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세 마리를 개들의 집에 집어 넣기가 조금 꺼림직해서 잠시 작은 그물망에 가두어 놓았는데, 역시 병아리들은 새로운 장소에 적응이 되지 않은 지 좁은 공간에서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저쪽에서는 묶여 있는 큰 개는 연실 짖어대고, 강아지들은 병아리 우리 앞에서 호기심에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몇 시간 후, 병아리들을 우리에서 해방시켜주었는데, 역시 병아리들은 위축이 되어 한 쪽 구석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강아지들의 반응도 병아리들이 갖혀 있을 때와 달랐습니다. 서로 경계를 하면서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겁니다.
생전 처음 만난 이종 간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벌써 스스로의 아집(?) 사로잡힌 큰 개의 경계의 소리도 역시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다가가더군요. 큰 개도 병아리들을 인정하는 분위기더군요. 그 시간이 무척이나 짧았습니다.
자신들의 공간을 외부 칩입자들에게 내어주는 선심(?)을 너무나 쉽게 허용하더군요.
더구나 원수지간일 수도 있는 개와 닭들 사이에서.
아마, 동물들은 먹이의 경쟁만 사라진다면 이종간의 혈투는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그들이 서로를 경계하고 해치는 것은 오로지 먹이 때문일 거라는. 그리고 자신들의 지역구(?)를 챙기는 것 역시 먹이 때문이 아닐까요?
인간들에게 먹이를 의지하고 있는터에야 그런 것들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곧 친구가 될 거 같습니다. 그들의 소통의 방법은 직관과 감성일겁니다.
자연의 법칙에 따를 겁니다. 더구나 홀로 외롭게 지키고 있던 큰 개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될겁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이종의 모습에 호기심을 보인 강아지들에게도 소통의 방법은 같을 겁니다.
인간들 사회 역시, 외부인에게 대해 처음에는 경계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소통을 할 겁니다.
그러나, 그것들에 작용하는 법칙은, 이성이라는 위선과, 그들이 만든 피곤한 통제와, 게다가 자본주의 법칙인 이해관계가, 소통을 위장할 겁니다.
동물들의 법칙에 비하면 형편없는 것들인거죠.
어제, 비가 오기에 학교 식당에 들러 창 밖의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다가, 제가 담근 막걸리 맛에 취해 그만 취하고 말았습니다.
잠시 농장을 둘러보고 심곡항 집에 와서 오후 4시경 잠이 들었답니다. 깨어나니 9시더군요.
평소에 일찍 잠이 들지만, 어제는 너무 일찍 일어나 난감하더군요.
혼자 차를 몰고 옥계면내에 나가서 옥계 막걸리 한 통과 빵을 사서 옥계해수욕장 바닷가에서 막걸리 병을 뜯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서치라이트가 내 자동차를 비추는 겁니다.
차 안에 있는 나는 눈이 부셨습니다. 서치병에게 그러지 말라고 클락션을 울렸으나 불빛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잠시 화가 났습니다.
적들을 향해 비추어야 할 경계의 빛이 왜 착한(?) 국민을 괴롭히냐고. 그렇게 초소에 달려가 따지고 싶었습니다. 더구나, 조용한 내 술 자리 마저 방해하면서.
그러나, 초병에게 달려가지 않았습니다. 서치라이트를 맘대로 비추는 것은 초병만의 권력이거든요.
국가주의 군사력의 맨 마지막 권력자인 해안초소 서치병에게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자신의 의미를 찾는 일이거든요.
비록, 그 불빛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나키스트 저를 비춘 것은 유감이었지만, 마음 넓은 아나키스트는 어쩌면 국가주의 희생자일지 모를 초병에게는 시비를 걸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를 돌려 금진항 항구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아! 거기서도 불빛이 저를 비추는 겁니다. 다행히 그 불빛은 서치라이트 빛에 비하면 아주 보잘것 없이 작은 것이었습니다.
낚시꾼의 헤드라이트가 저를 향해 비추는 겁니다. 나는, 무례한 낚시꾼에게 또 화를 낼 뻔 했습니다.
그러다 또 참았습니다. 무례한 사람은 분명 맞지만, 내 조용한 술 자리를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빵 봉지를 뜯고 막걸리 한 컵을 마시자, 알콜의 짜릿한 기운이 뱃속을 내려갔습니다. 눈 주위가 살짝 풀렸습니다.
그러자, 모든 기분이 풀렸습니다.
"많이 잡았습니까?"
"아닙니다..없네요. 뭐 잡으러 오셨어요?"
"저는, 그냥 막걸리 한잔 마시러 왔습니다"
나는, 그에게 막걸리를 권하는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무례해서가 아니라, 나만의 술 자리를 깨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낚시대 끝에서 조명이 흔들렸습니다. 낚시꾼은 낚시대를 끌어 올렸고, 고기가 달빛에 퍼득였습니다.
"뭐예요?"
"아나고입니다. 아나고...."
아나고가 달 빛에 흔들렸습니다. 아마, 막걸리 탓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