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이 말했다.
한 섬과 그곳에 사는 물소가 있었습니다. 물소는 깨달았습니다. 혜성이 이 쪽으로 오고있다는 것을요.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물소는 힘이 굉장히 세기에 섬을 계속해서 밀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모도왕도마뱀이 물소의 다리를 물었습니다. 배고픔에 본능적으로 다리를 물어버린것이었죠.
“아얏! 나, 지금 뭐하는거야?”
“내가 지금 뭐하냐고? 널 물었지, 배가 고파서..”
“그래,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날 물었지? 나, 임무 수행 중인 거 안 보여?”
“임무라고? 무슨 임무?”
“이 섬을 구하는 중이야.”
“정말? 어떻게?”
“밀고있어. 밀어서 옮기는거야. 옮겨서 섬을 구하는거야.”
“정확히 무엇으로부터 구한다는거야?”
“넌 하늘을 전혀 올려다보지 않는구나?”
둘이 동시에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혜성이야. 이 섬을 향해 달려오고 있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궤적을 볼 수 있거든. 매일 점점 더 커지는 크기... 꿈에서도 여러번 봤어.”
“하지만...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왜 다들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모두 모여서 함께 밀어야 하잖아!”
“난 그들에게 죽도록 외치고 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아. 다행이 난 힘이 아주 세. 내가 한번만 밀어도 섬이 움직여. 바다를 봐.”
파도가 일렁였고, 윤슬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엄청난 힘이야! 그래서 넌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믿어?”
“어떻게든 해 봐야지. 아프다.. 넌 무작정 날 물어뜯었어. 참 도움이 안되는구나.”
“이런! 맞아, 내가 널 물었지? 큰일났네!”
“그러게 말이야. 아, 점점 힘이 빠진다.”
“상처가 문제가 아니야! 넌 물었을 때 내 침 속에 있는 독이 네 몸으로 들어갔어! 넌 며칠 안에 죽을거야!”
“죽는다고? 하지만... 난 죽을 시간조차 없어. 누가 밀지? 누가 날 대신하지?”
.
.
.
“좋아... 어쨌든 섬을 구할 시간은 며칠밖에 안 남았어. 밀자!”
그리하여 코모도왕도마뱀과 물소는 섬을 계속해서 밀었습니다. 어느덧 밤이 됐을 때, 혜성은 점점 더 다가오는게 눈에 보였고, 물소의 상태도 점점 나빠졌죠. 하지만, 물소는 오히려 코모도왕 도마뱀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저기 봐. 세상에... 점점 커지는 게 눈에 보이잖아... 난 너무 지쳐서 한숨 자야겠어. 일어나자마자 교대할게. 마음 편히 자. 내가 있는 힘을 다해 볼게.”
“고마워...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 준 건 네가 처음이야.”
코모도왕도마뱀은 계속해서 섬을 밀었습니다. 도중에 다른 혜성이 다른 섬을 덮쳤지만 그래도 계속 밀었습니다. 날이 밝고 물소가 일어나자 둘은 같이 그 섬을 밀었습니다.
“더는 못하겠어... 미안해. 내가 더 빠르고 강해야 했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
.
.
“봐, 이제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어서 산꼭대기로 올라가자. 세상의 종말을 보더라도 일등석에서 봐야지.”
.
.
“엄청나... 혜성이 정확하게 우리를 향해 돌진하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지난 몇 해 동안 섬을 몇 킬로미터나 밀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오히려 혜성이 떨어지는 바로 그 지검으로 왔다는 건가?”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물소는 죽었고 코모도왕도마뱀은 살아있었습니다. 섬도 무사했지요. 참 다행이었습니다.
“그 정신 나간 녀석은 드디어 죽었나?”
“녀석의 살은 정신보다 멀쩡했으면 좋겠는데!”
독수리들이 말했습니다. 심지어 개미마저 물소의 시체를 먹으려 했습니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였으니까요.
