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雞林歷史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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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역사기행 후기방 사비백제의 역사 ㅡ 부여 백제금동대향로
浮雲 추천 0 조회 19 26.06.16 02:01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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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6.06.16 02:08

    첫댓글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爐)'를 학술적·도상학적 의미를 담아 풀어서 부르는 이름은 "금동용봉봉래산향로"이다.
    ​향로의 전체적인 구조와 아시아 전통 신화인 '봉래산(삼신산)' 세계관이 완벽하게 결합되어 있어, 문화재의 특징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표현이기도 히다.

  • 작성자 26.06.16 02:11

    명칭의 의미 분석해보면
    ​금동 (金銅)은 청동으로 형태를 주조한 뒤, 겉면에 수은아말감 기법으로 금도금을 입힌 제작 기법을 뜻하고,
    ​용봉 (龍鳳)은 향로의 받침인 '용(龍)'과 맨 꼭대기에 장식된 '봉황(鳳凰)'을 의미하며, 음과 양, 하늘과 땅의 조화를 상징한다.
    ​봉래산 (蓬萊山)은 향로의 몸체와 뚜껑에 표현된 신선들의 세계, 즉 도교의 삼신산(봉래·방장·영주) 중 봉래산을 시각화한 것이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신선들이 거주하는 이상향을 뜻한다.

  • 작성자 26.06.16 02:14

    향로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지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록 웅장한 우주관을 보여준다.

    꼭대기에는 날개를 활짝 편 봉황이 목에 여의주를 끼고 서 있다. 목 가슴에 5개의 구멍이 있어 향 연기가 피어오른다. 천상의 세계, 태평성대를 상징한다.

  • 작성자 26.06.16 02:15

    뚜껑 (봉래산)은 74개의 험준한 산봉우리가 겹쳐져 있으며 5인의 악사(오악사), 16인의 신선, 호랑이·사자·원숭이 등 39마리의 현실·상상 속 동물, 폭포와 나무가 정교하게 조각어 있다. 도교의 신선 세계와 이상향을 상징한다.

  • 작성자 26.06.16 02:17

    몸체(연꽃)는 활짝 피어난 8개의 연꽃잎으로 구성되어 꽃잎마다 불사조, 물고기, 사슴 등 26마리의 생물이 새겨져 있으며, 불교의 연화화생(蓮華化生) 세계관을 상징한다.

  • 작성자 26.06.16 02:18

    받침(용)은 한 마리의 용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며, 세 발로 바닥을 딛고 한 발로 연꽃 몸체를 번쩍 들어 올리는 형상이다. 수중(水中)의 신, 음(陰)의 에너지를 상징한다.

  • 작성자 26.06.16 02:21

    금동대향로는백제인들의 정신세계였던 도교(신선 사상)와 불교(연꽃), 그리고 전통적인 음양사상이 고도의 예술성으로 조화롭게 녹아있다.
    ​기포 하나 없이 완벽하게 주조된 청동 기법과 정교한 투조(뚫어파기) 기법은 6세기 말~7세기 초 백제의 과학 기술과 미적 감각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음을 증명한다. 백제 금속공예의 정수인 것이다.

  • 작성자 26.06.16 02:22

    1993년 부여 능산리 고분군 유물창고 터(절터) 공사장 진흙 속에서 진공 상태로 발견되어, 1,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녹슬지 않고 기적처럼 완벽한 보존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 작성자 26.06.16 02:26

    향로가 발견된 절터(부여 능산리 사지)의 바로 옆 방에서 '부여 능산리 사지 석조사리감(국보)'이 발견되었는데, 여기에 '창왕(위덕왕) 13년에 공주가 사리를 공양했다'는 명문이 아주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사리감의 명문 덕분에 향로가 만들어진 정확한 시대(6세기 후반 백제)를 비로소 고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작성자 26.06.16 02:28

    이 향로의 발견 당시 비화는 한국 고고학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하고 기적 같은 순간으로 꼽힌다.

    1993년 12월, 충남 부여의 능산리 고분군(왕릉들)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자 부여군은 고분군 아래쪽에 주차장을 넓히는 공사를 계획했다. 문화재 주변이라 형식적인 사전 조사가 필요했는데, 국립부여박물관 고고학 조사단이 주차장 예정지를 파보기 시작했다.

  • 작성자 26.06.16 02:29

    조사 기한은 12월 말까지였고, 날씨는 영하로 떨어져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철수를 며칠 안 남긴 12월 12일 오후 4시 30분경, 한 조사원이 공방(유물 제작 창고) 터로 추정되는 곳의 진흙 구덩이 속에서 수상한 물체를 포착했다.
    ​흙을 조심스레 걷어내자, 물이 고인 진흙 바닥에 향로의 뚜껑과 몸체가 분리된 채 비스듬히 누워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 작성자 26.06.16 02:30

    1,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금도금이 벗겨지거나 녹슬지 않고 완벽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진흙 구덩이(개흙층) 덕분이었다.
    ​향로 바로 위에는 백제 시대 건물의 나무 부재와 기와 조각들이 무너져 내려 향로를 누르고 있었다.

