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7월 2일.
그 해 여름의 파리는 미칠 정도로 더웠다. 세느강이 흐르고 있어서 그나마 덜 더웠다지만, 도저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의 날씨가 아니었다. 미군들은 지쳐 있었고, 습기 때문에 짜증도 냈다. 간간히 싸우는 사병들도 있었고, 통신장비들도 간간히 말썽이었다. 바깥에서 경계보초를 서던 사병들은 건물 안에서 일하고 있을 다른 병과 녀석들을 증오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건물들 역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연합군 수뇌부들이 생활하고 묵게끔 드골 정부는 튈르리 궁을 내주었지만, 그렇다고 바깥보다 시원하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선풍기와 얼음들이 폭염을 버티게 해줬고, 그나마도 혜택을 못 받는 장성들도 부지기수였다. 브래들리나 아이젠하워는 좀 나은 편이었지만, 그 밑의 장성들은 그나마 시원한 샴페인이나 마시면 다행이었다.
그나마도 쉬고 있으면서 여유를 부리려고 했던 찰나, 브래들리는 전화 수신음을 들었다.
모스크바도, 런던도 아니었다. 불이 깜빡대는 것은 워싱턴 직통 전화. 시덥잖은 국방장관이거나 국무장관이겠거니 하면서 수화기를 들었다.
"네, 오마 브래들리, 전화 받았습니다."
"오, 브래들리 장군. 납니다, 프랭클린."
"아, 각하. 어쩐 일로…."
"파리가 펄펄 끓인 식용유처럼 뜨겁다고 그러길래 격려차 전화를 했소. 버틸만 합니까?"
"네, 뭐 미적지근한 얼음물이 나오는 것만 빼면 어느 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렇군요. 휘하 장교들과 사병들도 좀 돌봐주시구료. 참, 비시 방면은 어떻게 되었소?"
"아직은 정리되진 않았지만, 곧 작전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오, 그렇군! 그럼 언제까지 제압 가능한가?"
"적어도 8월 중순은 되어야 할 겁니다."
"8월 중순?! 너무 늦군…. 장군, 무조건 7월 안에는 비시 방면 전역을 종결시키도록 하시오."
"네??"
"내가 생각이 있어서 그렇소. 무조건 7월 안에 정리하시오."
브래들리는 기가 막혔다. 조그마한 아일랜드 때처럼 프랑스를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건가, 대통령은. 아일랜드의 3배는 되는 프랑스 남부를 한 달 안에 정리하라니. 아무리 빠른 코스로 간다하더라도, 니스로 가는 데만 25일은 걸릴텐데. 적의 저항은 아예 무시하는건가. 브래들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최고 통수권자가 명령을 하는데. 결국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아, 제군. 가서 아이크를 깨워주게. 어르신께서 남프랑스산 선물을 이번 달 안에 보내달라신다 그랬다면서 전하게."
다음날인 1944년 7월 3일.
미군 장성들이 모인 가운데, 계획이 발표됐다. 브르타뉴 지역에 몰려있던 기갑부대들을 전부 남쪽으로 돌린다는 작전이었다. 기동력이 빠른 전차들을 이용해서 신속하게 정리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만약 다 정리가 안되더라도, 보병들이 처리해놓으면 되는 데다가 언론에 내세울 것도 필요했던 미군이었다. 그래서 급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얼른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젠하워와 브래들리는 프랑스만 볼 게 아니라 독일 전선도 포함해서 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단 플랑드르-왈로니아 일대로 진격한 부대들에게는 알자스-로렌 지방을 탈환해서 아예 독일군이 비시 정부군을 돕지 못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동시에 보르도 방향으로 진격한 기갑부대들에게는 거기서 바로 몽펠리에-마르세이유 방면으로 크게 우회해서 비시 정부 후방을 타격하도록 했다.
비시 정부 요격 계획. 구도가 완벽히 잡힌 건 아니었지만, 빠르게 제압하려는 미군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작전은 순조로웠다.
플랑드르-왈로니아 지역은 말 그대로 뻥 뚫려 있었다. 대부분의 독일군들이 동부전선에 집중된 덕이었다. 간간히 독일군은 반격을 시도했지만, 하나같이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질 못했고 결국 나무르 지역을 브래들리가 탈환하면서 벨기에는 거의 제압되었다. 그러나 아르덴 숲 지역은 아직까지 탈환하지는 못했다.
나무르와 로테르담에 대한 공격. 네덜란드를 막고 있던 독일군은 패주했고,
트로이에 있던 독일군은 포위되기 전에 얼른 도망가려고 하고 있었다.
남프랑스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보르도에서 출발해서 포와 페르디낭을 크게 우회하는 데 성공한 미군은 오슈와 생테티엔과 클레르몽페랑으로 크게 우회, 툴루즈를 완전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와중에, 영국군은 또 물자가 부족하다고 졸라댔고, 칭얼거리는 거에 이골이 난 미군은 대충 쓸만한 무기를 던져주고 제껴버렸다.
남프랑스 방면. 일시적인 패배가 있긴 했지만, 비시군을 차질없이 밀어냈다.
이 바쁜 와중에 껴든 영국의 무기대여신청. 지겨울 정도다.
남프랑스가 아주 깨끗하게 정리되고 있을 그 무렵.
