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날리는 성지곡 수원지
동지와 성탄절 사이에 주말 이틀이 끼었다. 겨울 들어 처음 맞는 3일 연휴다. 오늘이 지나면 올해 주말도 한 쌍만 남는다. 감나무에 마지막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처럼 달달함을 주는 일요일도 단 하루만 남는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니 오늘 일요일은 조금은 부담감을 덜고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일요일이다.
사람 사는 세상, 가까이 멀리를 가리지 않고 좋은 일, 궂은 일이 끊이지 않는다. 피해 가고 싶은 불상사도 생기고, 누구나 겪어야 하는 운명적인 일도 생긴다. 반면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고 축하해 주는 경사도 생겨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기도 한다. 올해 한해 우리 가야지의 가족사를 되돌아 보아도 여러 경조사가 있었다. 자녀의 결혼이나 취업과 승진, 이사, 새로운 가족 탄생 등 경사가 난 회원님들에게는 기쁨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소원한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상이나 병환과 사고, 본인들의 병환이나 부상 등으로 슬픔과 어려움을 겪으셨거나 아직도 몸과 마음 고생을 하고 계신 회원님들의 빠른 회복과 쾌유를 빈다. 무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가장 좋은 약이 되어줄 것이다. 더불어 가야지 회원들도 인정을 보태 경조사를 겪은 회원님들을 축하하고 위로한다.
오늘도 한파가 꺾이지 않아 영하의 기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해가 뜨기 전 초읍고개를 넘어가는데 차내 온도가 영하 1도다. 그래도 어제와 그제에 비하면 한풀 꺾인 날씨다. 목요일 밤에는 기온이 영하 7.7도까지 내려가 주택에 사는 집의 수도가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마당 돌확에 고여 있던 물도 하얀 돌덩어리처럼 변해 햇살에 반짝인다. 성지곡의 수원지 아래 조정지도 동장군의 기습 공격에 백기를 들고 얼음 땡이 되었다. 평소 수원지 수면 위를 짝지어 유영하던 물오리들도 몇 마리밖에 보이지 않고 성지교 아래에서 사람들이 던져주는 건빵을 받아 먹던 잉어떼들도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그 수가 많이 줄었다. 물오리와 잉어들도 추위를 타는가 보다.
오늘 성지곡 일요 훈련에는 네 명의 회원(오궁, 꾸니, 달하니, 태암)이 나왔다. 나는 지각 출석하여 8시부터 9시까지 추자골-바람고개-초연중-공원 정문-추자골 코스를 달렸다. 학생회관 광장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내려오는 오궁 샘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추자골에 도착하니 양묘장 근처까지 다녀온 꾸니 샘이 땀이 밴 등을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오행약수터에서 반환하셨다는 달하니 샘은 눈길에 달리다 걷다를 하셨다고 한다. 토끼처럼 조심해서 내려오시느라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부상 없이 안전하게 운동을 하는 것이 대수이니 현명한 일이다.
식사는 셋이서 김밥집에서 순두부와 콩나물해장국을 먹었다. 어제는 가야지에서 세 분(풀코스 회장님, 꾸니 샘, 달하니 샘)이 멀리 부안까지 권태영 샘 모친 조문을 다녀오셨다. 왕복 8시간의 장거리 여정에 자정을 넘긴 1시경에 귀가하셨다고 한다. 문상길에 동행했던 두 분은 훈련팀장과 일요지기의 책임감에 부족했을 잠도 채우지 못하고 훈련장에 나와 역할을 완수하셨다. 낮 근무를 마치고 장거리 야간운전까지 도맡은 회장님은 결국 조기 기상을 하기 힘들어 훈련에 동참하지 못했다. 정오까지는 식음을 물리치고 잠자리를 지켜야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가야지를 대표하여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조문을 다녀오신 세 분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부음을 받은 가야지 회원들이 모두 알고 있듯이 오늘은 권태영 선생님의 모친(하명남 여사님) 발인이 있는 날이다. 모친이 나와는 진주하씨 종씨여서 집안 어른 한 분의 별세로 여겨져 더욱 애틋하다. 마지막 가시는 길, 가까이 다가가 큰절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가야지 회원들 모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슬픔이 크실 효자 동백섬님과 효부 동백꽃님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雪中托鉢
聖知洞天雪雰雰
港都釜山冬珍客
白楊出入十餘年
初戀心動逢瑞雪
楸子樹迎集結地
卓上三囊肩竝肩
主人脫衣上山去
吾山僧樣托鉢走
설중탁발
성지골에
눈발이 날린다.
항도 부산으로서는
귀한 겨울 손님이다.
백양산에 드나든 지
십여 년 만에
첫사랑 같이 마음 설레는
서설을 만났다.
추자나무가 반겨주는
집결지
탁자 위에 베낭 세 개
주인은 옷 벗어놓고
산으로 가고 없고
나도 님들을 쫒아 산승처럼
달리기 탁발에 나섰다.
첫댓글 올해 부산에 내린 첫눈을 백양산 숲속에서 맞이하였습니다. 하얗게 눈으로 뒤덮인 멋진 풍경에 마음이 설레고 좋았으나 내리막은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내려 왔습니다.
Merry Christmas~ 즐거운 성탄절 맞이하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