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ː소설제목 [아빠 이야기]
ː영국드림 [http://cafe.daum.net/3dlswkrrk]
ː메일주소 [uniece90@hanmail.net]
ː불펌 절대금지ⓧ/도용,사칭 절대금지ⓧ
*이 소설을 퍼가시려면 먼저 제게 말해주셔야 합니다
‥───────────────────────────── ..
[아빠 이야기]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린 아내. 짧은 시간의 이별일 뿐이라고 말하고, 그냥 잠시 먼 여행을
떠났을 뿐이라고 믿고 싶고, 자신을 달래 보지만 늘어나는 건 술과 담배, 그리고 눈물 뿐.
아내와 결혼한 후 아내를 위해 끊었던 술과 담배를, 아내 때문에 다시 집게 된다.
나와 얼마 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린 아내가 미워서, 나와 유치원생 딸 은비만을 남겨둔 게 너무 야속해
서, 또 그리워서. 그렇게 매일 원망만 해대고 사는 중에 어머니께서 찾아 오시더니 꾸지람을 해대셨다.
"은비 애비, 너 정말 어떡할 거여. 은비 애미 가버린 건 할 수 없잖어. 은비도 있는데 혼자 이렇게 칠칠맞
게 울고 있으면 저 애는 어떡허라구. 응? 정신 좀 차려. 은비한테 애비 노릇 허야지. 니 인생만 망치는 게
아니라 은비 인생도 덩달아 망치는 거여."
어머니의 말씀에 순간 정신이 퍼뜩 들었다. 은비... 그래, 아내와 내 사이에는 딸 하나가 있다. 아내와 붕
어빵이라고 할 만큼 닮은 예쁜 내 딸 은비.
그때부터 난 정신을 차리고 다시 회사에 나가기 시작했다. 은비를 위해 술과 담배는 모두 버렸다. 버리
지 못한 단 한가지는 밤만 되면 어김없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눈물이었다.
아내 없이도 예쁘게 커주는 은비에게 얼마나 고맙던지... 영원히 비워진 '엄마'의 자리는 채울 수 없어도
다른 애들에게 뒤쳐지지 않을만큼 떳떳하게 키우고 싶었다. 하루하루 지나가며 예쁘게만 자라는 은비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위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며 더욱 더 행복했다.
어느 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 은비가 다니던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의아했다. 은비
때문에 지금까지 유치원에서 전화가 온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은비 아버지시죠?'
"네, 그런데요. 무슨 일입니까?"
'은비가 오늘 유치원에 안 왔어요. 혹시 어디 아프나요?'
그 말을 들은 즉시 내 가슴은 철렁 가라 앉았다. 오늘 아침만 해도 은비를 유치원까지 직접 바래다 주고
왔었는데...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오늘따라 시무룩하게 보였던 딸이 생각났다.
난 허겁지겁 회사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은비의 이름을 아무리 불러봐도 은비는 동네 안에 없
는 듯했다. 혹시나, 해서 놀이터로 뛰어가자...
...모래 장난을 하며 즐겁게 놀고 있는 은비의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안도와 화가 겹쳐 나오는 한숨. 난
은비를 데리고 집에 가서 절대 들고 싶지 않았던 매를 들었다.
때리고 혼내도, 변명 한 마디 하지 않고 울면서 잘못했다고만 연신 되풀이하는 은비. 그런 어린 아이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해서 호되게 다시는 그러면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고 은비를 찾았다는 말을 하러 유
치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 은비 아빱니다. 은비 찾았는데요, 걱정 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녜요, 별 말씀을요. 오늘 엄마, 아빠 불러서 재롱잔치 하는 날이었는데 안 오셔서 안타깝네요.'
순간 수화기를 떨어뜨릴 뻔했다. 허둥지둥 대충 인사하고 얼버무리고는 은비가 훌쩍거리고 있을 은비의
방을 쳐다보면서 가슴 한 켠이 아려 오는 걸 느꼈다.
