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커다란 친구
사람마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자주 방문하게 되는 장소가 있다. 그곳이 어디냐에 따라 입는 옷부터 가방에 담는 것까지 달라진다. 물론 마음의 무 게도 다르기 마련인데, 가벼운 마음으로 찾게 되는 곳도 있지만 조금은 긴 장하고 방문하는 장소도 있다. 신인 작가 시절, 나에게는 출판사가 그런 장 소였다. 출판사 회의가 있는 날이면 왠지 긴장이 됐달까. 그날도 출판사와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일찍 도착해서 주변을 산책하는 중에 커다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나무 그늘 아래 멈춰 잠시 쉬자 마음이 정돈되는 듯했다. 나무가 나에게 준 휴식 같았다. 회의 시간이 다가와 떠나기 전 나무에 두 손을 얹고 인사를 건넸다. "덕분 에 잘 쉬었어. 고마워." 나무와 작별하고 출판사로 가는 길에 신기하게 긴 장이 풀리며 미소가 지어졌다. 회의도 편안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출판사에 갈 때마다 나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무리 바빠도 "잘 지냈어?" 하고 짧은 안부를 물었다. 여유가 있으면 "이번에는 겨울에 만났 네. 하얀 눈 쌓인 모습도 너무 멋지다."라며 이야기도 나눴다. 자주 보지는 못하고 1년에 두세 번쯤 만나 인사했는데, 친한 친구와도 비슷한 횟수로 만난다고 생각하니 나무가 친구 같았다. 출판사 가는 길을 친구 보러 가는 길로 생각하자 마음이 가벼워졌다. 출판 사가 친구의 집처럼 느껴져 긴장도 사라졌다. 이제 어디서든 긴장될 때면 커다란 친구를 떠올린다. 친구가 그곳에서 나에게 괜찮다며 응원을 보내주 는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친구가 두 팔을 벌려 나를 안아 주려는 다정한 모습으로 보인다. 언제 만나도 잘하고 있다며 다독여 주는 것 같다. 이번에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보게 될까? 조만간 또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 김상근 | 그림책 작가 좀씀바귀처럼
화분에 키우던 식물이 시들었다. 빈 화분을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학교 화 단에 자란 풀들을 거기에 옮겨 심었다. 쥐꼬리망초, 제비꽃, 여뀌, 주름조 개풀, 콩제비꽃, 들깨풀, 좀씀바귀 등 들풀을 한데 모아 놓으니 예뻤다. 화분을 창가에 두고 며칠이 지났다. 잘 자라는 식물도 있었으나 시들어 가 는 식물도 있었다. 사는 곳을 옮기니 몸살을 않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제비꽃이, 이후엔 들깨풀이 시들했다. 작은 화분에 적응하지 못 한 모양이었다. 그냥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가까이서 본다고 괜한 욕심을 부린듯해 미안했다. 다시 푸르러지기를 응원하는 수밖에...... 뜻밖에도 심은 적 없는 괭이밥, 새포아풀이 싹을 틔웠다. 풀을 옮겨 심을 때 흙에 씨앗이 들어 있었나 보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었다. 화분에 고루 물을 주고 햇볕이 들게 했더니 두 달쯤 지나자 좀씀바귀만 살 아남았다. 잎도 무성하여 조만간 앙증맞은 노란 꽃을 피울 듯했다. '이름이 왜 좀씀바귀일까?' 잎에 혀를 대 보니 씀바귀종답게 맛이 썼다. '좀 써서 좀씀바귀란 이름을 붙였을까? 유쾌한 상상을 한다. 초등학교 교장인 나는 좀씀바귀를 보며 아이들을 떠올렸다. 입학하거나 전 학을 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하는 아이도 있고, 비교적 잘 적 응하는 아이도 있다. 살다 보면 여러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 경쟁에서 이기는 건 중요 하지 않다. 마주친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으리라.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뿌리내리는 좀씀바귀처럼 말 이다.
좀씀바귀 오상연 | 대전시 서구
|
첫댓글 영원히 변하지 않을 소중한 마음의 친구를 둔것을 축하드립니다...
저두 어디를 가든지 님처럼 곳곳에 벗을 마련해 두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오늘도 진한 가을향기를 느끼시면서 행복과 사랑으로 기분좋은 하루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하모니5 님 !
고우신 걸음으로
다녀가신 흔적,
멋진 방문글 남겨주심
감사합니다~
삶의 여유와 미소,,
오늘도
편안한 하루
건강한 하루
아름다운 하루
행복한 하루되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새벽 님!
고운 걸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젠 초겨울로
접어든 듯 따뜻하게
지내야 할 것 같네요
건강과 행복, 기쁨이
늘 함께하시길 소망합니다
^♡^
좀씀바귀..
이름은 이쁘지 않지만..
어려운 일이 있을땐..
망실봉님께서
귀하게 담아주신 좀씀바귀를 생각하며
제 자리를 찿도록 해봐야 겠어요
고맙습니다..망실봉님.
아름다운 가을..
행복이 배가 되는 불금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소중한 댓글로
고운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일교차 큰 계절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주말지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