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5000대. 쌍용차가 예상하는 2022년 국내 대형 SUV 시장 규모다. 소형 SUV는 현재 14만4000대에서 2022년 14만8000대로, 준중형 SUV는 7만8000대에서 8만7000대로 늘어나고, 중형 SUV는 24만7000대에서 22만대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SUV의 현재 규모는 2만8000대다. 대형 SUV의 성장 폭이 가장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무리 절대 판매량이 아닌 성장 폭이라지만, 과연 대형 SUV가 이렇게 주목을 받을 수 있을까? SUV 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이다. 중형 이하는 이미 포화 상태며 완전 신차나 가지치기 모델들만 반짝 재미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함급, 그러니까 대형 SUV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내 출시는 미정이지만 현대·기아차가 새 대형 SUV 개발에 나선 배경에도 이런 시장 상황이 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쌍용차도 G4 렉스턴을 다듬었다. 부분변경은 아니고 연식변경이다. 그런데 상품성은 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최근 티볼리의 활약에 가려져 있지만 쌍용차에게 G4 렉스턴은 여전히 각별한 존재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기함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무쏘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정통성과 렉스턴 스포츠라는 국내 유일무이의 픽업을 모두 아우르고 있어서다.
이번 G4 렉스턴에 담긴 가장 큰 변화는 파워트레인이다. 엔진(2.2리터 디젤)과 변속기(7단 자동)는 이전과 같지만 SCR(선택적 촉매환원장치)을 추가해 새 환경기준(WLTP, 국제표준시험법)에 대응한 것이다. 업계에선 새 환경기준으로 인해 연비가 약 10~20퍼센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G4 렉스턴의 복합연비는 그대로다. 두바퀴굴림은 리터당 10.5킬로미터, 네바퀴굴림은 리터당 10.1킬로미터다. 최고출력(187마력)과 최대토크(42.8kg·m)는 물론, 고유의 안정적인 가속감각도 여전하다. 거대한 덩치가 믿기지 않을 만큼 가볍게 움직이며 회전수 상승에 비례해 힘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덕분에 운전이 쉽고 편하다.
눈에 띄는 변화는 대부분 실내에 집중돼 있다. 대시보드와 시트커버의 퀼팅 패턴과 기어 노브 디자인을 바꾸고 변속레버 커버, 도어 캐치, 송풍구 등의 마감 재질을 변경해 한결 고급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냈다. 1열 컵홀더를 새로 만들고(이제 스마트폰을 거치할 수 있다) 2열 팔걸이에 트레이도 추가했다.
편의장비도 개선했다. 외측 도어핸들의 잠금장치를 터치 센서로 바꿨다. 이제 손만 가져다 대면 문이 잠기거나 열린다. 아울러 운전석에서 조수석 시트의 위치를 조정하는 워크인 디바이스를 추가하고 시트 통풍 성능도 강화했다.
그런데 피부에 가장 크게 와닿는 변화는 이런 디테일 변화나 편의장비 개선이 아닌, 승차감이다. 이번 G4 렉스턴은 초기형에 비해 잔진동과 소음이 확연히 줄었다. 이젠 브랜드의 기함으로 내세워도 손색없을 수준이다. 쌍용차는 이를 위해 보디 마운트 재질 변경, 언더커버 적용 범위 확대 등의 세심한 튜닝을 진행했다. 선택과 집중, 의사 결정이 빠른 조직이라서 가능한 변화다. 몸집 큰 회사는 보통 연식변경에서 이런 세심함을 발휘하지 못한다.
작년 쌍용차는 라인업을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등 크게 세 개로 분류한 뒤, 각 차급을 별도의 브랜드처럼 운영하기 시작했다. 티볼리는 볼륨 확대, 코란도는 시장 확장, 렉스턴은 이미지 리딩의 역할을 맡는다. 쌍용차의 예상대로 국내 대형 SUV 시장이 수년 내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할지, 렉스턴이 그만큼의 성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쌍용차의 이미지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2019 SSANGYONG G4 REXTON
기본 가격 3448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RWD, 5인승, 5도어 SUV 엔진 직렬 4기통 2.2ℓ DOHC 디젤 터보, 187마력, 42.8kg·m 변속기 7단 자동 공차중량 2060kg 휠베이스 2865mm 길이×너비×높이4850×1960×1825mm 복합연비10.5km/ℓ CO₂ 배출량 186g/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