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문신이 참 곱다.
문신하면 조폭이 먼저 떠오른다. 수갑을 차고 붙잡혀 가는 조폭들의 몸에는 용 문신이
넓게 그려져 있어 섬뜩하다.
문신은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 처음 발견된 후 지금까지 4,000년 이상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이어오고 있다. 아프리카 어느 부족은 다리에 빗같이 생긴 도구로 긁어
상처를 낸 후 나무뿌리나 열매에서 얻은 붉거나 푸른색소를 문질러 스며들게 하고 있었다.
얼마나 아플까? 보는 사람은 얼굴이 찡그려 지는데 그들은 성인 의식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문신은 질병이나 재앙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준다는 신앙, 문양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다니 계급과 권위를 상징하고, 신분이나 소속을 나타내기도 하며,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장식품을 대신한 문신까지 예술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친척아저씨는 철없던 시절 첫사랑 여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팔에 사랑의 표시인
큐피트의 화살이 꽂힌 하트를 새겼단다. 먹물을 묻힌 실을 바늘에 꿰어 살갗을
살살 떠서 문신을 새겼는데 지워지지 않는다 하였다. 살갗이 조금만 벗겨져도
아프거늘 마취도 없이 바늘을 살갗에 찔러 넣은 후 당겨서 스며들게 하였다니
생각만 해도 몸이 오그라지는 느낌이다.
문신 때문에 초죽움이 된 적이 있었다. 아들은 고등학생 때 춤에 빠져 있었다.
시험이 코앞에 있어도 춤에 빠져 고등학교 연합체육대회 때는 응원단으로 신바람
을 일으키고 있었다. 협박을 해도, 애원을 해도 아들의 귀에는 음악만 들렸나보다.
늘 콧노래를 부르며 때때로 거울 앞에 서면 춤의 삼매경에 빠졌다. 어느 날 샤워를
하고 속옷차림으로 나오는 아들의 어깨와 허벅지에 예쁜 나비 문신이 그려져 있었다.
마침 전신을 용 문신으로 덮은 살인마 신창원이 세상을 들었다 놓던 때였다.
문신은 조폭의 일원으로 인식되었기에 소나기가 미친 듯이 몰아쳐 온 몸을 강타했다.
내 목숨을 걸고라도 문신을 하는 청소년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디서 문신을
했냐며 다그쳤다. “에이, 엄마 이거 스티커를 붙이면 돼. 비누로 지우지 않으면 한참 가?”
“아빠 보시기 전에 얼른 지워” 온 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들었다. 다행히
아들은 문신의 유혹을 스티커로 대신했다.
매달 만나는 신촌학교 애들은 대부분 몸에 문신이 있다. 여름에도 긴팔 옷과 깃을 세운
옷을 입으니 얼마나 덥고 불편할까? 철없을 때 새긴 문신이 지금은 감추고 싶은 상처로
남아있어 얼굴에 그늘이 졌다. 문신을 보는 사람의 곱지 않은 시선도 의식했을 것이다.
감쪽같이 지우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통증도 만만치 않고, 비용도 많이 들어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한 학생의 손등에는 공필화를 보듯 지금 막 수줍게 벌어진 붉은 장미 한 송이가 푸른
잎 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여자같이 희고 고운 손에 핀 장미 한 송이! 참 곱다. 문신
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눈썹문신까지 거부하는 내가 보일락 말락 한 몸 어느
곳에 예쁜 장미 한 송이를 그려 넣으면 흰 피부와 잘 어울릴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문신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바뀌고 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이니셜, 좋아하는 예술인의 얼굴을 몸에 새겨 넣기도 한다. 문신은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행위다. 문신은 특별한 사람만 한다는 내 생각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감추려고만 하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 놓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첫댓글 가족이거나 내 몸에 문신이라면 어땠을지...
한번쯤 생각해 봤던 문제인데 뜻있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