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경 67세 남자환자가 epigastric pain 으로 부인과 함께 ER 로 왔더군요.
이환자는 다짜고짜 지금 배가 아프니 buscopan 과 tridol 을 놓아달라고 겁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직업이 약사랍니다.
만감이 교차하더군요.평소에 동료들끼리 농담으로 신문기자, 공무원(제일 높으신분포함)약사들이병원에 온다면 다들 약국으로 보내서 약사들이 임의조제,대체조제한약 마음껏 먹게 해야한다고 얘기했었거든요. 하지만 막상 약사가 아프다고 병원에 찾아온 상황을 맞고나니 ,
생각같아서는 쫓아버리고 싶었지만 아프다는 사람을 두고서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더군요.V/S check 후 문진 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다른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진찰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다음은 대략의 대화내용입니다.
본인:" 환자분 아무리 많이 아프시더라도 진찰을 해보고 약이 필요하면 써야지 무턱대고 주사를 드릴 수는 없잖아요."
환자: "내가 약사인데 난 배아플때 buscopan 먹으면 잘 들어요"
본인: (순간 황당)
" 제가 진찰해보니 , 장음이많이 감소되어 있어서 buscopan 보다는 h2 blocker, antiacid 가 더 도움이 될것이고 또 환자분 나이를 감안하면 협심증일때도 심와부동통으로 통증이 올수 있으므로 심전도검사도 필요합니다."
환자: "그러면 그약이라도 빨리좀 줘봐요, 그런데 심전도는 2년전에 찍어봤더니 아무 이상도 없던데, 무슨 심전도요, 그런건 중요하지 않으니 빨리 진통제나 좀 놔줘요."( 다시한번 황당)
이래서 h2-blocker 와 almagel 을 투여한후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데 이 약사환자가 주사맞은지 5분도 채 안지나서 왜 이렇게 통증이 가라않지 않느냐며 고래 고래 난리 입니다.( 환자의 복부는 soft 했음)
약사와이프: " 이 병원에 바랄긴은 없나요. 그거 있으면 놔주세요"
(아니 마누라까지 나를 황당하게 하네...)
환자: "아니 이사람아(자기 와이프보고) 바랄긴은 부스코판과 같은약이야.
아니 그나저나 지금도 많이 아프니 염산페티딘(demerol) 이라도 어서 좀 놔줘요"
(꽈당! 아 그래서 약사들은 진경제라고 약설명서에 적혀있으면 그약이 anticholinergic 이든 sulpyrin 계열 이든
calcium channel blocker이든 한가지약으로 보고 마구 바꿔치기 해놓고도 자기가 잘못한 줄 모르는구나)
꾹 참고 한사람의 환자로 보고 최선을 다해서 치료하려고 했는데 인내심이 한계 에 이르더군요..
결국은 몇마디 해주려다가 상대하기가싫어져서 다른환자보면서 무시해버렸더니 조금있다가 집에가서 내가 약먹고 말겠다고 일어나더군요. 걸어가는 양상이 들어올때하고난 많이 호전된 양상이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