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를 끝으로 2024~25 WKBL 정규리그가 종료되었습니다. 순위표에서 보듯 플레이오프 진출 마지노선인 4위 자리를 두고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습니다
KB가 신한은행을 따돌리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는데, 순위표에서 보듯 두 팀의 정규시즌 성적은 동률입니다. 그래서 양팀간 상대전적을 따졌는데 전적마저도 3승 3패 동률, 그래서 타이브레이커룰 그 다음 단계인 양팀간 득실을 따져보았는데 KB가 신한은행에 단 1점 앞섰습니다. 1점이면 필드골도 아니고 자유투 한 개죠. 반골차로 플레이오프 명암이 갈렸습니다
예, 물론 정규리그 순위는 오늘 최종일이 아니라 며칠 전에 결정되긴 했습니다. 그래서 순위 결정이 된 이후의 경기들은 다소 힘이 빠지는 측면도 있었고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은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었죠
하지만 KB와 신한은행은 정규시즌 최종 순위가 결정되기 전에 여섯 번의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에 양팀의 상대전적과 득실을 따진 건 순위 최종결정 이후 의미 없는 경기들은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종료 버저가 울릴 때 까지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습니다. 얼마 전 KBL에서 불문율을 두고 볼썽사나운 일이 벌어졌었는데 KBL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거죠(KCC 보고 있나?)
불문율이라는 게 상대팀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암묵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는건데, 사실 상대 벤치나 상대 선수를 향해 직접적으로 조롱하거나 도발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패배한 팀의 점수차까지 고려해야 하나라는 생각은 듭니다
불문율이라는 게 접전 경기는 해당 안되고, 크게 앞서는 팀이 크게 진 팀을 상대로 마지막 포제션까지 최선을 다해 득점을 하려는 게 비매너라는건데, 최선을 다해 한 점이라도 더 올리는 행위가 과연 비매너가 맞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긴 팀 입장에선 정정당당하게 룰 안에서 경기해서 상대보다 더 잘한거고요,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동안 잘 뛰지 못한 선수들이 득점 올리고 어시스트 올리면서 스탯 쌓을 권리가 있는거죠
패배한 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못해서 진 거니까 원인제공을 하는거고요. 상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본인들이 빌미를 제공한거니 굴욕이라고 느껴져도 감수해야죠(애초에 굴욕이라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문제). 굴욕이라고 생각하면 마지막 포제션에서 공격했다고 상대 선수들에게 꼬라지 부릴 게 아니라 다음 번 맞대결에서 반드시 이기겠다고 칼을 갈고 분석하고 연습하는 게 정상이죠
내돈내산 돈과 시간을 들여 직관한 팬들, TV로 시청하는 팬들이 있는데 '팬 퍼스트'가 맞다면 이런 불문율 따위는 없어져야죠. 대체 누구를 위한 불문율입니까?
농구라는 스포츠가 미국에서 건너왔고 그래서 미국적인 정서(?)가 많이 반영되었는지는 몰라도 국내 현실에서 안맞으면 버릴 줄도 알아야죠. 야구에서도 투수가 타자에게 사구 맞춰도 인사하지 말라는 게 미국 불문율이지만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죠. 그래서 KBO 리그에서는 많은 투수들이 몸 맞는 볼로 출루한 타자를 향해 1루 베이스쪽으로 모자를 벗어 인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정서상 그게 더 보기 좋고요. 이미 KBO리그에서는 이 불문율을 깨고 한국적으로 접근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농구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경기 중엔 선후배도 없고 유교적인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향한 도 넘은 조롱과 세레머니도 자제해야 하는게 맞고요. 하지만 4쿼터 마지막 포제션에서 이기고 있는 팀이 공격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불문율은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것 같습니다
야구에서도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이 도루나 번트를 대지 않을 뿐 점수를 더 내기는 합니다(심지어 시간 제한도 없는 경기라 더 잔인한건데도요). 축구에서도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이 골 세레머니를 크게 하지 않을 뿐이지 추가 득점을 더 안하지는 않습니다. 골을 더 넣을 수 있으면 넣죠. 오직 농구만 점수 더 낸다고 화를 냅니다
이미 WKBL에서는 이 불문율이 깨진 지 오래입니다. 규정집에 딱 명시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연맹 그리고 각 구단이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상태이고, 가비지 경기라 할지라도 선수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합니다(기량이 안되서 득점을 못하는거지 일부러 공 돌리면서 시간 흘려보내지는 않는;;)
KBL도 WKBL의 좋은 점은 본받고 도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WKBL의 좋은 점이 하나 더 있는데요. 경기 후 악수타임입니다. KBL에서는 점수차 크게 난 상태에서 24초 이내로 시간 남으면 선수들은 그냥 흘려보내고 경기가 다 안끝났는데 양팀 감독 코치들이 대충 악수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그나마도 악수도 건성으로 하고, 전창진이나 김승기는 KT 감독과 코치로 있을 때 빈또 상했다고 TV 중계화면 돌고 있는데 악수도 거부했죠
하지만 WKBL은 경기가 끝나면 하프라인을 기준으로 A팀 선수들과 B팀 선수들이 서로 마주보고 한 줄로 섭니다(A팀 벤치는 왼쪽에 있고 A팀 선수들은 자신들의 벤치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끔 서있습니다. B팀 벤치는 오른쪽에 있고 B팀 선수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게끔 서있고요)
그렇게 양팀 선수들은 서로 교차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합니다.하이파이브를 하면 A팀과 B팀 선수들은 서로 코트 반대편으로 이동하게 되고, A팀 선수들은 오른쪽에 서고 B팀 선수들은 왼쪽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상대팀 벤치에 있는 상대 감독 코치진과 대면하게 됩니다.
이후 상대팀 감독 코치들과 인사를 나누고, 감독과 코치들은 상대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며 격려합니다. KBL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모습이죠
KBL의 인기를 저해하고 유입을 막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볼썽사나운 장면을 많이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보기 무섭다는 점이죠. 가족스포츠로 뿌리 내리기엔 참 어려워 보이는데요. KBL도 WKBL의 경기 후 인사법을 좀 도입해봤으면 어떨까합니다.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나중엔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요?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가야 하는 대표팀의 경기스타일은 오히려 한국 로컬식 구식 농구고, 한국 로컬 경기 문화를 만들어도 되는 건 미국식(?)이고.. 너무 청개구리같습니다
첫댓글 불문율 그렇게 따질거면 모두 동률 나오면 5분 단판 경기라도 하지 그러냐 라고 말하고 싶어요... 하도 못해 12인 자유투 쏘기를 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