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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순정시대 純淨時代 원문보기 글쓴이: 순정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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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석가탄신일 법문 - 정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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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아미타불, 연우님들, 반갑습니다.
1. 감은의 말씀
오늘은 석가탄신일입니다. 우리는 정토종의 행자로서 아미타부처님을 본존으로 모시지만, 사바교주이신 석가세존께서 이 땅에 오시지 않았다면 우리는 결코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염불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우선 말법시대 죄악생사범부인 우리에게 정토법문을 설해주신 석가세존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다음은 석가세존께서 이 법문을 우리에게 전해주실 수 있도록 본원을 세우신 아미타부처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다음은 석가세존의 본의와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을 정확히 읽으시고 말세중생을 위해 정토종을 열어주신 선도대사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는 정토종의 전승이 천 년 이상 끊긴 오늘날, 우리가 공부할 수 있고 수행할 수 있도록 이 법맥을 이어서 순수정토 가르침을 펴주신 혜정법사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2. 아미타불의 본원을 설하기 위해 오신 부처님
우리에게 있어서 석가탄신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늘 비로선원에서도 준비를 했지만, 거의 모든 도량에서 욕불(浴佛: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킴)을 하실 겁니다. 여기에는 아기 부처님의 탄신을 축하하는 의미도 있겠으나, 우리 정토행자에게는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을 설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석가세존의 은혜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더 클 거라 생각합니다.
성도문에서 가장 유명한 <법화경>에서 석가세존께서는 이 세간에 출현하신 본회가 “개시오입 불지지견開示悟入佛之知見”이라, 즉 모든 중생을 성불케 하겠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석가세존의 본회는 중생들이 삼승三乘의 과위를 증득케 하려는 게 아니라 성불하도록 하는 데 있다는 것이지요. 석가세존뿐만 아니라 시방여래의 출세본회도 모두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석가세존께서 직접 설하신 근본원칙이자 근본목적입니다.
그러나 우리 범부중생은 이 목적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일체 중생이 어떻게 전부 성불할 수 있을까요? <법화경> 속에서 우리는 명확한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법화회상에 참석했던 수많은 제자들이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긴 했으나 거기엔 우리의 몫이 없을뿐더러 그 시간도 무량억겁이 지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제자들도 무량억겁이 지나야 성불한다고 하셨는데, 수기를 못 받은 우리는 더욱 말할 것도 없겠지요.
선도대사께서 <관경소>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무시겁이래로 그들과 함께 동시에 악을 끊고 보살도를 닦겠다고 발원했었다. 그들은 모두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도를 닦아 계위를 밟아서 인지因地가 원만해지고 과지果地가 무르익어 성인의 과위를 증득한 자가 대지의 티끌수보다 많다. 그러나 우리 범부들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헛되어 삼계에서 유랑하며 번뇌와 악업의 장애는 갈수록 많아지고 복과 지혜는 갈수록 미미해지고 있으니, 이는 마치 어두운 밤에 거울을 보는 것과 같구나. 홀연히 이 일을 생각할 때면 깜짝 놀라고 슬피 탄식함을 금할 수 없구나!”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금생에 결정코 성불하도록 하는 법문은 오직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염불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비록 성도문 <법화경>의 가르침에 의거하더라도 석가세존의 출세본회가 염불왕생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명나라 고승이신 우익대사께서도 염불왕생을 “화엄의 심오한 법장과 법화의 비밀스러운 골수, 일체제불의 심요와 보살만행의 나침반이 모두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라고 말씀했던 것입니다.
정토삼부경 중에 석가세존께서 출세본회에 관한 명확한 법문이 있습니다.
먼저 <무량수경>:
“여래는 끝없는 대자비로 삼계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세상에 출현하여 진리를 널리 펴서 중생을 건지고 진실한 이익을 베풀고자 함이니라.”
이 글을 ‘출세본회문’이라 부릅니다. 이 경문에서는 석가세존께서 이 땅에 오신 목적이 바로 <무량수경>의 미타본원을 설하시어 중생에게 왕생성불이라는 진실한 이익을 베푸는 데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마지막에
“미래 세상에 경전과 그 가르침이 전부 사라지더라도 내가 자비심으로 중생을 가엾이 여겨서 특별히 이 경전만은 백 년을 더 머물게 하리라. 어떤 중생이라도 이 경전을 만난다면 원하는 대로 모두 다 구제될 수 있느니라.”
라고 하셨습니다.
이 경문에서도 똑같이 석가세존의 출세본회가 염불왕생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왜 이 경만을 특별히 남겨주셨을까요? 왜냐하면 이 경에서는 염불을 설하고 있고, 이 염불이 석가세존의 출세본회이기 때문입니다. 석가세존께서 본회가 아닌 경전을 특별히 남길 이유도 없고, 또 특별히 남긴 경전(무량수경)이 부처님의 출세본회가 아닐 이유도 없습니다.
