 줄을 맞춰 달려나와 교정을 한바퀴 돈 뒤 해산했다.
태권도장에서는 얼차려가 1시간30분을 넘겨 계속되고 있었다. 머리박기를 반복하는 남·여 학생들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속옷이 드러난 채 비틀거렸다. 선배들은 욕설과 함께 ‘한강철교’라는 얼차려를 시켰다. 신입생들은 두 손을 깍지낀 상태에서 한줄로 엎드려 뻗친 뒤 뒷 사람 등에 두 발을 올리는 자세에 힘겨워하며 쓰러졌다. 2시간30분을 넘긴 아침 7시36분께, 태권도장을 마지막으로 이날의 예절교육은 끝났다.
한 신입생은 “발을 삔 것 같은데, 열외를 하라고 했지만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다른 신입생은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며 “선배들도 예전에 당했을 텐데 왜 계속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사흘째 계속된 예절교육에 대해 유재충 체육대학 부학장은 “요즘 신입생들이 체육대학생답지 않게 체력과 예의가 부족해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강요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참가한 교육”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3월과 지난해 2월 〈한겨레〉는 이 대학 신입생에 대한 가혹행위 현장을 거듭 보도한 바 있다. 경희대 쪽은 지난해 공식 성명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신입생 교육도 지도교수의 지도 아래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원/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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