* * *
그 후로부터 한 일 년쯤은 흘렀다. 크리스마스 계절이라 바쁜 시기였다. 그쯤 유치원에서 글자를 깨우친
은비는 신나서 집에 오면 인형놀이는 때려치우고 글쓰기에만 집중했다. 방에서 매일 뭘 그리 열심히 쓰
는지 기특할 정도였다.
그때 또 사고는 터졌다. 회사에 있는 중 우체국에서 전화가 왔다. 우체국에서 웬일로...라는 생각으로 무
슨 일인지 들어봤더니 또 다시 한숨만 나왔다.
'아니, 댁 따님이 우체통에 주소도, 이름도 안 써진 편지 봉투만 300통을 넣어서 지금 한창 바쁠 이 시기
에 우리만 애를 쓰게 됐습니다.'
난 우체국으로 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흰 300통의 봉투를 들고 집으로 왔다. 화를 식히려 애썼지만
집에 와서 태연한 모습으로 놀고 있는 딸을 보자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역시 아내의 빈자리만 크
게 느껴졌다.
난 다시 아이를 앉혀놓고 긴 설교와 함께 다시 매를 들었다. 이번 역시 아이는 잘못했다고 엉엉 울기만
할 뿐, 아무 변명도 하지 않았다. 아이를 다그치는 걸 그만 두고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한숨과 함께
편지 봉투를 하나 뜯어봤을 때...
[사랑하는 엄마,
엄마. 나 은비다? 나 많이 컸다? 지난 번에 유치원에 재롱잔치가 있었는데 난 안 갔어. 엄마 없어서 안
갔어. 재롱잔치 있다고 하면 엄마 없어서 아빠가 또 울까봐 말도 안했어. 매일 밤 아빠가 우시는 거 난
알거든. 그래서 나중에 혼나도 아무 말 안했어.
근데 엄마, 나 엄마 기억 안 난다? 이제는 엄마 기억 안 나. 이대로 엄마 까먹으면 어떡하지? 그러니까
엄마, 나 엄마 기억할 수 있게 내 꿈에 한 번만 와줘라. 그럼 엄마 안 잊어버릴게.
그리고 아빠 그만 우시라고 해. 매일 밤마다 아빠 엄마 이름 부르면서 우시거든.
엄마, 사랑해요.
은비가]
그 편지를 읽고 난 다시 밀려오는 눈물을 참으며 은비를 불렀다. 그리고 왜 도대체 300통의 편지를 한꺼
번에 우체통에 넣었는지를 물었다.
"옛날에는 키가 안 닿아서 구멍이 손에 안 닿잖아요. 근데 지금은 은비가 더 커서 구멍이 손에 닿아서 지
금까지 쓴 거 다 넣은 거예요."
눈물 범벅이가 된 채 또박또박 설명하는 은비의 모습에 다시 솟구치는 눈물. 나는 은비를 꼬옥 안아주며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 편지를 쓰면 아빠에게 줘서 불에 태워서 연기로 하늘로 올리면 된다고 말해줬다.
혜진아, 지금 이 모습 다 보고 있지...? 내가 우리 애를 바르게 키우고 있는 거니...? 괜히 상처만 주는 건
아니지...? 나중에 은비가 커서 엄마 없다고 삐뚤어지게 크는 건 아니겠지...? 가끔 포기하고 싶을 정도
로 힘들다. 언제쯤이면 채울 수 있을까? 네 빈자리만 커져 가.
...그리고 네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건 내 눈물 뿐인 것 같다...
* * *
98% 실화입니다.
진짜 있는 부녀의 모습이에요^^
첫댓글 우와..정말 슬픕니다. 아는 사람이야기인가요? 아님 영국드림님? , 정말 세상에 저런 멋진 가족이 존재한다니, 부모님 살아계실때 잘해드려야겠어요. 히히.
제가 아는 분이 아시는 분에 대해서 얘기해 주셨는데 너무 가슴에 와닿아서 소설로 써봤어요^^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를! 매번 꼬릿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