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7일
드디어 예약했던 날이 왔다
그동안 가장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본넷위의 각종 흠과 부분적으로 도장이 벗겨진 곳과 조수석쪽의
광택코팅이 벗겨져 무광택이 되니 바로 옆문의 색상과 많이 달라보였다
범퍼를 칠하고 나니 요령도 생기고해서 본넷도 잘하면 깔끔히 처리될까 싶어서 덤벼 본 것이다
결과는 아주 엉망으로 안하는 것만 못하게 되어버렸다
나름대로 한다고 퍼티칠과 샌드페이퍼로 표면을 잘 고르고 주변에 신문지 덮고 스프레이를 조금씩
뿌려갔는데 패여 나간 광택부분을 칠로 덮으려니 꽤나 많은 양이 들어간다?
그리고 튀는 돌둥에 패인 본넷의 앞부분의 작은 상처도 녹이 슬었길래 페이퍼로 문대면서 가느다랗게
스크래치만 더 생겨서 본래의 상처보다 더 크게 칠하게 되었다
신문지를 걷어내고 본 모습은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우선 색상이 진해서 완전히 티가 난다
게다가 주위부분의 샌드페이퍼가 내버린 자국은 칠을 얇게 하여도 눈에 확 뜨인다
어서 빨리 공업소에서 도장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작업 독촉을 한 날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낸 사고중 가장 큰 실수로 인한 찌그러진 뒷헨다는 브레이크등까지 금이 갔다
재작년 겨울에 빙판길이 된 시각에 시내 마트를 들어 가는데 큰길에는 염화칼슘으로 녹아
있어서 대형마트의 출입구쪽 도로도 당연히 녹아있을 것으로 믿고 커브를 도는 순간 좌르르
미끄러지는게 아닌가!
황급히 핸들을 조작해서 앞으로 빠져 나오는데 뒤에서 퍽소리가 났다
스텐울타리를 미처 다 빠져나오지 못하고 스치듯 부딪치면서 나는 소리였다
그나마도 다행이다 싶지만 나중에 생각할수록 억울하기도 했다
그 곳은 90도 급커브이어서 한밤중까지 영업을 하니까 당연히 염화칼슘을 뿌려놨어야 한다
그때 생긴 사고현장의 울타리는 아직도 삐딱하게 서있다
지금도 그 곳을 자주 이용하는 내 눈에 들어올 때마다 마음이 찜찜하다
거기가 그러하듯 내 차도 그렇게 2년여를 버텨 왔다
스텐은 녹이라도 안슬지, 내 차는 녹이 슬어가고 깨진 등은 조각을 붙이고 다녔다
수소문한 끝에 왕발친구가 소개시켜준 대성 1급자동차 정비공업사에서 염가로 해주기로 했다
평소 가끔 이용했던 신안동 ㅈㅇ회관이란 식당 바로 옆이었는데 이제서야 보인다
지금 한 여름 휴가철이 가장 한가하다는데 내 눈에는 내 차는 언제 고칠까 싶게 대기중인
차량들이 즐비했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여기까지.. 그러니깐 3면을 도장하기로 했다
공업사 사무실에서 친구와 잡담하고 있는데 쾅쾅하는 예사롭지 않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 보았다
내 차의 들어 간 부분을 스포트 용접기처럼 생긴 것으로 철판에 부착함과 동시에 묵직한 쇠로
만든 손잡이를 뒤쪽으로 쳐내면서 부분부분 차체를 잡아 당겨 나오게 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 대니까 이 젊은 사장이 일하다 말고 놀란다
작업내용을 내 블로그에 올릴려고 그런다하니 다시 자기 일로 돌아간다
실은 이미 얼마 전 저녁에 술잔을 부딪치며 이미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40대 중반에 이만큼 큰 공업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직 장인정신에 입각하여 꾸준히 공부하고 노련함을 축적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엔진만 빼놓고 내외부가 완전히 찌그러져 폐차해야 할 차량도 여기서 복원되어 나간다
물론 일반 차량은 아니고 사고 낸 렌트카는 어쩔 수 없이 복원해야 한단다
세상에나.. 복원비가 새 차값의 2/3 수준이나 된다.. ㅋ!
[ 스포트용접 판금기로 철판을 잡아당기는 모습 ]
움푹 들어간 부분을 뽑아내면서 손으로 대략 쓰다듬고 옆으로 눈가늠을 잡더니 이제
샌드페이퍼기를 들고 아직도 광택이 번쩍거리는 본넷을 이리 저리 사정없이 문질러 댄다
보고있는 내가 무담시 아까워서 자릴 피했다 (먼지가 징하게 많이 났음)
[ 샌드페이퍼로 울룩불룩한 표면을 매끈하게 처리함 ]
다음 작업으로 퍼티를 아주 능란한 솜씨로 바른다
판에 덜어 놓은 퍼티를 적당량 떠서 가로세로로 표면이 편평하게 만드는게 기술이란다
퍼티의 상태를 보니 내가 시판되는 튜브속의 퍼티와는 질이 좀 달라 보인다
속성경화제를 섞었는지 물컹물컹해서 내가 이런 것으로 바르다가는 도저히 기존 철판과
평형한 정도를 맞출 수 없겠다 싶었다
[ 숙련된 손동작으로 퍼티를 바르는 중 ]
[ 퍼티를 바르고 말리는 중 ]
퍼티가 마르는 동안 다른 차량의 범퍼에 퍼티를 칠하러 간다
그러더니 또 다른 차량으로 가서 퍼티를 칠한다
한마디로 일괄공정인 것이다
내 차 작업할 때 도와주려고 작업복 차림으로 나섰는데 실컷 눈구경만 하고 왔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앞뒤 차폭등과 보조 사이드미러나 탈거하는 정도였다
[ 잘마른 퍼티칠 위로 돌려가며 표면처리를 하는 손놀림이 예술이다 ]
그리고 군데군데 뭔 빨간칠을 한다
퍼티까지 바르지 않아도 될 만큼 작은상처를 때우는 것이란다
남은 작업은 페인팅을 위해 신문지와 테이프가 붙어있는 비닐로 차체를 둘러 놓는다
아래쪽은 테이프가 붙여져 있고 25센티나 될까한 길이로 말려있는데 테잎을 붙이고 위쪽으로
비닐을 뽑아 올리면 3배는 더 길어진다
저런 비닐뭉치가 있는 줄 알았으면 저번에 범퍼 칠할 때 유용했겠다
페인팅부스로 들어가기 전에 혼합한 페인트를 작은 판에다가 스프레이를 해서 차에 붙이고 마르길
기다려서 비교하는데 두번만에 차량 색으로 만들어 냈다
내 차의 경우 지금은 아예 통페인트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색번호 30호-그레이 AN)
아직까지 보수용 페인트로 작은 스프레이라도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 이 스프레이도 세군데나 들러서 8개를 샀었다
앞서 칠을 하고 열처리를 하고 있는 차량이 나오길 기다렸다
부스안에는 열처리용 히터가 열댓개 붙어있었고 스프레이건을 들길래 슬그머니 나왔다
씨익~ 웃는게 아무래도 나까지 포함해서 불어 댈 낌새다
거의 한시간 반쯤 후에야 나온다는데 다른 일하니라고 훨씬 이후에서야 차를 뺐다
캬~~~ 번쩍거리며 나오는 폼이 새차가 된 기분이다
다소 색상이 진하게 보인다고 했더니 좀 지나면 색상이 옅어져서 비슷할 것이란다
이제 다음 일은 세차하고 차체 전부를 광택먹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