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에 오른 이슬아 5단. 이번 가을학기부터 중국
산시성의 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준결승
이슬아, 강지수 꺾고
대회 첫 결승 진출
이슬아 5단이 전통의 여자국수전 결승에
처음 올랐다. 20일 오후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준결승에서 강지수 초단을 꺾었다.
2007년 입단한 이슬아와 2017년 입단한 강지수는 그동안 딱 한 차례 대결한 바
있고 이번의 준결승이 두 번째 만남이 됐다. 지난 2월 여자바둑리그에서의 첫 대결은 장장 319수까지 두어 강지수가 3집반승으로 웃었다.
7개월 만에 다시 마주한 두 기사는 2시간 15분, 226수를 두었다. 형세는 이슬아
5단이 시종 주도했다. 초반부터 잘 풀렸고 중반 이후에도 크게 어려움을 겪은 장면이 없었다.
▲ 준결승전은 강지수 초단이 1승을 거둔 가운데 두 기사 간의 두 번째 대결로
치러졌다.
바둑TV 이현욱 해설자는 "경험의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한
판"이라고 했다. "이슬아 5단이 잘 둔 것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강지수 초단이 마치 이긴 것처럼 상대를 편하게 해주었다"면서 "프로 간의
대국에서 이처럼 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형세판단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슬아는 여자기전 첫 우승을 노린다. 현재까지의 최고 성적은 2년 전 꽃보다바둑여왕전 준우승(결승에서 김혜민에게
패했다). 팬들이 만든 이 대회는 많은 기사들의 불참으로 인해 반쪽 대회로 치러져 아쉬움을 자아냈었다.
▲ 이슬아는 예선부터 마리야ㆍ이유진ㆍ박지연ㆍ김다영을 차례로
꺾었다.
여자국수전에는 첫 결승이다. 첫 번기 승부이기도 하다. 14기
대회부터 출전하고 있는 이슬아의 종전 최고 성적은 21기 때의 4강이었다. 일반기전은 아니지만 바둑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단체전과 혼성페어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결승에 선착한 이슬아는 반대편 조에서 오는 27일에 벌이는 최정-오유진의 준결승 승자와 3번기로 우승을 다툰다.
여자랭킹 1위 최정 9단에게는 2승5패를, 여자랭킹 2위 오유진 6단에게는 1승2패를 기록 중이다.
▲ 전기 4강 강지수는 본선 16강부터 나서 김은지와 강다정을 차례로
꺾었다.
"예전에는 일등 아니면 만족하지 못해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4강만 해도 너무 잘했다. 왜 갑자기 결승에 올라갔는지는 좀 의문스럽다(웃음). 이왕에 마지막 대국을 한다면 가장 센 선수와 마주하고
싶다. 랭킹 1위 최정 선수 기다리고 있겠다. 언니는 거의 마지막이니까 좀 살살 해주었으면 좋겠어(웃음)."
인터뷰 자리에 앉은 이슬아 5단의 말이다. 이번 가을학기부터 중국 산시성의 한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중국어 전공)으로, 준결승전을 위해 어제 귀국했다. 아래는 추가 인터뷰 내용.
▲ 226수를 둔 바둑은 이슬아 5단이 완승을
거뒀다.
"유학 갔다는 기사가 나서 깜짝 놀랐다. 이제 막 들어가서
적응도 안 되고 여러 모로 힘들어서 아직 말을 안 하려고 했다. 갑자기 바둑 안 두고 유학 갔느냐고 물어 보시는 분들이 많은데 깊숙이 들여다보면
여자리그는 잘했지만 세계대회에 참가할 기회가 없다.
선발전 기회를 얻으려면
몇 판을 이겨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계산해 봤더니 조금씩 성장한다면 한 50세 되면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해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고 결심했다.
▲ 대국 내내 기침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고열에 시달려 약을 먹어야 하는데 졸음이
오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는 이슬아 5단.
유학 간다고 하면
돈이 많아서 바둑하다가 안 되면 갈 수 있나 보다고 오해하실 수 있어 미리 말씀드리면 여자리그 준우승 상금으로 겨우 1학기 학비만 모아서 갔다.
2학기, 2년, 3년, 이렇게는 학비 준비가 안 되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새로운 길을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또 우승하면 바둑계로 돌아올 것인지를 물어 보시기도 하지만 우승한다고 해도 세계대회
선발전 기회가 없으므로 삶에 대한 마이너스를 메꿀 만한 큰 대회가 없다.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 14기부터 출전해 종전 최고 성적이었던 21기 때의 4강을
넘었다.
▲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 "이왕에 마지막 대국을 한다면 가장 센 선수와 마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