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는 이구아나
김명이
내 시는 진술이 고봉, 비유는 도달하기 먼 스카이크레인
비문이거나 작위적이거나 기 승 전 일맥 산통의 결
불안한 이구아나처럼 저를 숨기려는 보호색
꼬리 자르고 도망을 간다
흐릿해진 눈을 키우기 위해 배터리가 남아있을까
이 길 끝엔 악어 떼가 늪지대처럼 위장하고 있을까
다시 비명을 확인하는 검은 문의 아침
등선 칼날 비늘이 발끝까지 서있다
도망 나온 이구아나가 변색하지 않아도 좋을
숲 속 찾아 초록 나뭇잎이 되어버릴 때까지
쓴다
왕사탕을 찾아서
김명이
아닌데 아니네…… 아나콘다가 유리를 삼키는 시간
외출 포기하고 냉수 마시려다 냉장고에서 빈 지갑을 꺼낸다
칸마다 허술한 냉기를 채워뒀구나
사탕 한 봉지가 필요해
아 올해는 무슨 날에 사탕을 받지 못했어
앙증맞고 조잡해서 삼킬 수 없는 꼭 그 탓은 아닐 텐데
문득 취한 말은 그의 심장을 얼게 했을까
까먹는다
손에 하루를 쥐어주느라 두 발은 백 번쯤 부딪쳤다
발바닥은 축소된 인체며 우주와 통로라니
그래서 문득 내가 뱅글 돌았군
까먹었다
열 번 스무 번 건너뛰며 좀 더 세게 부딪혀
어제의 다람쥐가 아니야
동굴이 싫다고 폭풍 울음 터뜨렸잖아
까먹다니
같은 시간 달력의 다른 날짜, 마른 혀가 마른 입술 바른다
너의 유통 기일을 잊었구나
백 한 번 손바닥도 치고 노래를 부르면 연장될까
바스락 바스락
껍질만 남은 사탕
돌아가는 걸까
돌아오는 걸까
2024. 봄호 133 [시와시학]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