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 호랑나비의 사랑
[인생은 본래 꼭두각시놀음이다]
人生原是一傀儡 只要根체在手
(인생원시일괴뢰 지요근체재수)
一絲不亂 卷舒自由 行止在我
(일사불란 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철 便超出此場中矣
(일호불수타인제철 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본래 꼭두각시놀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근본을 잡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 줄도 헝클어짐이 없이
감고 푸는 것이 자유로워야
움직이고 멈추는 것이 나에게 있게 되어
털끝만큼도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이 놀이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채근담(菜根譚)>
[수수꽃다리]
글: 김승기
북한산 깊은 골짜기
꼭꼭 숨은 정향나무
누가 너의 씨를 훔쳐갔느냐
벌 나비 부르려고 터뜨린
그놈의 향기 때문에
어느새 도둑맞았구나
도둑맞은 씨앗
라일락으로 튀기 되어 돌아와
미군부대 기지촌 방석술집의 마담 언니처럼
요염한 자태로 진하게 화장하고
흐드러진 웃음 헤프게 팔고 있구나
잃어버린 게 어디 너의 씨뿐이랴
패랭이꽃이 카네이션 되었고
닭의장풀은 양달개비 되었으며,
참다래도 키위 되어 되돌아오고
제비꽃은 펜지로 돌아왔으니,
도둑맞은 게 한둘이어야지
사람들아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생각을 않으니
언제 또 무엇을 잃을지
마음 놓지 못하겠구나
이젠 버젓이 주인 행세까지 하며
무소불위로 온 누리를 활갯짓치는 라일락
그 위세 당당한 몸짓에
기죽은 수수꽃다리의 찡그린 얼굴
수줍은 웃음이 서글프다
수수꽃다리(Dilatata Lilac)
학 명 : Syringa dilatata NAKAI
꽃 말 : 젊은 날의 회상
원산지 : 한국 특산
이 명 : 조선정향, 넓은잎정향나무, 개똥나무,
[꽃이야기]
용담목 물푸레나무과의 낙엽관목
우리나라 황해도와 평안도 산지의 석회암지대에
높이 2m정도까지 자라는 낙엽성의 작은키나무
입니다. 주로 햇빛이 잘 들고 비옥한 곳에 잘
자라지만 건조하고 척박한 곳에서도 적응을 잘
하는 강인한 나무로서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특산식물입니다.
수수꽃다리 라는 이름은 나무의 꽃대가 수수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개회나무라고도 합니다.
중국에서는 꽃에 향기가 많이 있어 정향(丁香)이라
부르며, 영어로는 라일락(lilac), 프랑스어로는
리라(lilas)라고 합니다.
우리가 1960년대 즐겨 부르던 베사메 무초
(Besame mucho)의 가사에 나오는 ‘리라 꽃’은
바로 이 수수꽃다리 나무입니다.
학명은 시린가 딜라타타(Syringa dilatata)입니다.
속명 시린가는 작은 가지의 뜻을 강조하는
시린크스(syrinx)에서 유래하고, 종명 딜라타타는
‘흩어진’이라는 뜻으로 일본의 나카이(Nakai)가 붙인
이름입니다.
라일락은 식물학적으로 Syringa속 30여종의 식물을
일컫는 영명인 반면에 수수꽃다리는 라일락의 순순한
우리말 이름입니다. 라일락은 중세에 아랍이 스페인 및
북아프리카를 정복하면서 함께 들어가 15세기부터는
유럽에서 재배를 시작했고, 조선 말엽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원예용으로 퍼졌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수수꽃다리는 황해도와 평안도
에서 자라는 특산 식물입니다. 남한에서는 자생지를
찾아 볼 수 없지만, 해방 이전에 이미 이 나무의 좋은
점들이 알려지고 그래서 남쪽에 몇 그루 옮겨 심어
놓은 것이 이제 후손을 퍼트려 전국에 퍼져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산인 수수꽃다리가 미국으로 건너가
신품종으로 개발되어 세계 최고의 꽃나무가
되었습니다. 1917년 미국인 윌슨 씨가 이 나무를
금강산에서 채취하여 미국에서 3개의 개량 품종을
개발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그 후 1947년 미국인
미더(Meder) 교수가 북한산에 등산하였다가 이곳에
자생하는 개회나무를 채취하여 처음에는 그의 사무실
앞에 심었다가 꽃이 너무 아름다워 귀국할 때 종자를
가지고 돌아가 꽃 육종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품종이 라일락의 여왕으로
평가되는 “미스김 라일락”입니다.
미국과 영국 꽃시장에서 대단한 인기가 있으며,
한국으로도 역수입되고 있습니다.
미스김 라일락 이름 유래는 채취자와 한국에서 같이
근무하던 키가 작고 예쁜 미스 김을 닮았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꽃 봉우리가 처음에 맺을
때는 진 보라색이었다가 피어나면서 백옥 같은 하얀색이
나옵니다.
크기는 2∼3m 정도 자라며, 수피는 회색이고
어린 가지는 갈색 또는 붉은빛을 띤 회색입니다.
잎은 마주나고 넓은 달걀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털이 없습니다.
꽃은 4∼5월에 피고 연한 자주색이며 묵은
가지에서 자란 원추꽃차례에 달립니다. 꽃받침은
4개로 갈라지고 화관통은 길이 10∼15mm이며
끝이 4개로 갈라져서 옆으로 퍼집니다.
열매는 삭과로서 타원형이며 9월에 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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