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성전(聖殿)
성전은 하느님께 미사를 드리는 곳이다. 당연히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좋으리라. 제대는 하느님께서 현현하시고 현존하는 곳이며 신부가 미사를 집전하는 곳이다. 제대를 중심으로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오히려 신자들이 분심(分心)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제대 뒤쪽 중앙에 예수님의 십자가상 좌·우측에 성경의 성구를 내 거는 것보다 단조로운 것이 좋다고 한다.
미사 전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음향과 조명 장치이다. 음향에 울림이 있어 신자들이 복음 말씀과 강론을 듣고도 울림으로 잘 들리지 않아 이해할 수 없다면 음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또 조명 장치가 어두워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밝은 LED로 바꾸어야 한다. 무엇 하나 아름답게 꾸미는 일보다 우선해야 한다.
내가 속한 본당은 성전의 어느 자리에 앉아도 소리가 분명하고 똑똑하게 잘 들린다. 또 조명이 LED로 바꾸어 밝아서 성가집이나 성경 말씀을 눈살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다. 우리 본당에 전입하기 전의 성당에는 성전을 예쁘고 화려하게 잘 지었다. 그런데 울려서 좌·우측 가장자리나 뒤쪽에는 잘 들리지 않아 그것을 바로 잡는 일에 고심이 컸다. 가끔 그곳 미사에 참례하면 어느 정도 잘 들리기는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다.
일전에 본당 레지오 단체로 엠마오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최초로 레지오마리애가 도입된 발상지가 목포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했는데도 네 시간 이상 걸렸다. 그곳은 전남의 가톨릭 씨앗이 뿌리를 내려 싹이 트고 자란 광주대교구의 근원지였다. 성전은 목포 시내가 한눈에 내리다 보이는 산 정상에 터를 잡아 2020년에 새 성전이 건립되었고 교황님으로부터 준대성전의 명예로운 칭호를 받은 순교자 기념 성당이었다.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하여 제대, 좌석, 조명 등이 잘 갖추어져 있으며 요즘 보기 드문 장궤틀까지 갖추어져 완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옥에 티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음향 장치였다. 성전이 완공된 지 3년째인데 왜 음향을 바로 잡지 못했는지 의문이었다.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내 귀가 잘못인가 싶었는데 다들 그렇다고 했다.
가톨릭 전례에서 핵심이 공적인 경신례로 미사이다. 미사에서 말씀 전례의 복음 말씀과 강론이 핵이다. 해서 음향과 조명은 무엇보다 선명하고 밝아야 한다. 우리 본당의 음향에 익숙해서인지 다른 몇몇 성당에 가보면 성전은 우리보다 화려하지만, 음향시설은 우리보다 나은 곳이 없었다.
우리 성당은 겉보기는 수수하게 보이나 속은 알차다. 본당 공동체의 화합과 친교는 으뜸이다. 코로나 3년 동안에 제 단체에서 성전의 방역과 주변 환경은 철저하게 관리하여 왔다. 신부님과 신자들이 일치하여 서로 관심과 사랑,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우리 성당은 미사에 편안하게 전념할 수 있어 축복이고 은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