“너, 뭐하는거야?!”
“이 물소는.... 아무도 먹을 수 없어!”
코모도왕도마뱀은 땅을 팠습니다. 그리고 물소의 사체를 땅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코모도왕도마뱀은 다시 그 섬을 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에, 그리고 그 이후에도 또다른 장소, 세계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길 부끄러워 하던 타조가 자신의 등을 쪼아대는 한 새에 의해 고개를 들었고, 한 찌르레기는 무리에서, 정해진 틀을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났죠. 한 코끼리는 한평생 할아버지의 말만 듣다가 생쥐, 물고기의 말을 듣고 세상에는 덜 중요한 사건이 따로 있는게 아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 마저 세상과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 원숭이는 엄마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죽어가고 있다는 표현이 더 맞는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때 한 새가 소피아에게 다가왔습니다. 소피아는 이 숲에서 가장 현명하고 강한 존재인 흑표범이었습니다.
“소피아, 전할 말이 있어요! 섬 하나가 지금 막 정글 동쪽에 도착했습니다. 코모도왕도마뱀의 섬이랍니다. 독수리들과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소피아를 만나고 싶답니다!”
원숭이 호모는 아픈 엄마를 두고 고민했습니다. 그때 엄마는 말했습니다.
“소피아는 별것 아닌 일로는 절대로 나타나지 않아. 뭔가 아주 중대한 사건이 생긴 게 틀림없어. 따라가봐, 호모!”
“엄마...”
모든 동물들이 코모도왕도마뱀의 섬으로 모였습니다.
“물소 한 마리가 여기 땅속에 묻혔대!”
“난 받아들일 수 없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모두가 사체를 땅에 묻는다고 상상해봐. 그럼, 우리는 뭘 먹고 살지?”
“소피아, 당신이 이렇게 해도 된다고 허락했나?”
독수리들이 물었습니다.
“누구 짓이지?”
“코모도왕도마뱀.”
모두가 저마다 수군댔고 모두가 물소가 묻힌 무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친애하는 산 자들이여. 이 행위의 배경에는 하나의 외침이 있습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죽음을 맞이할 자격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존재 사이에 위계질서를 만들지 않도록 늘 경계해 왔습니다. 사자도 개미와 같이 똑같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음은 성스러운 것도, 영광스러운 것도, 감춰야 할 것도, 다른 어떤것도 아닙니다. 죽은 자를 산 자들과 연결 고리에서 제외하는 날, 죽은 자들의 영광을 위해 궁선을 세워 주는 날, 죽은 자를 위해 복수하는 날, 죽은 자의 위대함을 감추는 날... 세상은 사라질겁니다”
“죽음을 탄생만큼이나 순수한 사건이 되게 합시다.”
소피아가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 섬을 떠났다.
호모가 다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이미 죽고 난 후였다. 엄마를 끌어안고서 울었다. 하지만 개미들은 그저 엄마의 사체를 먹으려 하고 있었다.
숲을 벗어났다. 아침이 밝고 해가 들었다. 그리고 호모는 자신의 엄마를 가장 높이 들었다.
이 책은 내가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다. 만화책처럼 되어있긴 한데, 이 책은 그냥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그들만의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한 생명체가 죽는 일들을 다룬 어떻게 보면 심오한 주제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바로 인간이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이 책은 인간이 존재하기도 전의 이야기가 아닐까?
이 책은 분명하게 한가지를 말해주고 있다. 죽음을 탄생만큼이나 순수한 사건이 되게 하자. 하지만 우리는 탄생을 특별히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가 태어난 날을 가장 특별히 여기고 기념한다. 그래서 죽음도 특별히 여겨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탄생은 지금도 어디서나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순수한 사건이라는건 변하지 않는다. 죽음이 정말 두렵고 무섭게 느껴진다면, 죽음을 탄생만큼이나 순수한 사건이 되게 하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