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 돈에 대하여
휴가지로 향하는 차에서 따분해한 아이들이 게임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끝말잇기를 하다 나중에는 앞으로 읽어도, 뒤로 읽어도 똑같은 단어를 번갈아 말하는 게임을 했다. 아마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때문인 모양이다. “제 이름은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입니다. 기러기, 토마 토, 스위스,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 드라마에서 주인공 우영우가 자신 을 소개하는 말이다. 이처럼 똑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똑같이 읽히 는 것을 '팰린드롬' 또는 '회문(回文)'이라 한다. 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 를 끌다 보니 영어권에서는 이 대사를 "Kayak, deed, rotator, noon, race car, tomato."로 표현했다. 모두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읽히는 단어들이 다. 이는 문장에도 있다. "아 좋다 좋아, 다시 합시다." "Was it a cat I sa w?"와 같은 것들이다. 한참 게임하다 더 이상 떠오르지 않는지 아이들은 급기야 숫자까지 말 하기 시작했다. "3537353, 내가 아는 전화번호야." 하는 식이었다. 억지 처럼 보여도 게임 규칙에는 부합했다. 돈에도 이런 숫자 회문이 있다. 지폐에는 발행 순서대로 부여되는 일련 번호가 있는데, 이것이 특이할 경우 화폐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 다. 그 중에서 '1212121, 4548454, 2571752'처럼 앞뒤로 숫자 배열이 같 은 경우를 '레이더'라 한다. 레이더도 팰린드롬에 해당한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은 조용했다. 표정을 보니 모두들 휴가지 에서의 추억을 곱씹는 듯했다. 단어가 아닌 추억을 거꾸로 읽는 생각의 팰린드롬이었다. 지폐의 일련번호가 팰린드롬이라면 그 가치가 뛰지만, 즐거운 추억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조병익 | 한국은행 직원, <돈이란 무엇인가> 저자 그래도, 살면 좋겠다
미국에서의 간호사 생활 40여 년 중 30년 이상을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그 자리의 무게감은 막중했고, 때로는 버겁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기에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퇴근 후에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애써 밝은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을 과장하여 떠들어 대기도 했다. 마음이 여린 탓에 환자가 세상을 떠나는 상황은 매일 명치끝에 매달렸고, 가슴 아린 사연 으로 켜켜이 쌓였다. 조금이라도 마음을 달래고자 틈틈이 환자들의 사 연을 글로 적었다. 중환자실에서 5만여 명이 넘는 환자들과 가족들을 만 났다. 그들의 사연은 어느 하나 깊지 않은 것이 없었다. 각기 다른 사연 속에서 그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다. "그래도, 당신이 살면 좋겠다." 평생 속만 썩인 원수 같은 부부도, 지긋지긋한 가족도, 왜 나에게만 이런 불행이 닥쳤냐고 원망하는 환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떠나지만, 그 끝이 평화롭다면 역설일까. 영원히 잠 든 이의 얼굴은 고통을 떠나보내고 편안해진다. 그러나 남은 이들은 떠 나는 이를 향해 당신이 살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리며, 사랑하고 미안하 고,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동시에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도 깨달았다. 지난날을 돌아본다. 누군가의 마지막 배웅 길을 함께한 나의 모습. 환자 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그들의 손을 잡고, 사연을 경청한 자리. 그들을 위해 헌신한 중환자실 매니저의 일. 뒤돌아보니 그곳엔 소 중한 삶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전지은 | 작가, 전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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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새벽 님!!
소중한 댓글로
고운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교차 큰 계절
건강 유의하시고
행복한 주말지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