<관경>에서 석존께서는 먼저 정산이선定散二善을 통해 일체 법문을 그 속으로 거두어들이시고, 맨 마지막엔 염불을 부촉해주셨습니다. <아미타경>은 석존께서 무문자설無問自說하시고 육방 항하사 제불들이 광장설을 내밀어 이 염불법이야말로 석존의 출세본회임을 증명해주셨습니다.
선도대사님의 오부구권五部九卷에서는 염불법이 석존의 출세본회라고 설하신 법문이 굉장히 많은데, 여기서 일일이 열거하진 않겠습니다.
만약 석가세존께서 이 땅에 오셔서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을 우리에게 설해주시지 않으셨다면, 온 세상이 밝고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여 있어도 저는 앞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삼계가 화택이다. 삼계가 감옥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의 어두운 무명업식이 만들어낸 혼돈의 세상에서 살고 있으면서 그 속에 보이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유정중생과 사물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으면서 우리의 무명업식만 살찌우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석가세존께서 이 땅에 오심으로 인해 우리 중생들은 어두운 무명의 터널을 지나 아미타부처님의 구제의 광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당연히 석가세존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3. 아미타불의 대원업력
석가세존께서 이 땅에 오셔서 정토법문을 펴신 데에는 아미타부처님의 제17원의 역할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제17원에서 “만약 제가 부처가 될 적에, 시방세계의 무량한 제불이 저의 이름을 칭찬하지 않는다면 저는 부처가 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원으로 인해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중에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찬탄하지 않은 부처님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찬탄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아미타부처님의 명호를 칭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미타부처님의 대원업력에 힘입어 극락왕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도대사께서는 “일체 선악범부가 왕생할 수 있는 것 치고 아미타부처님의 대원업력大願業力에 승탁하는 것을 증상연으로 삼지 않은 이가 없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수행을 했더라도, 정선을 닦았든 산선을 닦았든 염불을 했든 간에 일단 극락왕생을 했다 하면 전부 아미타부처님의 대원업력에 의한 것이지, 본인의 수행력에 따른 게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이 대원업력을 우리는 대원大願과 대업大業, 대력大力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원이란, 법장보살이 210억에 달하는 불국토를 두루 관찰하시고 나서 그 불국토들의 장점만을 취하시고 오겁의 사유를 거쳐 발한 48원을 말하고, 대업이란 이 48대원을 성취하기 위해 불가사의한 조재영겁의 시간 동안 실천하신 온갖 난행고행을 뜻하며, 대력이란 오겁의 사유와 조재영겁의 수행을 통해 성취하신 명호의 위없는 공덕력과 광명의 걸림 없는 섭취력을 의미합니다.
이 대원 대업 대력은 누구를 위해 발하시고, 누구를 위해 닦으시고, 누구를 위해 이루셨을까요? 바로 나를 위해서입니다.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입니다.
제18원에서 시방중생이라고 하셨는데, 그 시방중생이 바로 나 한 사람입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18원에서 설한 시방중생은, 정토종의 종지에서 말했듯이 “아미타불의 구제를 믿고 받아들이고, 오로지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며,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기를 발원”한 중생입니다.
이런 중생은 비록 시방중생이라 부르긴 하나, 실은 동일한 종류의 중생입니다. 똑같이 아미타불의 구제를 믿고 받아들이고, 똑같이 오로지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며, 똑같이 아미타불의 정토에 왕생하기를 발원한 중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18원의 중생은 아미타부처님과 일대일의 관계이므로, 나의 입장에서 당연히 나를 위한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를 구제하기 위해 대원업력을 성취하신 아미타부처님의 은혜에 깊이깊이 감사드려야 합니다.
4. 선도대사의 해정고금
앞서 우리는 석가세존의 출세본회가 바로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염불을 설하는 데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이런 석가세존과 아미타부처님의 금구성언이 있음에도, 두 부처님의 의중을 정확히 읽으시고 말법시대 중생을 위해 한 치 오차 없이 정확히 설해주신 분은 역대 조사님 중에 선도대사善導大師밖에 안 계십니다. 다른 조사님들이 다 틀렸다는 게 아니라, 정토교리를 집대성하시고 우리 범부를 위해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을 가장 체계적이고 명확하게 설해주신 분은 선도대사밖에 없다는 말씀입니다.
선도대사님 이전에도 정토교리를 설해주신 스님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은 당신들이 속해 있는 종파의 교리에 의거하여 성도문의 관점에서 정토를 해석하셨기 때문에 아미타부처님의 타력구제와 석가세존의 출세본회를 속 시원하게 드러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극락세계 상적광토에 계시던 아미타부처님께서 말세중생이 길이 번뇌의 파도에 휩싸여 생사의 고해에서 허우적거리는 참경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선도대사로 화신을 나투셨던 것입니다. 대사께서는 정토교리에 관한 고금의 잘못된 해석을 바로 잡기 위해 오부구권의 저술을 남기셨습니다.
