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시장
농·수산물·생필품 다 모여 시장규모 커 객지 길손 압도
풍성하다.
풍성하다 못해 넘쳐난다.
너무 과해서 허벅진 느낌이다.
어시장은 어시장대로,농산물 시장은 농산물 시장대로 가을 수확철의 활기참이 온 몸으로 전해져 온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5대장의 규모에 동해안 최대 시장으로,
경북의 모든 수산물과 농산물이 집산되는 곳이기에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포항 죽도시장에 도착한 시간이 9시여.
잰걸음으로 먼저 수협공판장에 들어선다.
수산물의 거래규모나 어종의 다양성이 자갈치 시장을 방불케 한다.
온통 휙휙 지나다니는 손수레와 화물차들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리저리 쫓겨 다니면서도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렇게 시장 구경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재미라면 재미겠다.
이 곳에도 자갈치 아지매가 있었다.
억세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있는 우리네 여인들. 그네들의 말소리에 귀가 앵앵거린다.
그래도 억센 사투리 속에는 묘한 리듬이 있어 구수하고 맛있게 시끄럽다.
펄떡펄떡 뛰는 싱싱한 비린내가 나는 것 같다.
포항 죽도시장.
포항의 대표적인 도소매 종합시장이자 경상도 최대의 수산물 시장이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과 국제시장,부전시장을 섞어놓은 듯 농산물,수산물,생활필수품 시장이 다 모였다.
전국 5대장답게 시장 규모가 객지의 길손을 압도한다.
수산물 시장은 요즘 한창 오징어,삼치,가자미,문어,개복치 등이 판매 되고 있었다.
특히 문어의 거래량이 많은데,경북에서는 제례를 지낼 때 문어를 올리지 않으면
큰일(?)나기에 중요한 어종으로 취급된다.
개복치(복어목 개복치과)는 죽도시장의 명물로 검은 표면에 크기가 2미터나 되는 대형어종이다.
등 부분의 흰색 창자를 삶아 초장에 찍어 먹는데 이 곳만의 별미라고 한다.
수산물 시장 입구에서 개복치를 해체하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이것도 죽도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포항에서 3가지를 먹어보지 못하고 오면 "포항 갔다 왔다 소리 말아라"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과메기,가자미 물회,고래고기가 그것이다.
그만큼 포항의 특미이자 자랑거리인 먹거리다.
이 3가지 특산물이 모두 죽도시장을 통해서 전국으로 유통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최고로 각광을 받는 것이 '과메기'다.
'과메기'는 등 푸른 생선의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장수식품'으로 불리는데
전국적으로도 이미 '겨울의 별미'로 자리 잡았다.
한겨울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과메기의 쫀득한 육질을
물미역에 얹고 김,잔파,마늘,고추 등 속에 초장을 곁들여 한입 가득 입에 넣으면
비릿하면서도 곧이어 구수한 맛이 한 접시 두 접시 손을 놓을 수가 없는 중독성을 보인다.
포항에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이다.
가자미 물회는 요즘이 제철이다.
부산에서 보는 참가자미(도다리)가 아니라 물가자미로 재료를 쓴다.
큰 대접에 각종 야채와 갖은 양념을 풍부하게 넣고 마늘 다진 것을 한 종지 가득 넣어
'가자미 물회'를 만들어 먹는데 육질이 부드러워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고래고기는 전국에서 좌초(坐礁)한 고래를 인근 구룡포에서 해체하여 이 곳 죽도시장에서 판매를 하고 있다.
'왕고래집'과 '할매고래집'이 그 곳인데 이 곳에서 전국의 '고래 전문 음식점'에 고래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고래고기를 양껏 먹고 싶다면 이 곳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단 최고급 부위는 기대하지 않아야 할 것.
죽도시장은 찬바람 부는 때부터 봄까지가 풍성하다.
이 겨울 죽도시장에서 저렴한 비용의 별미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식객(食客)의 풍성한 재미겠다.
최원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