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는 이소룡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북한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레이는 가슴으로 하얀 택견도복에 걸방하나 더덩실 울러메고 수행자는 북한산의 고수를 찾아서
가볍고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고 녹음이 짙어가는 무더운 여름에 수행자는
무더움도 잊고 있는 모양이다
매화당랑권 윤호상사부님을 찾아서 또다시 산을 올랐다.
산!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한 산악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산에 가느냐고?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간다라고 대답하였다.
산!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 민족의 얼은 그렇게 그렇게 산맥을 따라 형성되었다.
산은 거대하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자연의 대 걸작품이다.
산은 우리에게 말없이 손짓을 하고 있다.
내품으로 찾아오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노라고
대자연의 품속에서 생활에 찌달리고 인간관계에 얽힌 복잡다단한 일들을 뒤로두고
자신의 품에 안기어 자장가를 청하라고 우리를 부르고 있는 것 같다.
말이 없으면서도 때로는 성난 사자처럼 울부짖는 산사태가 있고
모든 생명들을 포용하여 길러내는 인자함도 있고
지치고 지친 나그네들에게 땅을 벗삼아 하늘을 이불삼아 누워 쉴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한다.
일찌기 어느, 고승이 어디 간다 만다 말이 없이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제자들이 찾아보니 깊은 산속에서 땅을 방삼고 하늘을 이불삼아 팔을 베게삼아 입적해 있더라는 것이다.
생명을 주기도 하면서 생명을 자라게도 하면서 생명을 거두어도 주는 생명의 고향
그 산을 찾아 오늘도 수행자는 고수를 찾아 올랐다.
인자는 산을 찾고 지자는 물을 찾는다 했던가
한결같이 사부님들은 산에서 덕을 쌓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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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부님께로 사부님께로 가까이 가까이 다가갔다
꾸벅 절을 하고 "한 수 배우러 왔습니다"
라는 수행자의 요청에 "수련비가 비싼데' "제가 뭐 아는 것이 있습니까"
마음의 문을 열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그래 막걸리는 사왔는가 쥐포도
"그거 자네 먹고 운동하고 가" 매몰차게 보내버렸다.
하산!
스승으로 부터 다 배우고 합격한 하산이 아니라 문 밖에서 부터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하산할 수 밖에 없었다.
수행자는 하산하여 마음을 가다듬었다.
수행자는 가서 배우러 왔다면 흔쾌히 받아 주시겠지 쉽게 생각을 해버린 것이었다.
사부님은 수행자의 안일한 태도를 마음으로 뚫어보고 계셨던 것이었다.
아직도 마음을 비우지 못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께서 수행자보고 마음으로 정말 배우겠다는 태도를 갖고 오라
마음을 낮추고 비어 있는 마음으로 오라고 했던 것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요구한 것이 있었다
다시 찾았다
사부님은 반갑게 악수를 권했다 받아들이겠다는 승낙의 표시였다.
사부님은 제자와 대련을 허락하셨다.
대련의 결과를 놓고 수행자는 또 한번의 개우침을 얻는다.
아직고 자신의 마음에 오만의 장작깨비가 쪼개지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상대에게 이겨야겠다는 그 오만 말이다.
자신과의 싸움에 아직 패배하고 있었다.
아직도 마음이 비어 있지 않고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요했던 바다가 출렁 거리면서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들이 일어나 깨끗한 물이 오염되듯이
수행자의 마음이 흔들거렸다.
상대와의 대련에 그만 마음이 흔들렸던 것이다.
승부심! 승부심에 너무 긴장해버렸다.
지면 어떻고 이기면 어떻단 말인가?
왜 그렇게 승부 그 자체에 연연했을 까 하고 반성을 해본다.
그동안 걸어왔던 수행의 길이 이러한 것이란 말인가
자신이 타인과의 승부에 그렇게 연연했던가하고 반성하고 있었다.
정신이 몽롱하다
자신이 어떤 기술을 썼고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기억이 없다.
강한 승부욕그오 말미암아 평정심을 잃었다.
수행자는 더 깊어만 가는 회의감을 달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평정심을 잃지 않고 내 본연의 자세를 지킬 수 없을 까하고....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도 이소룡의 철학과 무예를 연구했음에도 그렇게도 여러 무술, 택견을 연마했는데도
그렇게도 여러 사부님들의 가르침을 받았는데도.......
왜 대련만 하면 평정심을 잃고 모든 것이 흩어러져 버리는가?
그 이유를 찾아야겠다. 이유를.....
수행자는 북한산에서의 체험으로 심기일전 하산하여 새로운 길을 떠났다.
지나왔던 그 길들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걸어서 걸어서 오대산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