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과 '등'의 차이 ◈
우리의 고전문학 중에서 부동의 1위는 누가 뭐라해도 '춘향전' 이지요 이 춘향전에서 '변사또'는 호색한(好色漢)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어느날 변사또가 아전에게 영을 내렸지요 "오늘밤은 김씨와 이씨중에서 참한 기생을 골라 숙청을 들게 하라!!" 그래서 아전은 김씨와 이씨중에서 참한 기생을 골라 숙청을 들게 했어요 몇일이 지나자 변사또는 또 영을 내렸지요 이번에는 "김씨와 이씨 등 참한 기생을 골라 숙청을 들게하라" 했어요 그동안 김씨와 이씨는 모두 숙청을 들어 난감 했는데 김씨와 이씨 등이라 했으니 다른 성씨도 괜찮다는 뜻이 아닌가? 아전은 무릎을 탁 치며 박씨 진씨 배씨도 숙청을 들게 했지요 우리가 글을 쓸때 여러개를 열거하다 그다음이 생각나지 않을때 쓰는 말이 ‘기타 등등’이지요 기타(其他)는 그 밖의 다른 것, 등등(等等)은 그 밖의 것을 줄인 것을 뜻하니 기타 등등은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 이외의 것들을 의미하지요 중요도에서 밀렸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수도 있지만 어느 기타교실 학원장은 기타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이런 말을 했어요 “세상 모든 악기는 ‘기타’와 ‘기타 등등’으로 나뉜다.” 정말 멋스러운 말이 아닐수 없어요 그런데 법령(法令)에서의 이 ‘등’은 그렇게 만만한 존재가 아니지요 간혹 손오공의 요술방망이 처럼 대상을 마구 늘리는 마법을 부릴수도 있어요 2003년 금융 당국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것도 이‘등’을 활용한 것이었지요 당시 외환은행은 매각할수 있는 부실 금융기관이 아니었지만 금융 당국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시행령 예외 조항의 이 ‘등’에 기대서 외환은행을 매각 대상에 밀어 넣었어요 이 일로 인해 당시에는 확대 해석이란 논란이 일기도 했지요 그런데 지난 5월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처리를 위해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위장탈당하면서 까지 밀어 붙였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5월3일 국회를 통과했어요 4월 30일 먼저 가결된 검찰청법에 이어 형소법까지 통과하면서 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수완박'의 입법은 완료 되었지요 다수당의 힝포로 국회를 통과한 '검수완박'의 핵심 내용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지요 현행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대형참사 등 6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 행사 범위를 “경제‧부패 범죄 등”으로 축소한 것이지요 그러니까 검수완박법 중 하나인 개정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명시함으로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6개에서 2개로 못을 박아 버렸어요 이 법이 통과 됨으로 해서 검찰의 수사권이 완전 박탈 되었지요 그래서 이를 보고 검수완박(檢搜完剝:檢察 搜査權 完全 剝奪)이라 하는 거지요 그러자 검찰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한 상태이지요 그런데 민주당이 밀어붙여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등’을 넣어 수사 범위를 시행령(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한 것이지요 "등" 이라 ~~ 머리좋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뇌리에는 번개같은 '신의 한수'가 떠오른 것이지요 부패·경제범죄의 개념 정의 및 재분류를 규정한 제 2조 제1호 및 제2호가 핵심이었지요 법무부는 이 "등"을 활용해 원래 공직자 범죄였던 직무유기·직권남용 등을 부패 범죄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수사 범위를 넓혔어요 특히 공직자범죄로 규정된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선거범죄에 포함된 ‘매수 및 이해유도’ ‘기부행위’ 등을 부패범죄로 재분류해 사실상 공직·선거범죄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지요 방위사업 범죄 역시 경제분야에서 기술유출 등으로 초래한 범죄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을 경제범죄로 규정, 검찰수사 배제범위에서 제외 시켰어요 이밖에 마약·조직범죄·무고·위증 등 범죄에 대한 검찰의 폭넓은 수사권한도 가져왔지요 오히려 6대 범죄에 국한 되었던 검찰 수사권이 대폭 늘어나는 꼴이 되었어요 한동훈 법무장관은 “법안은 (중요 범죄 범위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재량권을 줬다”며 “(오히려) 중요 범죄를 최소한으로 규정했다”고 했지요 민주당이 통과시킨 검수완박 법 취지대로 했다는 것이지요 그러자 야권을 중심으로 “입법부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이에 대해 법무부는 “법 조항에 위배되지 않고, 법 체계에 부합하게 시행령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검수완박법 중 하나인 개정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돼 있는데 ‘부패 범죄, 경제 범죄’는 법률이 제시한 예시이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는 부분은 법률 하위 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는 