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4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사제 성화의 날)
-조재형 신부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성령강림 대축일 때입니다. 평화방송에서 성령의 은사를 뽑는 ‘어플’을 만들었습니다. 이름과 세례명을 입력하면 성령의 은사와 열매가 나오는 프로그램입니다. 저의 성령의 은사는 ‘지혜’였고, 성령의 열매는 ‘절제’였습니다. 사제인 저에게 꼭 필요한 은사와 열매였습니다. 솔로몬은 하느님께 건강과 장수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 옳고 그름을 식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의 청을 좋게 보셨습니다. 지혜를 주시고 덤으로 건강과 장수를 주셨습니다.
신학생 때 신부님들이 늘 강조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기도와 지식도 필요하지만 사제에게 필요한 덕목은 ‘판단력’이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판단을 위해서는 시대의 징표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급한 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친 적이 많습니다. 욕심 때문에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적도 많습니다. ‘절제’ 또한 제게 필요한 열매였습니다.
오늘은 예수성심 대축일이고, 사제 성화의 날입니다. 사제들은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 성화되어야 합니다. ‘사제 성화의 날’이면 기억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2002년 ‘사제 성화의 날’이었습니다. 지구장 신부님이 저에게 ‘사목 체험’을 나눠보라고 하였습니다. 사제들 앞에서 체험을 나누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선배 사제들은 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료 사제들은 저의 허물까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배 사제들에게 모범을 보일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지구장 신부님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고 본당에서의 경험을 나누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입니다.
저의 사목 체험은 교구 사목국에도 전해졌고, 사목국장 신부님이 함께 일해 보자고 찾아왔습니다. 저는 교구 사목국의 ‘교육담당 사제’로 3년을 일하였습니다. 주로 하는 일은 구역장/ 반장을 위한 월례연수를 기획하는 것이었습니다. 미리 강사 신부님들을 섭외하면 되었습니다. 다행히 큰 무리 없이 3년간 월례연수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보람 있었던 3년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잘 표현한 성가가 있습니다. ‘예수마음’입니다. 가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예수마음 겸손하신자여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열절케 하사 네 성심과 네 성심과 같게 하소서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잡아당기사 네 성심에 네 성심에 결합하소서. 내 마음을 내 마음을 차지하시와 네 성심에 네 성심에 보존하소서. 내 마음을 내 마음을 변화케 하사 네 성심과 네 성심과 바꿔 주소서.”
예수님의 마음은 아낌없이 주는 마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겸손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신분에서 겸손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시지만 목수의 아들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가난한 목동들이 아기 예수님과 함께하였습니다. 예수님은 권한과 능력에서 겸손하셨습니다. 자연을 다스리고, 아픈 사람을 치유해 주시고, 나병 환자를 깨끗하게 하시고, 중풍 병자를 일으켜 세우셨지만 그래서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으셨지만,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잘못한 이를 용서하심에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배반한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시고, 성령을 보내 주셨습니다. 침을 뱉고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고, 뺨을 때리며 모욕을 한 사람들을 용서하셨고, 하느님께도 용서해 주실 것을 청하시면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조건 없는 사랑으로, 원수까지도 품어주시는 사랑으로, 끝까지 믿어주시는 사랑으로, 고통과 수난까지 감수하시는 사랑으로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겸손함을 보여주셨습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하신 그 말씀을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과 하나 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과 결합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보호된다면, 우리들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으로 바뀐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그 겸손함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목마른 사람은 다 나에게 와서 마셔라.”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미주가톨릭평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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