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방 두 폭의 짧은 순례
김 난 석
봄
사월 한가운데
등나무 아래 하늘 가린 꽃
봄비는 가는 손 잡아 쉬어가라 하고
바라보기만 할양이었는데
향내만 맡을 양이었는데
정말 그러기만 할양이었는데
모르지
내가 눈이 멀었던지
코를 대려다 입까지 닿았던지
젖은 옷
벗어 툭 툭 털어내려니
어디서 꽃잎 하나 뚝 떨어지더이
그대 것인가
내 것인가
그대와 나의 것인가. / 어느 해 수필방 봄나들이에서
가을
엊그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참 멀리도 떠나왔나 보다
몇몇 글벗들이 가을 나들이를 하자했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비조차 내리고
약속된 장소, 약속된 시간
약속된 사람들은 모여들기 시작했으니
무거운 짐 들고, 지고, 우산도 펴 들고
어디로 간단 말이냐...
잠시 서성이다가
우선 짐을 가벼이 할양으로
오래전 그 등나무 아래로 찾아들기로 했다
이리저리 자리 펴고 둘러앉아 너스레 떠는 사이
어느새 비 개여 하늘과 등나무 덩굴 번갈아 올려다보며
봄비 내리다 개였던 지난날들을 떠올려봤던 것이다
떠나간 세월아
지난봄이었더냐
멀리멀리 지나간 봄이었더냐
발길 돌려
여덟 쪽 꽃잎 팔팔한 코스모스 언덕을 넘어
몇 걸음, 그저 몇 걸음 놓으려니
파아란 물안개 피었다 지고
분홍빛 노을로 번지고 만
핑크뮬리 들판에 이르고 말았다
흘러간 세월아
아침인 듯 벌써 저녁이더냐
멀리 멀리 지나온 발자취더냐
이웃집 마실 다녀온 사이 해는 지고
나는 짧은 세월이 서러워
펑펑 회한만 마셔대네. / 어느 해 수필방 가을 나들이에서
첫댓글 벌써 지나간 세월이네요.
올 가기 전에 한 번 더 모여야 되는데 ㅎ
마음에 와 닿는 시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세요,
이젠 월동준비 할 시기가 되었네요.
오를 시월 마지막 날 여행 가셨죠?
여긴 지금이 시월의 마지막날 저녁입니다.
애써 해지는 하늘을 붙잡아 보았습니다.
그거 표구해서 머리맡에 걸어 두어도
좋을거 같습니다.
짧은 새월이 서럽고 아쉬워 회한만 마신다는 글귀를
오늘 제 아우의 전화를 받고보니 조금 이해 됩니다.
가울하늘 연제 글은 몰아서 읽었습니다.
본문의 두장 사진을 기억 합니다
새삼 시간이 빠르다는걸 느끼게 되네요
네에 세월이 속절없이 가네요.
밥 한 번 먹자 하고 돌아서서
밥 먹자 하면 한 철이 지나갔지요.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참 이쁘지요.
핑크뮬리의 핑크빛 세상이
보는이의 눈도 즐겁게 합니다.
이번주까지
가을볕이 좋아서
나들이 하기 딱 좋겠어요.
저도 강쥐랑 곧 산책나가려구요.
참
며칠 전에 천변 산책길에서
고라니 두 마리를 보았어요.
갈대와 억새 사이를 뛰어다니는데
꼭 그림처럼 아름답더군요.
석촌님
가을하늘 아래 연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그럼요 봄은 봄대로
가을도 겨울도 그 나름대로.
세월은 가고,
추억은 남았네요.
세상 살이 무상하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 그분들
카페에 남아 활동 중이지요.
가을이 무르익는
화사하게 어우러진 핑크뮬리의 언덕이
천상의 놀이터 같습니다.
2년이 지난 시절이긴 해도
지금도 아름답긴 합니다.
10월의 마지막 날, 부여 부소산을 타고
낙화암과 고란사를 거쳐 백마강을 황포돗대로
유람하였지요.^^
늦가을의 정취를 흠뻑 적시고 왔습니다.^^
수학여행 다녀오신 모양이군요..ㅎ
잘하셨어요.
"이웃집 마실 다녀온 사이 해는 지고
나는 짧은 세월이 서러워
펑펑 회한만 마셔 대네."
세월이 빠른다는 표현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습니다.
사물을 보는 느낌을 이렇게 멋있게
표현 할 수 있으심도
큰축복이라 느껴집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네에 고마워요.
그러는동안 112 의 밤이네요.ㅎ
눈 깜빡할 새보다 빠른게 세월인 듯 합니다!
지나온 세월이야 살아내고 추억이 되었으나...
남은 세월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움이지요!
모쪼록 건강 하세요!
아쉽지만 아쉬운대로
이 가을하늘 많이 즐기세요.
올. 가을 수필방 나들이는 건너띄는 모양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