  • 작성자 26.06.16 02:31

    이 무너진 잔해들과 끈적한 진흙이 외부 산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진공 상태'를 만들었다. 덕분에 금속이 산화(부식)되지 않고 천 년이 넘는 시간을 견뎠다.
    ​출토 직후 박물관 보존과학실에서 흙을 씻어내자, 방금 만든 것처럼 찬란한 황금빛이 드러나 조사단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 작성자 26.06.16 02:32

    660년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던 긴박한 순간, 사찰의 스님이나 장인들이 "이 귀한 가보를 적들에게 빼앗길 수 없다"며 급히 공방의 배수로(진흙 구덩이)에 향로를 숨기고 그 위를 기와나 나무로 덮어 위장한 것으로 추정한다.
    ​나라가 망하면서 끝내 이 향로를 다시 꺼내지 못했고, 주차장을 만들려던 현대 한국인들의 삽 끝에 기적적으로 걸려 한반도 최고의 미술품이 다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 작성자 26.06.16 02:33

    ​만약 그때 주차장 공사를 대충 넘겼거나 조사단이 며칠 일찍 철수했다면, 우리는 이 위대한 유물의 존재를 영영 모른 채 그 위로 아스팔트를 깔고 자동차를 주차했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 작성자 26.06.16 11:25

    도교 신화에서 봉래산(蓬萊山)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을 이루는 방장산(方丈山)과 영주산(瀛州山) 역시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은 신비로운 이상향이다.

    ​중국의 고대 문헌인 『열자(列子)』, 『史記(사기)』 등에서는 세 산의 풍경을 구별하기보다는 "삼신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신선 세계"로 묶어 묘사하곤 한다. 다만, 각 산의 명칭이 가진 어원과 전설을 뜯어보면 미묘하게 다른 매력과 풍경을 상상해 볼 수 있다.

  • 작성자 26.06.16 11:27

    방장산 (方丈山)은질서 정연하고 거대한 지혜의 산이다. ​'방장(方丈)'이라는 말은 "사방 1자(丈, 약 3m) 크기의 방"이라는 뜻과 함께 "지극히 넓고 거대하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아주 반듯하고 규칙적인 격자나 질서가 존재하는 웅장한 바위산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신화에서는 이곳을 '하늘과 땅의 중심을 잡아주는 산'으로 여겼다.

  • 작성자 26.06.16 11:28

    도교의 수많은 신선 중에서도 가장 지위가 높고 지혜로운 '상급 신선'들과 도사들이 거처하는 중심지이다. 훗날 불교에서 사찰의 주지 스님이 머무는 방을 '방장실'이라 부르게 된 것도 이 방장산의 신선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의 경치가 너무나 깊고 웅장하여 지리산을 방장산에 비유했다.

  • 작성자 26.06.16 11:32

    영주산 (瀛州山)은 끝없는 바다 위, 생명이 넘치는 물의 산이다.

    ​'영주(瀛州)'에서 '영(瀛)'은 "바다, 늪, 물이 깊고 넓은 모양"을 뜻한다. 즉, 영주산은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섬 산의 이미지를 가진다.
    험준한 바위보다는 촉촉한 수분과 안개에 싸여 있으며, 온갖 기이한 약초와 식물이 자라는 푸르고 생명력 넘치는 산입니다. 산 전체가 보석과 옥(玉)으로 뒤덮여 있어 멀리서 보면 은은하게 빛이 난다고 전해진다.

  • 작성자 26.06.16 11:34

    영주산은 신선들이 타고 다니는 신비로운 새(학, 봉황)들이 무리 지어 날아다니고, 먹으면 늙지 않는 영약(불로초)과 달콤한 샘물이 솟아나는 평화로운 낙원이다.

    ​한국에서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구름을 품은 채 영험한 기운을 뿜어내는 제주도 한라산을 영주산에 비유했다.

  • 작성자 26.06.16 11:38

    삼신산의 공통적인 풍경을 『사기(史記)』 봉선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세 산은 발해(동쪽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구름 같다. 막상 배를 타고 가까이 다가가면 산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버리거나,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와 배를 멀리 밀어내므로 인간은 결코 도달할 수 없다. 그곳의 모든 새와 짐승은 순백색이며, 궁전은 황금과 은으로 지어졌다."

  • 작성자 26.06.16 11:40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들 때 삼신산 중 굳이 '봉래산'을 메인 테마로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장산의 '수많은 신선들의 거처'라는 특징과, 영주산의 '진귀한 동물과 생명력이 넘치는 모습'을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합쳐서 시각화할 수 있는 이름이 바로 봉래산이었기 때문다. 그래서 대향로 뚜껑 하나에 74개의 봉우리(방장산의 웅장함)와 39마리의 동물 및 폭포(영주산의 생명력)가 모두 조화롭게 녹아들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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