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오랜만에 간첩 조직을 색출했단다. 그런데 이번에 잡았다는 간첩 조직은 여러모로 수상하다. 영양실조 사태의 간첩조직이라고나 할까?
.내가 어렸을 때는 간첩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 신고하면 포상금을 많이 주고 만나면 공작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이다. 그래서 “어디 간첩 없나?” 혹은 “나에게는 접선 안하나?”하는 농담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가까운 지인 가운데 간첩의 자격의 충분한데도 끝까지 간첩이 못된 사람이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입증해 주는 자주시보라는 친북계열의 인터넷신문이 있다. 관계자가 줄줄이 국보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면서도 줄기차게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골수통일세력들이 운영하는 언론이다. 지인은 오랫동안 혼자서 그 신문을 운영하다가 지금은 건강 때문에 더 이상 활동을 못하고 있다.
자주 시보를 운영 할 때 항상 극도의 빈궁한 상태에 있어서 “저 정도면 북한이 좀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목숨 걸고 북한편을 드는데 일체의 관심이 없으니 북한이 너무 냉정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24 시간 감시를 받고 있는 국보법 위반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도 성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도와 줄 수 있을 것이다. 연평 해안에서 한미합동훈련 중에 접근해서 천안함을 격파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북한이 하다 못해 집에 침투해서 화장실에 휴지 대신에 현금 다발이라도 걸어둘 수는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당국의 제재를 받아서 이름을 계속 바꾸어가면서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열성 당원들이 내는 소액의 후원금이 모아져 최저 생활 수준의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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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드니에서 빨갱이 장사를 하다가 먼저 간 후배가 있다. 매사에 형평성 없이 무비판적으로 북한 편을 들어서 갈등을 빚어 나와는 남과 북 사이 보다도 더 먼 사이였지만 고인이 아무리 북한에 대한 애정 표현을 해도 멀지도 않은 켄버라 북한 대사관에서 감사 메일뿐 1원 한 푼 오는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가족도 없이 직원들만 합숙을 하다가 그나마 대사관을 유지 할 수가 없어 자진 철수를 해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과잉되게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다, 혹은 노동자다. 이민자다’라고 자기 자신을 규정짓는 정체성 이데올로기에 빠진 사람들이다. 이렇게 자신을 단일한 정체성으로만 파악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는 피곤했다. 위에 말한 사람도 그런 사람이었다. 어차피 벗어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관념 속에서만 혁명가가 되어 자생공산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청주에서 암약이 아니라 활약을 하다가 문제가 된 이들도 그런 이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