혜정법사님께서는 선도대사님의 정토사상의 특색을 네 구절 16글자로 표현해주셨으니, 바로 본원칭명本願稱名, 범부입보凡夫入報, 평생업성平生業成, 현생불퇴現生不退(본원인 칭명으로, 범부가 보토에 들어가며, 평생에 업이 완성되고, 현생에 물러나지 않는다)입니다.
이 특색이 선도대사께서 고금을 잘못된 해석들을 해정(楷定: 잘못을 바로잡음)한 주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도대사께서 해정고금楷定古今이라 말씀하셨는데, 이 고금은 비단 천삼백여 년 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선도대사께서 해정하신 잘못된 정토교의가 오늘에도 여전히 만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토종 특색에 관해 오늘은 따로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선도대사께서 남겨주신 가르침을 만나서 생사에 대한 큰 공포로부터 벗어나 더 이상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안심과 만족과 희망과 위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선도대사님의 은혜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5. 이 시대 선지식
마지막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릴 분은 이 시대 선지식이신 혜정慧淨법사님입니다. 혜정법사님은 저의 스승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 진정한 선지식입니다. 이 선지식의 의미는, 이 스님께서 도력이 뛰어나고 깨달음을 얻고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있고 많은 저술을 남겼다는 뜻이 아닙니다. 순수정토종의 법맥이 한국과 중국에서 천년 이상 끊긴 시점에서 한 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그 법맥을 이어주셨고, 이 순수정토의 가르침을 통해 말법시대 오역과 정법비방, 일천제를 포함한 모든 죄악생사범부들에게 왕생성불의 길을 열어주셨기 때문에 충분히 선지식의 자격이 있다는 말입니다.
옛말에 “사람이 도를 펴는 것이지, 도가 사람을 펴는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즉, 그 어떤 법도 사람이 이 법을 펴는 것이지, 이 법이 사람을 펴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미타부처님의 본원이 아무리 수승하고, 석가세존의 본회가 아무리 자비롭고, 선도대사의 해정이 아무리 정확해도 법맥이 끊기면 끝입니다. 천년 전이나 천년 후나 경전은 똑같은 경전이지만, 청정한 법맥전승이 없으면 자기 입맛대로 경전을 해석하게 됩니다.
선도대사의 저서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돌아온 지 백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설사 오부구권을 읽었다 하더라도 해석도 각자 다 다릅니다. 칭명염불을 강조하면서도 선정상의 일심불란을 추구한다거나, 자타이력(자력과 타력)을 주장하면서 자력수행을 더욱 중시하는 가르침도 비일비재합니다. 더욱이 선도대사님의 정토사상을 접하지 못하고 타 종파의 교리로 정토법문을 해석하는 풍토가 천년 넘게 지속되어 왔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순수정토를 편다는 것은 필연코 이학이견異學異見(다른 교학과 다른 견해)을 가진 무리들의 비방과 비난, 비판을 홀로 감내해야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성도문은 꿈도 못 꾸는 우리 죄악생사범부에게 아미타부처님의 타력구제를 알리기 위해 누군가는 총대를 메야 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혜정법사님이십니다.
이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서 끝까지 포기를 모르시고 아미타부처님의 구제의 광명을 전하기 위해 불철주야 애써주신 덕분에 우리 한국 불자님들도 이 법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선도대사님 못지않게 혜정법사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분, 감사해야 하겠죠?
6. 결론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석가세존, 아미타부처님, 선도대사님, 그리고 혜정법사님의 은혜를 되새기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 개인은 송구스럽게도 번뇌와 업장이 두텁고 학식이 부족하여 나름 포교의 원력은 있으나 성과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가 살아있는 한 순수정토 포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지만, 지금까지 순수정토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자면, 이 가르침이 남아있는 한 일체 중생에게 희망이 남아있습니다. 그동안 유튜브에 올린 법문영상만 해도 꽤 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연우님들 중에도 교리공부를 좋아하는 분도 계시고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물론 교리공부는 각자 근기에 따라 하시면 됩니다. 연세도 많고 기억력이 쇠퇴해서 아무리 들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딱 한 가지, “염불하면 반드시 왕생한다.” 이 한 가지 신념만 갖고 염불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나이에 상관없이 여력이 되시는 분이라면 좀 더 디테일하게 공부하셔서 이 한국 땅에 순수정토법문이 사라지지 않고 가능한 더 많은 사람이 이 법을 접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내주시길 바랍니다.
나무아미타불!
첫댓글 법문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심귀명 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