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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많아도 돌봄 필요한데.." 발달장애인 부모들 속앓이만
by. 박의래입력 2020.03.0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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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특수학교·복지관도 휴관.."일 쉬고 돌보는 수밖에"
정부 지원책은 저연령층 자녀 부모 위주.."장애인, 최소한의 서비스는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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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사는 나모(54)씨는 고등학생인 아들이 뇌병변 발달장애를 겪고 있다. 방학 때는 보통 특수학교 돌봄교실에서 생활한다. 오후에는 거의 매일 활동보조사의 도움을 받아 재활치료도 다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학교 돌봄교실은 폐쇄됐다. 재활치료를 받는 센터도 문을 닫게 됐다. 뇌병변 장애아동은 사실상 24시간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 결국 나씨는 휴직하고 직접 아들을 돌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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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씨는 3일 "정부에서는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집에서 아이를 돌봐준다고 하지만 신청해도 돌봄 담당자와 바로 매칭이 안 돼 직접 아들을 돌보고 있다"며 "장애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일을 쉬면 생계비를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늘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이나 중증장애인의 부모들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자녀 돌봄이라는 짐을 떠안게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장애인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돌봄과 지원이 필요한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들이 이용하는 특수학교나 복지기관도 휴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맞춰 내놓은 주요 대책은 주로 저연령층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다. 나씨 아들처럼 나이가 제법 된 중증·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은 정책에서 소외되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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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지원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이 연기돼 자녀 돌봄이 필요해진 노동자에게 '가족 돌봄 휴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안내했다. 가족 돌봄 휴가란 노동자가 가족의 질병, 사고, 노령, 자녀 양육 등을 위해 연간 최대 10일의 휴가를 쓸 수 있는 제도다.
가족 돌봄 휴가는 무급이어서 휴가를 내면 생계가 어려워지는 가정은 이용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파급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에서 8세 이하 아동을 돌보려고 근로자가 부득이하게 가족 돌봄 휴가를 내면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이 제도 역시 저연령층 자녀를 둔 가정에만 해당한다. 나씨처럼 8세가 넘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이런 혜택에서조차 배제되는 셈이다.
대전에 사는 정모씨도 나씨와 사정이 비슷하다. 정씨의 아들은 20대 발달장애인이다. 지난해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평일이면 매일 발달장애인 복지관에 나가 직업교육 등을 받는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복지관이 휴관하면서 집에만 있게 됐고, 결국 정씨도 아들을 돌보려고 일을 쉬어야 했다.
정씨는 "잠깐이면 몰라도 아들을 온종일 혼자 집에 두자니 불안해 결국 일을 쉬게 됐다"며 "당장 생활비가 부족하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용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책국장은 "가족 돌봄 휴가 지원금 지급대상을 장애학생과 발달장애 성인 가족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며 "복지시설도 무조건 휴관하기보다는 코로나19를 예방하면서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서비스는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관련 지침을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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