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이, 가족 24-20, 서울 여행 ②
이른 아침,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서울은 어제부터 시작된 폭설에 안부문자를 보낸 처제에게서 밤사이 답장이 와있다. 집 주소와 다음 날 아침 출발할 때 연락 달라는 소식이다.
거창에서 평택으로 가는 길. 예상 소요시간은 4시간, 기상악화와 길이 얼어 더 걸릴 것 같다. 어르신과 중간에 휴게소도 들르고 커피도 마시고 천천히 가기로 한다.
덕유산 자락을 지날 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온다. 앞 차들의 비상등이 눈보라와 겹쳐 마치 크리스마스의 반짝이는 전구처럼 보인다.
“거, 한 대 하고 갑시다.”
눈이 많이 오는 구간을 지나고 어르신의 말씀에 근처 휴게소에 들른다.
“갑시다. 눈도 보고 좋네.”
먼 길이지만 아내를 보러 가는 어르신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봉안당으로 가기 전 마지막 휴게소인 평택휴게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휴게소에도 눈이 가득하다.
“어르신, 점심 뭐로 드시겠어요? 그림 보고 알려주시면 주문하겠습니다.”
“고마 뜨끈한 거 하나 하지 뭐.”
어르신은 국밥, 직원은 우동을 택했다.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선다. 휴게소에서 봉안당까지는 차로 15분 거리.
멀리서 봉안당 건물이 보인다. 입구에서 관계자가 차량통제를 하고 있다. 이유인즉 주차장과 올라가는 길이 얼어 작업 중이라 차량 출입이 어렵다 한다. 오늘 종일 작업을 마치고 내일쯤 길이 열린다고 한다.
“어르신, 큰일입니다.”
“아이고, 우짜노.”
“걸어서 가야하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별 수 있나, 갑시다.”
내일 오전, 처제, 조카와 만나 한 번 더 방문하기로 한 것을 어르신도 알지만 걸음을 향한다.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어르신도 오는 내 얼마나 설레셨을까….
“아이고….”
걷다, 쉬다를 반복한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천천히 길을 오른다.
“다 왔소?”
“앞에 보이는 계단만 오르면 됩니다. 건물 보니까 작년 기억나시죠?”
“담배 한 대 하고 갑시다.”
마침 주차장 한켠에 흡연 장소가 마련되어있다. 잠시 쉬었다 다시 계단 옆 난간을 잡고 천천히 오른다. 건물에 들어서자 왼쪽에 천주교전용관이 보인다.
“이게 뭐꼬?”
사무실 오른쪽 바로 옆에 봉안함 안에 넣는 장식품들이 나열되어있다. 어르신의 말을 듣고 봉안당 직원이 상세히 설명한다.
“이거랑…, 이거 하나 주소.”
장식품들을 유심히 보던 어르신이 작은 십자가와 꽃이 담긴 꽃병을 고른다. 구매한 장식품을 함안에 넣으려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현재 보호자는 김미애 씨만 되어 있습니다. 고인과의 관계가 어떻게 되시나요?”
“부인이요.”
예전 아내분을 모실 당시 보호자 등록을 처제만 해놓아서 어르신은 새로 등록 후 함을 열어볼 수 있다 한다. 보호자로 등록하려면 가족관계증명서 혹은 현재 등록되어 있는 보호자의 증명이 있어야 한다기에 내일 처제와 다시 와 등록하기로 한다.
“어르신, 아쉽지만 아내분께 인사만 드리고 갈까요? 등록은 내일 처제와 와서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라입시다.”
전용관 103호 제일 끝 밑에서 3번째. 김경숙(젬마).
“어르신, 여기입니다.”
“아, 맞네! 여기 얼굴 있네.”
“젬마 할머니, 송현이 어르신하고 인사 왔습니다.”
어르신이 아내분 사진을 한참 본다. 의자를 가져다드리고 직원은 자리를 피한다.
“다 봤소. 갑시다.”
“젬마 할머니, 내일 동생분이랑 조카랑 또 오겠습니다.”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류지형
먼 길 다녀오셨네요. 눈 오는 날, 어르신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박현진
안전운전. 조심히 다녀오세요. 신아름
봉안당 가는 날 풍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눈 구경하며 어르신께서 좋다 하시니 기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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