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0 준우승팀인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본선에 참가할 23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은 평소 트라파토니 감독이 강조했던 대표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에 기초를 둔 무난한 선택으로 보인다.
6월 2일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이번 명단에서는 크게 이변이라 할 만한 요소는 없는 가운데 몇 공격수의 제외가 눈에 띈다. 90년대 이탈리아 축구를 대표했던 로베르토 바조(37, 브레시아)가 결국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유럽선수권 본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번 시즌 소속팀의 공격을 혼자 책임지다시피 했던 올림픽 대표 공격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21, 파르마)와 지난대회에서 이탈리아의 원톱으로 활약했던 필리포 인차기(30, AC 밀란), 안토니오 카사노(21, AS 로마)와 함께 판타지스타의 계보를 이를 선수로 꼽혔던 파브리치오 미콜리(24, 유벤투스)가 본선 출전에 실패했다.
이 중 질라르디노의 탈락이 다소 논란을 낳고 있는데 이에 대해 트라파토니 감독은 메르가토紙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비에리와 코라디가 전문 타겟맨으로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의 자원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유럽에서 가장 올림픽을 중시하는 나라로 꼽히는 이탈리아 축구계의 성향과 아직 단 한번의 A매치 출장 경력이 없는 신예를 메이저 대회 본선으로 데려가는데 따르는 위험성도 그의 탈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번 시즌 유럽선수권 예선에서 여섯골을 넣었던 필리포 인차기의 탈락은 팬에게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부상으로 이번시즌 경기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크게 이의를 달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비해 최근 부상이나 클럽에서의 미진한 활약으로 대표팀 합류 여부가 불투명했던 '핀투리키오' 알레산드로 델피에로(29)와 마르코 디바이오(27, 이상 유벤투스)는 트라파토니의 신임을 재확인하였으며 한일 월드컵 이후 주전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30, 인테르 밀란)의 백업 요원으로 기용된 베르나르도 코라디(28, 라치오) 또한 플레이 스타일의 중복에 따른 일각의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본선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No.3 골키퍼로 깜짝 발탁된 베테랑 골키퍼 안젤로 페루치(34, 라치오)는 다년간 이탈리아 대표팀의 세번째 골키퍼였던 아비아티(26, AC 밀란)가 클럽에서 출전 기회를 전혀 잡지 못함에 따라 리그에서의 활약을 등에 업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지난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바조의 발탁에 가려 큰 화제가 되지 못했지만 몇 년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메이저 대회 출전에 한가닥 희망을 가졌던 그는 비록 본선 출장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나 선수로서는 황혼의 나이에 소기의 성과를 이루는 의지를 보여줬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2년전 한일 월드컵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으니 16강에서 한국에 덜미를 잡혀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아픔이 있다. 빅리그에서 혹사당한 선수들의 체력 회복을 위해 조별리그에서 수비적인 4-4-1-1로 임했지만 그 탓인지 가까스로 16강 진출에 성공한 이탈리아는 토너먼트에서는 지역예선에서 재미를 봤던 3-4-1-2를 다시 꺼내들며 한국전에서 대회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준 바 있다. 비록 한국에 막판 두골을 허용하며 탈락하고 말았지만 분명 이날 이탈리아의 경기력은 우승후보로 불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2년전과 현재의 이탈리아가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전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보편화된 4-2-3-1 전술을 전격적으로 도입하였으며 어느정도 대표팀에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이다. 세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원톱이 배치되는 이 전술은 활용여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 보다 효과적인 공격에 유리한 전술이다.
