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 않게 동숭무대 소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날씨가 추워서 기다리는게 힘들었지만, 극장 안에 들어가서는
무대와 가까운 객석을 보고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앞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연기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첫 작품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한 부부가 무한도전을 시청하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진짜 티비를 보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너무 잘하셔서 보는 나도 정말 재밌었다.
표정과 말투로 많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이와반대였다.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두 부부사이의 갈등은 심해진다.
형편 상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며 낙태를 하라는 남편...
내 뱃속에 한 생명이 있는데 남편이 이를 낳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만큼 힘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형편이 도저히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형편이기에..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부부의 상황에 나는 너무 가슴아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남편이 바나나를 먹고서 버럭 소리를 지르던 장면.
아 정말 깜짝 놀랐다.
두번째 작품은 코리안 드림.
불법체류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며칠 전, 원곡동에 살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 연극의 아픔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우리도 한 때는 미국의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을 했고, 독일의 간호사와 광부로 일했으며,
중동지역에서 건설업을 했다.
그때도 우리는 이방인의 취급을 받으며 극심한 차별 속에서 노동을 해왔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일을 하러 오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가 받았던 그 서러움과 아픔을 똑같이 그들에게 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법체류자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우리의 현실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앞자리에 앉은 덕분에 약간의 지루함을 많이 달랠 수 있었다. 특히나, 맹봉학 배우가
바로 내 얼굴 앞에서 나에게 이야기 할 때...
정말 가까이서 본 그 배우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자리가 불편해 힘든 감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배우와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세번째 작품은 푸줏간 여인.
아쉽게도 우리는 8시에 오레스테스를 보러 가야 했기에 10분의 쉬는 시간에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언뜻 무대를 보니 정말 재밌을 것 같아서 오레스테스를 포기하고 이걸 그냥 볼 까 하는
망설임도 많았지만.. 아쉬움을 뒤로 한채 우리는 아르코 극장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나도 그냥 볼걸..'하는 후회가 든다. ㅠ
첫댓글 하하! 산다는 건 매 순간 선택의 문제이지요. 그리고 언제나 옮은 선택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 결과에 만족하는 것도 삶의 지혜일 겁니다. 가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우리를 어떤 환상으로 이끌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