게 법무부 설명이지요 그러면서 법무부는 ‘등’이라고 법률이 규정한 전례도 있다고 설명했어요 헌법 12조 5항에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는 그 이유와 일시 장소가 지체없이 통지되어야 한다’고 됐는데 하위 법령인 형사소송법 200조 6조, 209조에 통지 대상에 ‘변호인’이 포함된 점 등을 사례로 들었지요 그러니 민주당은 미치고 팔짝 뛸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애초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의 수사범위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으로 제한했어요 하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안은 ‘부패·경제범죄 등’으로 문구가 수정됐지요 2대 범죄로 제한하는 의미가 명확한 ‘중’ 표현 대신 해석 여하에 따라 확장 가능성이 충분한 ‘등’으로 고친 것이 검찰의 구원줄이 된 셈이지요 한 장관은 “검찰청법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중요범죄를 규정한다”며 “중요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정부가 대통령령으로 설정하도록 위임한다”고 강조했어요 이어 “헌법, 형사소송법 등에서도 이와 유사하게 규정하는데 예시적 열거와 함께 하위법령에 구체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흔하고 일반적”이라며 “개정 검찰청법에서도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서 중요 범죄의 구체적 범위를 정했다는 취지임이 분명하다”고 해석했지요 그는 “국회가 만든 법이 그런 것인데, 그 법률대로 하는 것을 시행령으로 무력화한다는 말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 것”이라며 “6대범죄 규정 당시 국회에서 밝힌 수정이유를 보면, ‘그 외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구체적인 타당성을 갖추게 한다’고 한다”고 지적했어요 결국 법률 해석상의 여지를 남겨둔 검찰청법이 이같은 대통령령 개정안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지요 누구 말이 맞는 걸까요? 법률가들은 대부분 법무부가 맞는다고 했어요 법 문언상 방점이 ‘중요 범죄를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에 있지 부패·경제범죄로 수사 대상을 한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또 입법자 의사와 다르더라도 법 문언이 명백하면 문언대로 해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어요 원래 이 조항은 법사위 통과 당시 ‘부패·경제범죄 중’이었는데 여야 협의 과정에서 ‘중’이 ‘등’으로 바뀌었다고 하지요 민주당이 ‘등의 마법’을 무시하다 큰코를 다친 셈이 됐어요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검찰 수사 대상을 상당 부분 원상 복구시키는 시행령을 입법예고 하였어요 법안에서 검찰 수사 대상을 공직자·선거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2대 범죄로 줄였는데 시행령에서 수사 범위를 늘린 것은 입법권 침해라는 것이지요 이런 논란이 생긴 것도 법안의 ‘등’ 자 때문이지요 그런데 민주당에도'등'의 의미를 정확하고 예리하게 바라보는 혜안을 가진의원이 있었어요 민주당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검수완박 입법 국면이던 지난 4월 28일 페이스북에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에 대해 ‘중’이라고 표현한 검수완박법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등’과 ‘중’은 의미가 크다. 무엇 중이라고 하면 무엇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하지만 무엇 등이라고 하면 무엇 말고도 다른 것도 정할수 있게 된다”고 했지요 민주당의 군계일학(群鷄一鶴)이 아닐수 없어요 사실 4월 검수완박 국면때 개정 검찰청법은 짧은 시간에 ‘등→중→등’의 문구 변화를 거쳤어요 민주당은 애초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돼 있었던 문구를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바꿨지요 이후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기존 문항인 ‘등’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자 이를 받아들였어요 ‘등’으로 된 검찰청법 문구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의결·공포했지요 이후 법무부가 ‘등’이라는 문구를 활용해 검찰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개정하자 법조계에선 “한 글자 때문에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역공을 당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요 법무부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구체화한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12일부터 29일까지 입법예고하고, 9월10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어요 민주당의 무리한 법안 통과로 인해 오히려 검찰의 수사권만 더욱 확대 되었지요 옛말에 미련하고 아둔한 자는 머리좋고 명석한 사람에게 못 당한다고 했어요 어리석고 아둔한 사람들에게 '등(等)'이 '등(背)'을 치고 말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