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기준으로 볼 때 미국 경제는 상당히 좋은 상태다. 공식 실업률은 4% 이하로 3분기 미국 경제는 연율 기준으로 5% 가까이 성장했다. 인플레이션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인들은 쇼핑을 하고 파티를 열고 휴가를 떠난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경기침체를 예고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미국도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대포와 버터의 균형, 즉 군사비와 국내 경제 사이의 문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양자택일이 아니라 둘 다 해낼 수 있는 문제로 보고 있다. 문제는 군사와 비군사 분야의 지출을 언제까지 늘릴 수 있느냐다.
미국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주요 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에 공습을 계속하고 이라크에 일부 파견부대를 남겨두고는 있다. 또 독일, 일본, 한국을 중심으로 미군 17만명이 해외기지 수백곳에 주둔하고 있지만 분쟁에 지상군을 보내는 상황은 이제 끝났다. 그럼에도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군사비 지출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17~2023년 국방부 기본예산은 50% 이상 늘었다. 2024년 군사비 지출은 8860억달러에 이를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 등을 위한 지출을 포함하면 1조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다. 나라 전체 예산이 미국의 군사비를 웃도는 나라는 세계에서 15개국밖에 없다.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는 국내 경제를 위해서도 많은 지출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짰다. 같은 해 SOC 예산 1조달러도 편성했다. 이듬해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수 천억달러를 지출하는 인플레이션 억제법이 제정돼 반도체 분야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물론 이런 지출은 세수 확대나 다른 수단으로 메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재정적자가 사실상 배로 늘어나는 상황을 초래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33조 달러로 중국, 일본, 독일, 인도, 영국의 총생산을 합친 수준이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121%. 글로벌 사우스에서 이 정도 채무비율을 가진 나라는 채무위기를 맞은 것으로 간주된다. 미국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문제를 면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세금을 올리거나 채권을 더 발행하는 방법으로 수입과 지출의 격차를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는 군사비 지출 중독과 미국인의 경제적 요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액은 5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에 살상력이 없는 것 이상의 군사지원을 우크라이나에 하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610억달러를 배정한 것을 비롯해 추가로 1050억달러의 안보 관련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이를 둘러싼 의회 내 분쟁이 주목받고 있지만 전체 군사비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한 함정, 군용기, 우주무기 등이다. 아시아에서의 군사정책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이 진정 경계하는 것은 대만을 흡수해 남중국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중국이다. 중국은 미국의 군사력에 맞설 수 있는 수준에 근접한 유일한 나라다.
미국과 중국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도 많은 군사비를 계속 지출해 전쟁뿐 아니라 부도, 정치적 불안정, 경제침체라는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 미중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다른 나라들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할 재원도 확보해야 한다. 그들은 대포와 버터에 많은 돈을 계속 써 전쟁과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구는 그런 전략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