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너무 잘 잤습니다. 중도에 깨지도 않고 그야말로 푹~~ 자고나니 개운합니다. 녀석들 데리고 서쪽으로 여행왔습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 금강산콘도에 예약해놓고 왔으니 어제는 쉬엄쉬엄 운전해서 지금 살고있는 곳에서 완전 반대편으로 온 셈입니다. 바리바리 짐 싸서 왔는데도 여전히 빠진 것들이 있지만 그래도 2박3일 정도라서 지장없습니다.
오는 길에 이승악오름길 중간 전망대도 들려 풍경감상도 하고... 요즘 한라산 정상은 비구름에 늘 휩싸여있어 그 모습을 통 드러내질 않습니다. 여행떠나오니 준이 얼굴에 화색이 만연한데 점점 태균이를 따라서 쩍벌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두 녀석 모두 다리오므리기 연습도 해야 되겠습니다. 이승악오름 입구 주변에 깔끔한 부페집이 있는데 여전히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금강산콘도에 도착하자 짐풀어놓고 바로 협재해수욕장으로 갑니다. 사람도 차량도 넘쳐나는 협재해수욕장은 이미 중국인들에게 점령된 듯 태반이 중국인입니다. 동쪽에서 자주 마주치는 중국인들은 대부분 노동자급이지만 협재해수욕장에서 놀고있는 중국인들은 완전 급이 다릅니다.
아마도 투자이민케이스로 제주도에 정착한 사람들로 보이는데, 중국인 영주권 취득을 위해 건설되었던 라온프라이빗 단지가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동쪽에는 섭지코지 입구에 오션스타 콘도미니엄 단지가 중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건설되었다가 잘 되지않아 좀 퇴색된 모습이 완연한데 반대 서쪽은 사정이 다른가 봅니다.
물맑고 드넓은 백사장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물놀이가능 구역을 딱 정해놓은데다 마침 썰물이라 바다구역이 마치 욕탕 속처럼 갇혀있는 느낌입니다. 한쪽 편에 겨우 여유공간이 있어 녀석들 풀어놓고 즐기게 합니다. 때맞춰 밀물이 들어오니 무려 한 시간을 기다려 태균이는 수영을 시작하고, 그 전에는 사람관찰에 여념없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켜져서 사람들 지켜보는게 요즘 확연히 드러납니다.
비양도가 바라다보이는 협재해수욕장은 어제따라 드넓은 바다풍경만큼 하늘도 새털구름이 끝없이 펼쳐져있어 바다와 기막힌 조화를 이룹니다. 그 하늘 위로 점점히 나르는 비행기들은 연실 이어집니다. 하늘 위 비행기보기 연습도 시키는데 준이는 고개들어 하늘보기가 도저히 안됩니다. 요즘 저한테 자꾸 집착을 해서 일부러 바다에서도 5미터 정도 떨어져 지켜보았더니 그 정도 거리에서도 저를 전혀 찾아내지 못합니다. 시야가 이 정도이니 준이가 좀더 적극적이어야 그나마 더 개선해 갈 수 있는데 또 준이걱정...
멀뚱히 서있는 준이를 바다에 앉혀보려 노력하는 태균이, 최선을 다해보지만 준이 결코 다리를 꺾지않는 통에 포기하고는 진이랑 아주 다정하게 노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친구도 없는 태균이에게 준이 진이 동생들은 태균이의 사회성을 그런대로 발휘해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같아 보입니다.
진이랑 신나게 놀더니 그래도 혼자있는 준이가 못내 미안한지 다시 다가가보는 태균이, 형아말이라도 좀 따라주면 좋으련만 여전히 요지부동 준이! 참으로 야속한 요지부동이지만! 그래도 바다 한가운데 서있기라도 하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합니다.
이렇게 서쪽에서의 하루는 또 저물어가니 진이녀석 아쉬움이 커도 숙소로 향합니다. 그렇게 긴 백사장을 지나가는데 저를 부르는 반가운 목소리! 오 마이갓 웅이맘을 여기서 만나다니. 수건으로 얼굴을 다 가린 저를 알아보았다기보다 태균 준이를 먼저 알아보고 저를 부른 것이었죠. 어찌나 반가운지 2년 전에 제주도 방문한 여러 명의 엄마들과의 조우 이후 다시또 우연히 만난 것입니다. 매년 제주도엘 오지만 대부분 동쪽보다는 서쪽을 선호하는 듯 합니다.
너무 반가와서 서로 안부전하며 길게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사정인만큼 아쉽게 짧은 대화만 마치고 헤어져야하니 서쪽에서의 첫 날은 보람도 컸습니다. 어찌나 피곤했는지 일기쓰려다가 그냥 잠들었더니 내용도 없는 일기를 태균이가 올린 모양입니다 ㅎㅎ 아침에 눈떠보니 내용없는 일기가 어찌나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지! 오늘은 제주도 방문한 헌이맘을 만나기로 했으니 또 즐겁게 보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