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인어공주 실사영화판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흑인 캐스팅 및 진저 백인 등 인종 얘기도 나오고, 등장하는 해양 생물 캐릭터들이
사실적 묘사에 힘을 줘서 원작같은 역할을 수행 못 해 생긴 설정변화 등 여러 얘기가 있죠.
그런데..이번에 인어공주 실사판이 나오면서,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꾸준히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PC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재미가 없는 거다" 라고.
이 말은 PC 요소가 화두가 되는 것들 특히 대중의 평이 나쁘면 반드시 등장하는 상용구입니다.
물론 어떤 미디어든 소비자가 원하는 오락의 기능을 잘 수행하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니나
이 말을 하는 측의 의도중엔 PC 그 자체엔 문제가 없다는, 그들의 교조적인 일말의 자존심이 엿보인다는 거죠..
이런 말이 나오는 거야 "아무튼 PC가 문제다"라며 물어뜯는 단세포 생물들 또는 여기에
너무 매몰돼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이유로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한 용도 등도 있긴 하나 PC주의를
끝까지 긍정하기 위해서, 그 사상을 수용하고 긍정하는 자아를 보호하는 완충제로 쓴다 생각되더군요.
아무래도 이는 정치의 양극단화 때문 아닐 까 싶습니다. 사건의 동인으로 지목된 상황 속 자신들이
자유롭지 못함을 자각해도 이걸 순순히 인정할 순 없으니까 말을 흐리는 형태부터가 참 정치적인 레토릭이죠.
뭐 정치적 올바름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적인 말로 대응한다는 어찌보면 지극히 정상적이긴 하네요.
좀 과잉해석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만 "못 만들어서 그래."를 그저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엔 너무 자주 쓰이고,
이젠 지겹더군요..
저 개인적으론 정치적 올바름을 작품내에서 얼마만큼의 비중으로 집어 넣든 문제될 건 없다고 봅니다.
그건 그들의 창작의 자유고 그 상품을 소비할 소비자들이 있거나 또는 애시당초 수익성이 아니라 만드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 하면 뭔들 못 하겠어요.
문제는 최근들어 논란이 되는 것들 중 거대 상업영화, 주식회사들이 직접 만들거나 깊게 연관된 것들에서도
대중의 기호를 외면하고 작품의 수익성을 해치면서까지 내놓는다는 점입니다.
'좋은 상품을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고 사회 전체의 생산과 소비, 부의 증대에 기여한다'가 제가 대충 끄적여보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의 순기능입니다.
이 상품 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커질 수록 역할을 더 잘 수행할 거라는 기대와 성과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고요.
그런데 그 속에 정치적인 걸 딥하게 녹여내면 어쩌잔 건지.. 만들 때부터 특정 소비자만 노리고 만든 거면
문제가 없는데 그보다 훨씬 폭 넓은 대중을 타겟으로 하고서 본래 사전에 컷 돼야 합니다
돈을 벌어서 크게는 국가와 사회에, 작게는 주주나 임직원들에게 돌아갈 보상을 망치는 일이잖습니까.
지극히 시장경제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말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기업이 사회적 행동을 정치적으로도 할 수 있지 않느냐 할 거 같은데
사회적 기여를 할 꺼면 일단 돈을 벌면서 해야한다 봅니다. 기업이 돈도 못 벌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만
키우면 그건.. 바보에 더 가깝죠..
그리고 요즘 PC 요소들에 왜이리 갈 수록 시끄러워지냐 제게 묻는다면
우선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게 첫번째고,
그 수위가 이젠 대중의 임계점에 도달했다가 두번째입니다.
경제적 양극화는 길게 설명할 것 없습니다. 사람들, 구체적으로는 중산층 이하의 계층에서도
성장에 따른 소득과 자산의 증가를 체감하고 있는 호황이면 사람들은 물질과 심리 양면으로
여유가 커집니다.
그런데 이게 줄 수록 더 예민해지고..궁핍한 사람이라도 최후까지 자존심이나 신조는 지키려하는데,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처럼 내가 이해하는 바를 나 자신과 동격화하기에 여기에 흠을
내려는 사람은 불쾌할 수 밖에 없죠.
임계점은 최근 십수년 사이에 정치에서 왼쪽 편이 PC에 액셀을 쭉 밟아왔습니다.
거기다 시장을 주도한 빅테크들이 마침 또 우보단 좌에 더 가까운 사람이 많아 추진력까지
실릴 수 있었죠.
그런데 이게 정치 성향을 좌나 우로 뚜렷히 나타내지 않던 사람들, 일단 정치적으론 좌를 지지하긴 해도
개인적인 신념 차원에서 PC쪽 기세가 강해지는 것에 대해선 부정적인 사람들에까지 "이건 좀.." 하는
수위에 다다렀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면 처음 얘기한 "재미가 없어서" 라고 말하는 것들이 이러한 반응을 의식해 나오는 걸까도
싶어요. 그들도 이제 맞불로 강대강으로 대응하기엔 슬슬 힘에 부치는 걸 인식하고서 말입니다.
사족)
대뜸 이런 글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는,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인어공주 실사판 후기를
풀기 전 보여준 짧은 영상에서 어린 아이들의 말들이 계기가 됐습니다.
거기서 애들은 그림을 그리는 데 인어공주의 피부색을 무엇으로 하냐를 두고 (원작처럼 밝게
그리냐 또는 최근 개봉한 실사판처럼 어둡게 그리냐) 이 애들을 돌보는 듯한 어른이 피부색을
두고 애들의 의견을 묻자 아이들 특유의 활기찬 대답을 하더군요.
그런데 그 대답이 '자기는 밝은 색으로 그리지만 차별은 아니에요' 였습니다.
이걸보고 누구는 아이들이 벌써부터 똑똑하다도 있지만 저나이때부터 벌써 차별이란
단어를 쓰며 자체 검열하는 것을 보고 짠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저도 이쪽에 속합니다.
아이들이 급하게 차별은 아니에요 하며 대답하는 걸 보면 정말 순수하게 선악의 개념이
아니라 단순한 호오의 측면에서 저러는 것 뿐인데 저 어린이들이 이리 눈치보는 게 맞나 싶어요..
궁극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라고 그들은 이를 감내하거나 긍정적으로 해석하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