프랭클린은 한 통의 전보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단 한 명의 참모진도 없는 자신의 서재에서, 그는 전보를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었다. 달이 아주 어슴푸레 뜬 그 날 저녁,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결단을 내려야 덜 피를 흘릴 것인가. 그리고 명분을 얻을 것인가. 프랭클린은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나치독일에게 선전포고를 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했던가. 그들과 타협하지 않겠노라, 그는 그렇게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행동해 왔다. 하지만 지금, 연합군의 의미가 무색한 데다가 마치 미국이 모든 것을 다 '정리'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 다른 지도자들 때문에 서서히 그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지킬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것이냐. 조용히 생각하던 그는 결심을 한 모양이었는지, 자신의 서재를 떠났다.
그 전보를 품 안에 넣으면서.
1944년 8월.
프랭클린의 요구대로 비시프랑스를 완전히 제압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비시 정부군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상태였기에 거의 점령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남프랑스처럼, 북프랑스와 베네룩스 지역 역시 별 다른 문제 없이 진격을 시작했다. 몽고메리 장군의 마켓가든 작전은 미군 수뇌부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그 범위를 네덜란드 서부로 제한했다. 8월 8일. 아헨과 아인트호벤이 탈환되었고, 3일 뒤에는 암스테르담과 앤트워프를 탈환했다. 12일에는 바스토뉴와 룩셈부르크가 탈환되어, 독일군을 점차 압박하기 시작했다. 물론 독일군도 동부전선의 부대들을 차출해서 방어를 시작했지만, 압도적인 미군의 수에는 역부족이었다.
네덜란드-벨기에 전선. 이미 나치는 힘을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8월 4일에 알자스-로렌 지방에서 패했을 때부터, 이미 그 징조가 나오기 시작했다.
8월 16일쯤 되면 미군은 서유럽을 거의 석권하게 된다.
8월 22일에는 남프랑스의 마지막 저항지역이던 마르세이유가 함락되었고, 비시 정부는 그들의 수도가 있던 비시 지역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곧 얼마 안 있으면 무너질 것이었고, 패탱 원수는 그런 상황을 비관하고 있었다. 자신의 편지가 제대로 전해지긴 했을지, 그것이 희망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8월 25일.
비시(Vichy) 시 근방 25km 지점의 경계초소. 몇 대의 세단이 보닛 왼쪽에 흰 깃발을 차에 꽂고 달려오고 있었다. 자유프랑스의 외교사절이겠거니 생각한 초병들은 잠시간 세단 대열을 보더니 황급히 무전을 치기 시작했다. 보닛의 오른쪽에는 빨강과 파랑, 두 색깔이 또렷이 보이는 성조기가 달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일 뒤, 미국 행정부는 공식적인 외교문서를 발표한다.
그 문서에는 수도를 중심으로 한 20km 반경 내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토는 모두 미국에 할양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미국 대통령인 프랭클린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친필 사인 옆에는 또 다른 사인이 있었다. 그것은 프랭클린도, 엘레너도, 그리고 다른 각료들의 사인도 아니었다. 분명 다른 누군가의 것. 그 사인은 꽤 흔들려 있었지만, 또렷이 읽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인의 끝은 번져 있었다. 마치 눈물이라도 떨어졌던 것처럼.
그 사인은 다음과 같았다.
'비시 프랑스 정부 국가 원수 Henri Philippe Pétain'
- 12. 타협 結 -
아, 늦어도 엄청 늦었습니다;
거의 잊혀졌을 것 같네요. 그간 이런저런 사정이 있었습니다.. 너그러이 봐주시기를....
다들 제목도, 내용도 보셔서 아시겠지만 말 그대로입니다.
수도 비시를 제외한 나머지 전 지역을 전부 점령했더니, acceptall이 필요없이 모든 영토를 할양받더군요(물론 수도인 비시는 빼구요). 다행히 극도의 민주주의 사회라 반란도는 높지 않습니다...ㅋ
프랑스 전역은 비시 정부의 항복을 끝으로 완전 정리되었습니다.
남은 건 이제 독일-이탈리아와 발칸인데... 발칸은... 음ㅋㅋ 나중에 알려드리죠ㅋ
첫댓글 비시 공국의 탄생인가!
괴뢰는 아니지만....ㅋㅋㅋㅋㅋㅋㅋ
수도를 점령해야 자유 서유럽 이벤트가 제대로 발동헐것 같습니다만. 동유럽의 위성국화도 말이죠
지금 미국은 자유 서유럽이 뭔가요, 먹는건가요 모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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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좋은 비시 콩국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싸움중 비시 프랑스로 인한 프랑스의 약세로 서유럽이 지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서유럽의 미국화
돋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돋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럴리가요ㅋ
전 이벤트 실수로해서 소련=렉국가 만듬 1000보병 웨이브만듬.....
그냥 역사와 같은 영역으로 만들죠 동 서 유럽의 균형은 역사대로,
그럴리가요ㅋ
지금 미국으로 세계정복하시려는건가요!
그러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ㅠ
오오, 그거슨 천조국.
천조는 쉽게 돌파하는 겁니다ㄲ
천조를 막을자 그 누구인가..
그, 글쎄요...
어째 부대가 해병대와 공수부대 몇몇부대를 제외하곤 거의다 기갑사단이네요.
역시 천조의 위엄인가?
저는 거의 기갑을 써서요. 물론 보병대도 있습니다. 남프랑스 일대를 파고드는 전략을 취하는 통에 기갑사단이 많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