물론 과거에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델피에로-토티-비에리(인차기) 삼각 편대를 가동하며 만만치 않은 공격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볼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그들은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었으며 수비에서의 오버래핑도 양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이탈리아의 현재 공격자원은 이 전술의 다양한 활용을 가능하게 한다. 당대 최고의 득점력을 지닌 공격형 미드필더/세컨드 어태커 중 한명으로 꼽히는 프란체스코 토티를 중심으로 창의성을 강조할 경우 델피에로와 '골든보이' 카사노, 스테파노 피오레(29, 라치오)가 대기하고 있으며 측면플레이에 능한 마우로 카모라네시(27, 유벤투스)를 기용한다면 좀 더 속도감 있는 공격을 보여줄 수 있다. 측면의 속도를 강조하는 4-4-2와 미드필드의 창의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춘 4-2-3-1 모두 현재 이탈리아에서 사용하기에 큰 무리가 없는 포메이션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명의 지원을 받는 원톱에는 압도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로 꼽히는 크리스티안 비에리가 최전방에 배치된다. 그의 백업으로는 역시 힘과 높이에서 장점을 지닌 코라디가 대기하고 있다. 다만 이탈리아가 속한 C조에 신체적인 면에서 약점을 보이는 남서 유럽팀이 단 한팀도 없는 대신 스웨덴, 덴마크, 불가리아 같은 이런 면에서 장점을 지닌 팀들이 같은 조에 있다는 점은 비에리와 코라디의 장점을 발휘하는데 다소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볼 때 소속팀 AS 로마에서 이번 시즌 전문 공격수 뺨치는 공격력을 자랑했던 프란체스코 토티를 원톱으로 기용함과 동시에 같은 팀에서 위력적인 조합을 보여준 민첩한 카사노를 공격형 미드필드진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으나 전술의 일관성을 상대에 따른 변화보다 우선시 여기는 트라파토니 감독의 성향상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자랑인 수비는 여전히 이탈리아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외계인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26, 유벤투스)이 버티고 있는 골문은 백업 요원인 프란체스코 톨도(32, 인테르 밀란)와 안젤로 페루치의 기량 역시 뛰어나 빈틈이 없어 보인다. 다만 페루치를 제외한 나머지 두 선수가 이번시즌 리그에서 결코 좋다고 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인 점이 다소 맘에 걸리지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4백에는 세계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알레산드로 네스타(28, AC 밀란)와 파비오 칸나바로(30, 인테르 밀란)가 전 대회에 이어 중앙 수비를 책임지고 양 측면 풀백으로는 좌측의 지안루카 잠브로타(27, 유벤투스), 우측의 마시모 오도(27, 라치오) 혹은 크리스티안 파누치(31, AS 로마)가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백업 요원 역시 수준급의 기량을 갖췄다. 장신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30, 인테르 밀란), 리그와 대표팀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본선 명단에 포함된 알제리 태생 수비수 마테오 페라리(24, 파르마)가 중앙쪽에 대기하고 있으며 좌측에는 부상으로 대회 출전이 좌절된 주세페 판카로(32, AC 밀란) 대신 주세페 파발리(32, 라치오)가 백업을 맡는다.
다만 과거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것과 비교할 때 현재 수비진의 역량이나 미래를 책임질 수비자원의 양과 질이 떨어지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최근 네스타와 칸나바로가 예전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풀백들의 역량이 타 포지션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이는 것도 팀의 불안 요소 중 하나이다. 리그 성적이 선수의 꾸준함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골키퍼와 4백의 주전의 클럽에서의 활약이 미진하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다.
수비형 미드필드진은 변수가 많아 보이는 부분이다. 지역예선에서의 활약과 출장 횟수를 우선시 여기는 감독의 성향만 생각한다면 분명 잉글랜드 태생 미드필더 시모네 페로타(26, 키에보)와 크리스티아노 차네티(27, 인테르 밀란)가 의심할 여지없는 주전이 되겠지만 지난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이번시즌 세리에 A를 제패한 AC 밀란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안드레아 피를로(25)-젠나로 가투소(26, 이상 AC 밀란) 듀오의 기량은 더 이상 국가대표에서 외면할 수준이 아니다.
