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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와 성형스타들 추석날 밤, 텔레비전을 통해 ‘미녀는 괴로워’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TV에서 추석특선으로 해주는 한국영화를 몇 편 봤지만 이 ‘미녀는 괴로워’가 시청자에게 제일 어필하는 ‘웰 메이드’ 영화인 것 같습니다. 자정 넘어 Daum의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 영화에 이‘미녀는 괴로워’가 올라와 있는 걸보면 동시간대에 이 영화가 최고 시청률을 차지했나봅니다. 올 추석특선 영화중 ‘미녀는 괴로워’가 시청률 1위를 차지할 듯합니다.(조금전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추석 당일 텔레비전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했다는군요.^^) 이번 추석특선은 비교적 ‘새 걸’ 해줘서 볼만 했습니다. ‘타짜’를 비롯해 ‘잠복근무’ ‘천하장사 마돈나’ 등등 흥행성적이 괜찮은 한국영화들이 선보였지만 개인적으론 ‘타짜’는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김혜수의 불안정하고 이상한 톤의 대사를 듣자마자 채널을 돌렸습니다. ‘타짜’도 작년에 흥행이 아주 잘 된 영화라지만 끔찍한 장면이 나온다는 소릴 듣고 영화보기를 접었었지요. 텔레비전으로 보면 그래도 좀 마일드해진 장면만 내보낼 테니까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몇 장면 보다보니까 영 몰입이 안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적 취향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꼭 제 개인취향만 그런게 아닌가봐요. 좀전 시청률 조사를 보니까 타짜는 10%, 미녀는 23%라는 군요. 이런게 바로 인지상정이랄까요?^^) ‘미녀는 괴로워’는 작년 말 개봉한 이래 ‘입소문’을 타고 전국 관객 동원 670만 명을 기록한 흥행작입니다. 금년 상반기 영화진흥위가 집계한 관객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군요. 개봉하는 동안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차일피일 미루다가 영화관에 가서보진 못했지만 이렇게 추석특선으로나마 보게 되어 다행이라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올해 초, 명동 거리를 걷다 보면 어김없이 들을 수 있었던 노래가 바로 이 영화에서 김아중이 부르는 ‘마리아’였습니다. 추운 바람이 부는 명동 거리에 흘러넘치는 이 노래의 선율은 귀를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물론 외국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지만 김아중의 노래솜씨도 보통은 넘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스즈키 유미코라는 일본 만화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이 영화는 요즘 한국인의 최고 화두라는 ‘성형’을 주제로 아주 재치 있게 잘 이끌어 간 것 같습니다. 만화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을 했다는군요. 어쩐지 치매 앓는 아버지를 등장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저건 일본적인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느꼈는데 바로 그 대목을 감독이 새로 집어넣은 거랍니다.^^ 대한민국은 지금위로는 대통령내외로부터, 영화에서처럼 ‘알바’를 뛰어가면서 눈물겨운 수술비를 마련하는 묘령의 아가씨들까지 온통 성형 열풍에 휩싸여 있다죠. 한해 성형비용으로 몇 조원이 들어간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난리가 났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어쩌면 외모지상주의의 ‘세계화’추세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 중국에선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처럼 전신성형을 한 아가씨가 화제에 오른 일도 있습니다. 전신성형에 몇 억원이 들었다지요. 두어 달 전인가요, 학력사기범인 신정아 사건이 터지면서 ‘본의 아니게’ 유명연예인들이 줄줄이 학력위조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고 야단법석을 떨었던 일이 있습니다. 신정아사건이야 아직 현재 진행 중이지만 얼마 전에는 ‘성형 고백’한 여성 연예인들이 줄줄이 인터넷 포털을 달구었습니다. 조금전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바로 어젯밤에도 이효리가 자신이 코를 성형했다고 한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고백을 했다는군요. 그것도 오락프로그램 답게 벌칙으로 돼지코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나 코 성형해서 안돼는데"라고 했다는군요.
'미녀는 괴로워'에서도 주진모가 키스하려하자 김아중이 의사가 말했던 걸 떠올리면서 '거부'하는 장면이 나와서 웃었는데 영화와 현실이 이렇게 겹쳐지기도 어렵죠?^^ 물론 이 성형 고백은 그동안에도 심심하면 간간이 터져 나오는 단골 메뉴였죠. 언젠가는 요새 한창 잘나간다는 현영이 심심하면 손을 봤다고 해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일도 있죠.
