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 법률행위나 권리 사실을 공증인 앞에서 말하고 이를 공정증서로 증명하는 공증제도가 크게 바뀐다.
공증인가 법률사무소는 소송을 맡지 않고 오로지 공증업무만 담당하는 '공증전담변호사'를 1명 이상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자공증을 통해 공증인을 화상으로 대면하는 방법도 검토되고 있다. 또 공증서류는 전산망에 보관해 두고 자신과 관련 있는 공증서류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방안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11일 공증제도개선위원회(회장 장재형 인하대 로스쿨 교수)를 발족하고 이 같은 개선안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공증제도는 국민 스스로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예방적 사법' 기능을 하기 때문에 공증제도가 개선되면 법률 분쟁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개선안이 확정되면 사무장 등 비자격자에 의한 부실공증을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개선위는 먼저 인가공증인에 '공증전담변호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가공증인은 사람이 아닌 법무법인이나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 중 2명 이상의 공증변호사를 보유하고 법무부의 인가를 받은 로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공증인법 제1조의2, 제15조의3). 그 때문에 공증에 집중해야 할 변호사가 로펌 업무를 보조하는 일이 관행이 돼 공증의 핵심인 '직접 대면(對面)'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명공증인이 원칙적으로 공증 업무 외에 다른 공무(公務)나 소송 등의 영리활동을 할 수 없는 것과 대비된다(공증인법 제6조). '공증전담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면, 의뢰인과의 '직접 대면'에 집중할 공증 전담 인력이 생겨 공증업무가 충실해진다. 거꾸로 공증업무 비율이 낮은 사무소들은 공증전담변호사를 두기보다는 공증인가를 반납하게 돼 자연스럽게 공증업무가 숙련된 공증인에게 집중되고 공증인 수가 적정하게 정리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전자공증 통합관리 시스템' 도입도 논의 대상이다. 공증서류를 사이버공간에 모아두고 본인과 가족 등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쳐 필요한 공증서류를 검색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필요한 공증서류를 잃어버렸거나 찾지 못해 필요한 법률행위를 진행하지 못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공증인들 사이에서는 "유언공증을 하고 사망한 사람의 자녀가 아버지의 공증서류를 찾지 못해 유언 내용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공증인가사무소가 공증자격을 반납한 뒤 의뢰인의 공증서류를 다른 여러 공증사무소로 이관시켜 의뢰인들이 공증서류를 찾느라 겪었던 혼란도 없앨 수 있게 된다. 또 공증사무소들이 공증서류를 보관할 공간을 확보하느라 애먹는 일도 없어지게 된다. 현행 '공증 서류의 보존에 관한 규칙' 제5조는 공정증서 원본을 25년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어 공증사무소는 공증서류 보관 공간을 점점 넓혀야 했다.
의뢰인 직접대면 소홀함 없게 '공증 전담 변호사' 도입 검토
공증서류 사이버 공간에 보관… 전자공증 통합시스템도 논의
'직접 대면' 번거로움 없게 온라인 통한 '화상 공증'도 거론
공증서류 사이버 공간에 보관… 전자공증 통합시스템도 논의
'직접 대면' 번거로움 없게 온라인 통한 '화상 공증'도 거론
개선위는 공증과정의 필수 조건인 '직접 대면'을 '화상'으로 진행하는 화상공증도 검토할 예정이다. 의뢰인이 공증사무소를 직접 들르지 않고도 온라인을 통해 화상으로 공증인과 '대면'해 공증을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대면의 번거로움이 공증의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주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10년 8월 전자공증이 시행됐지만 전자공증사이트(enotary.moj.go.kr)에서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한 뒤 사무소를 찾아 공증인의 인증을 받아야 해서 "번거롭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위는 공인인증서 등을 통해 1차 신분확인을 한 뒤 화상으로 공증인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는 등 본인확인 절차를 통해 다른 사람에 의한 공증의 악용을 막고 대면절차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공증업계에선 "'전자공증 통합관리 시스템'이나 '화상공증'은 확실한 '보안'을 위한 관련 기술을 먼저 확보해야 하는 장기적 과제가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제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이고, 앞으로 수차례 논의를 거쳐 '공증인법' 개정안을 확정한 뒤 여론 수렴을 거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공증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부실공증을 없애고 공증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개선위는 TF에서 구상한 내용들을 구체화하고 개정안에 반영하기 위해 꾸려졌다. 개선위엔 대한공증인협회 임원 2명과 교수 2명, 법원행정처 추천 1명, 대한변협 추천 1명, 임명공증인 1명, 법무부 관계자 8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