피를로의 경우 이미 스페인을 통해 트라파토니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가투소도 포르투갈전에서 전반 피를로와 함께 대표팀의 중원을 책임지며 팀의 2-1 승리에 공헌한 바 있다. 안정성과 팀원들과의 호흡을 생각한다면 페로타와 차네티가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뛰어난 패스의 정확도를 자랑하는 피를로와 이를 보좌하며 성실함 그 자체를 소속팀에서 보여준 가투소의 조합은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그들이 얻은 큰경기 경험을 생각하더라도 등한시하기엔 아까운 것이다.
전반적으로 고른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는 제 실력만 발휘할 수 있다면 결승 진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군데군데 보이는 문제 요소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며 네스타-토티-비에리로 이어지는 팀 중앙의 핵심 선수들의 부상을 최대한 방지해야 한다. 메이저대회에서 수비의 핵인 네스타 결장시 승률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통계도 한일 월드컵 당시 제시된 바 있으며 이들 세명의 부상은 대체요원의 유무와 상관없이 전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난 유럽선수권에서 두 대회 연속 토너먼트에 진출했으며 한일 월드컵 16강에서 패하기 전까지 세대회 연속 토너먼트 무패 행진을 달리기도 했던 이탈리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고비때마다 분루를 삼키며 메이저 대회 우승에 실패해왔다.
바레시, 알베르티니, 바조 등 거장들이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과연 2004년 포르투갈에서 성사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명실상부한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토티의 활약에 이탈리아의 성적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클럽에서 타이틀에 목말라 있는 토티에게 이번 대회는 향후 축구역사에서 그의 평가를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피파랭킹 11위 (2004년 5월 기준) 유럽선수권 본선 진출 6회 (1968, 1972, 1980, 1988, 1996, 2000) 유럽선수권 우승 1회 (1968)
▶ 최근 A매치 성적 - 8전 4승 3무 1패 13득점 7실점
대 독일 1-0 승 2003.8.20 대 웨일즈 4-0 승 2003.96. 대 세르비아&몬테네그로 1-1 무 2003.9.10 대 폴란드 1-3 패 2003.11.12 대 루마니아 1-0 승 2003.11.16 대 체코 2-2 무 2004.2.18 대 포르투갈 2-1 승 2004.3.31 대 스페인 1-1 무 2004.4.28
지역예선 8전 5승 2무 1패 17득점 4실점 필리포 인차기 6골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5골 (pk 1) 크리스티안 비에리 3골 마르코 디바이오, 프란체스코 토티 1골
▶ 유로 2004 이탈리아 대표팀 명단
- 골키퍼: 지안루이지 부폰 (유벤투스), 프란체스코 톨도 (인테르 밀란), 안젤로 페루치(라치오) - 수비수: 크리스티안 파누치 (AS 로마), 파비오 칸나바로 (인테르 밀란), 알레산드로 네스타 (AC 밀란), 지안루카 잠브로타 (유벤투스), 마시모 오도 (라치오), 주세페 파발리 (라치오), 마테오 페라리 (파르마), 마르코 마테라치 (인테르 밀란) - 미드필더: 스테파노 피오레 (라치오), 마우로 카모라네시 (유벤투스), 시모네 페로타 (키에보 베로나), 크리스티아노 차네티 (인테르 밀란), 젠나로 가투소 (AC 밀란), 안드레아 피를로 (AC 밀란) -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 (AS 로마), 크리스티안 비에리 (인테르 밀란),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유벤투스), 베르나르도 코라디 (라치오), 마르코 디 바이오 (유벤투스), 안토니오 카사노 (AS 로마)
▶ 예상 라인업 (4-2-3-1) : 부폰 - 오도 or 파누치, 칸나바로, 네스타, 잠브로타 - 페로타 or 가투소, 차네티 or 피를로 - 피오레 or 카모라네시, 토티, 델피에로 or 카사노 - 비에리
▶ 전력 평가 : 수비 A 수비형 미드필더 B+ 공격형 미드필더 A 공격 A- ▶ 예상 성적 : 결승 진출
첫댓글 유베 2밀란 라치오 로마 그외 ..;; 우와....이탈리아 무섭구나.
결승진풀은무슨 우승후보는 포르투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