불행한 이야기지만 그 탤런트는 얼마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한 달 전쯤엔 한때 잘나가다가 슬그머니 사라졌던 한 여성탤런트가 자신이 성형 실패로 연예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고, 자신을 수술해주었던 의사는 ‘자살’해버렸다는 아주 쇼킹한 고백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인터넷에 나온 사진을 보니까 그 탤런트의 쌍꺼풀한 눈이 그야말로 엽기스럽게 변했더군요. 하지만 의사가 자살까지 했다는 건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대부분 그녀들은 텔레비전 토크쇼에 나가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도 누설하는 듯 자신의 성형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합니다. 마치 조금 전 영화 속 김아중이 눈물로 성형 고백하는 장면처럼. 그리고는 ‘재기’를 선언하는 수순을 밟습니다. 이 탤런트도 곧 재기한다는데 글쎄요 그게 그렇게 쉽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런 그들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참 안쓰럽게 여겨지더군요. ‘재기’에 성공한다는 건 데뷔하자마자 성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연예계에선 인기있던 사람이 한번 꺾였다가 재기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만큼 연예계라는 거친 벌판은 시간과 대적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언젠가는 남성 가수인데 자신이 성형했노라고 당당히 말하는 모습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이 남자가수뿐 아니라 꽤 유명한 남자 탤런트들 중에도 얼굴에 손댄 사람은 한 둘이 아닌 듯합니다. 요새 한창 잘나간다는 가수 비도 데뷔 직전 기획사에서 "눈 좀 손 봐야겠다"고해서 성형외과에 갔었는데 의사가 "이런 눈은 그냥 놔두는게 더 낫다"고해서 쌍꺼풀을 안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비의 육성고백으로 들었던 일도 있습니다. 좀 오래전 얘기지만 가수 주현미도 데뷔직전 '눈'을 손봐야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비와 마찬가지로 의사들이 가만놔두라는 조언에 손을 대지 않았다죠? 요샌 오히려 그런 쌍꺼풀 없는 얄상한 눈이 더 매력적이라는 소리도 흘러다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 대통령 내외도 한 분은 의학적으로 수술을 해야만 했기에 할 수 없이 한거라지만 두 분 모두 쌍꺼풀이 없을 때가 더 낫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하지만 ‘예뻐지고 싶고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군들 없겠습니까. 그러니 성형으로 멋있어진다면야 남녀를 불문하고 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미녀는 괴로워’에선 성형한 여자를 무시하는 발언들이 많이 나옵니다. 저는 그렇게 성형한 여성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것에 대해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성형하는 건 학력을 사기 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성형하는 건 어쩌면 일종의 ‘노력’이라고 봅니다.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처럼 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영화에선 김아중이라는 82년생 여배우의 존재감이 두드러졌습니다. 김아중은 이 영화로 소위 ‘떴다’고 봅니다. 제 기억으론 대종상영화제인가에서 김아중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죠. 그때 일부에선 신인여우상을 줘야지 여우주연상이 웬 말이냐며 성토하는 소리도 있었다지만 제가 보기엔 주연상을 받을 만했습니다. 그때 나온 다른 경쟁 여배우들도 그만그만하니 도토리 키재기였으니까요. 김아중에게 운이 따랐던 거지요.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주진모도 연기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듯합니다. 얼핏 보면 장동건과 조금 비슷한 외모의 주진모는 지금까진 그렇게 호평받는 연기력이 있던 배우는 아니었는데 이 영화에선 시선을 끌었습니다. 뒤늦게 텔레비전을 통해 본 영화였지만 ‘미녀는 괴로워’가 흥행에 성공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고 봅니다. 김용화라는 신인감독은 ‘시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편승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얼핏 들으니까 여주인공 김아중과 결혼발표를 했다는군요. 김 감독, 명예와 부와 사랑까지 그야말로 ‘1석 3조’의 위업을 이뤘군요.^^ 야심한 시각까지 텔레비전 앞에 있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본 영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