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귀여니가 이모티콘을 쓰지 않고 분위기를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듯 영롱하기 그지없는 단어와 은하수가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서술로 글을 써냈다면, 반발이 있었을까?
본인은 없었으리라 장담한다.
이모티콘? 그건 소설의 표현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조금 다른예이지만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 150페이지에서 154페이지사이에 부사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가령 이 문장이 보라. '그는 문을 굳게 닫았다.' 아주 형편없는 문장은 아니지만(괄호 삭제), 여기서 '굳게'라는 부사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라. 물론 이 문장은 '그는 문을 닫았다'와 그는 문을 꽝 닫았다' 사이의 어떤 다른 상황을 표현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텐데, 나도 반대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문맥이 있지 않은가? '그는 문을 굳게 닫았다'라는 문장에 앞서 이미 자세한 설명이 나왔을 것이 아닌가? 그것을 읽었다면 그가 문을 어떻게 닫았는지 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정확하고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절대 진리'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누구나 아는 것도 절대 진리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화문에서의 문제가 남는다.
대화는 그 어조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해석될수 있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어조에 상관없이 단일적인 의미를 띄는 문장이 있다.(물론 분위기가 해석에 큰 역할을 한다.)
"영준아 가지마." 이런 문장이 있으면(느낌표나 쉼표등을 제외하고.)
분위기에 따라 아쉬움의 표현, 슬픔의 표현, 혹은 장난스러운 표현으로 해석된다.하지만 우리는 이미 분위기에 따라. 그게 정말 아쉬움인지, 슬픔인지, 장난인지 안다.
결국T.T이런건 애들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본인이 17(혹은 20)세라고 해서 어째서 어린애 장난이냐는 소리는 집어치우도록하자.)
저 문장이 있기전에 만약 우리가 노래방이나, 술집에서 정말 분위기 좋게 놀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서술이 있었다면, 저 문장은 아쉬움에 대한 표현이 될 것이고.
저 문장이 있기전에 저 영준이라는 인물이 바람을 피웠다는 서술과, 연인과 헤어지자는 둥의 소리를 했다면, 저것은 영준의 옛(벌써 '옛'연인이다. 바람으로 새 연인을 얻었으니.)연인이 앞으로 영준과 함께 하지 못함을 슬퍼하는 표현이 될 것이다. 그 앞뒤로 여러가지 말도 붙을 것이고.
저 문장이 있기전에 친구들이 단체로 영준에게 장난을 쳤다고 하자. 그렇다면 저 문장앞에 (장난을 쳤으므로) 친구들이 낄낄대면서 "아야, 미안해." 등등의 문장을 넣으며 계속 장난을 칠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렇듯 이모티콘은 작가의 서술로 충분히 지워져버릴수 있는, 필요없는 표현이다.
저 위의 예를 든 책에서 인용하자면, 부사쯤 될까.
이미 대사가 나오기 전에 그 대사가 나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어떤 장면이든 분위기가 없는 장면은 없다. 설사 그것이 밋밋하기 짝이 없는 대화라도.)대사의 내용에 따라 우리는 작중인물의 감정을 알 수 있는 것이다.(이모티콘이 없이도.)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작가는 자신의 떨어지는 서술능력을 이모티콘으로 보완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당장은 쓰기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작가 수준의 저하를 가져온다. 작가는 자신의 글을 씀에 있어 그 주된 이야기를 고심해 글을 쓴다. 그가 자신의 글에 쓰는 단어들은 우리와 다른 언어가 아니다.
하지만 분위기를 형성하는 서술에 있어, 이모티콘의 사용은 그 서술된 분위기의 인상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이모티콘의 잦은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분위기 형성과 작중인물의 감정전달을 이모티콘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고로, 이모티콘은 작가의 부족한 어휘력에서 비롯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한 도피처에 불과한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이모티콘에 덧달자면,
필자는 MSN메신져에서 -_-이런 이모티콘을 자주쓴다. 이 이모티콘은 대화로써 설명 불가능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쓰인다. 예를들어 본인의 친구가 필자에게 썰렁한 개그를 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본인은 '-_-...' 이런 내용과 함께 차단버튼을 찾으려고 한다.
여기서의 이모티콘과 소설의 이모티콘의 차이는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소설에서는 서술에 의한 분위기 형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MSN메신져에서는? 아니, 전혀 서술이 없다.
MSN메신져에서
-대화 중에 암호나 신용 카드 번호를 절대로 알려주지 마십시오-
이 문장외에,
-주대는 친구의 썰렁한 개그에 짜증이나서 장난을 치고자 차단버튼을 찾았다-라던지 이런 문장은 본 기억이 없다. MSN엔 분위기형성을 위한 설명따위는 없다.
그냥 눈치로 때려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대화문에는 어조가 없으므로 -_-...>_<...(..)등의 이모티콘으로 분위기를 강조하는 것이다. 당연히 대화'문'에서는 어조가 생길 수가 없다. 우리가 대화에서 어조를 느끼는 것을 소설에서는 서술에 의한 분위기로 극복하고, 인터넷상의 대화에서는 이모티콘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설상의 이모티콘은 '서술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작가의 부족한 서술력을 보충하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자리에 혹시나 늑대의 유혹 팬이 있으시다면, 제발 부탁이다.
"이모티콘 쓰면 안돼나요?"따위의 시건방지고 오만하며 상대를 씹어뭉개 삼키는 그따위 반론이 아니라. 소설에서의 이모티콘의 필요성을 말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