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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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풍”을 보고 난 뒤 먹먹함과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노년의 삶이 불편하지만 곧 다가올 미래의 내 삶을 체험하는 것 같다. 노년의 삶이란 질병으로도 견디기 힘든데 자기 밖에 모르는 자식들로 마음의 상처가 깊은 감정을 연기한 김영옥 나문희 박근형 배우의 열연이 돋보인다.
한편의 詩가 되는 우정, 중학생 시절의 3명의 동창이 80대의 노인이 되어 고향에서 다시 만나 16살의 추억을 떠올리며 노년의 우정을 나누는 휴면 스토리다. 山만 보이는 나의 고향과 달리 바다가 보이는 남해의 마을에서 따뜻하게 자란 16살의 추억을 다시 불러오는 휴면 영화다.
나는 자주 친구들과 만나 밥 먹고 술 마시고 커피도 즐기면서 쓸쓸한 노년을 우정으로 달래며 일상생활을 한다. 영화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현실에서 곧 닦처오는 미래의 노년생활을 보는 것 같다. 자식에 대한 맹목적 사랑과 부모 기대에 못 미치는 자식들과 갈등을 영화는 보여준다.
현실은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볼수있는 노인 폄훼나 혐오를 다반사로 보고 있다. 영화는 우울하고 보기 불편한 면도 있지만 더 이상 외면하고 미룰수도 없는 숙제를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단란한 가족 드라마나 광고와는 달리 우리의 노후는 고되고 쓸쓸한게 현실이 아닌가
그렇더라도 노인은 젊어 보았기에 힘든 청춘을 버터내는 청년들을 보듬고, 청년들 또한 늙어갈 수밖에 없기에 노인들이 덜 서럽게 나이 들수록 공경하고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 노인들이 모여서 신세 한탄이나 “자식”이나 “젊은것”들이라고 욕하고 지내는 것은 삶이 되어서는 안된다.
영화 은교에서 주인공이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란 대사가 교만한 젊음을 볼때마다 떠오르는 말이다.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은 만만치 않고 우리는 모두 시한부로 살다 간다.
영화 속에서 16살 세라복의 엣된 여학생 모습과 빡빡머리 중학생이 추억을 불러온다. 은심이를 좋와하면서도 말못하는 태호의 모습이 통학시절 4촌 여동생 친구의 모습이 그랬다. 서로가 좋와했다면 그 시절의 여학생이 고향에 남아 60년만에 만났다면 과연 어떤 설레임일까
남자 주인공 태호가 뇌종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금순은 기저기 차기, 대소변도 가리기 힘들고 은심이는 도와줄 수 없을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드디어 두 친구는 “다음에 다시 태어나도 네 친구 할끼다”라고 말하며 인생의 마지막 소풍을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난 후 천상병의 詩 “귀천(歸天)”이 떠오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 그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노년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영화다. 점점 쇠락해 가는 육체, 부모 자식과의 갈등, 현대판 고려장이 돼버린 요양원 등 노년의 쓸쓸한 풍경이 펼쳐지는 현실이 우리의 노후생활이다. 다 내려놓고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해야한다. 그리고 두 친구는 존엄사란 묵직한 話頭를 던지며 영화는 끝난다.
<高村堂> 신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