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My Life 23
나의 제과제빵 인생

서울고 뉴스레터 10호(2017.11.09)
현도섭(서울고
45회, 43세) 빠띠쉐
1990년 서울고등학교시절, 난 졸업을 할 때까지도 사회에 나가 무엇을 하며 살지 진지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다. 결국 내 의지가 아닌 주변의 영향을 받아 대학교 때 전산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졸업 후에는 건설회사인 남광토건에 입사를 하였다.
아니나다를까
적성에 맞지 않아 곧 퇴사를 하고, 또다시 진로고민에 빠져 버렸다.
그때였다. 국내 유명제빵회사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친동생이 나에게 제과제빵 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내 인생은 전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당시 난 23살이었다.
학원에 다니며 외부세미나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우연히 본 동갑내기 프랑스 제과 기능장 (M.O.F)의 작업모습에 반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과제빵 일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학원을 졸업한 후, 압구정동에 있는 제과점에 취직을 하였고, 마침내 제과제빵 인으로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일은 상당히고 되고 힘들었지만, 멋 훗날 나의 매장을 갖겠다는 마음으로 웃으며 즐겁게 일했다. 제과점에서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중 나에게 도움과 자극을 준 것은 서울 국제제과제빵대회였다. 이 대회는 2년마다 열렸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샘솟았고, 공부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아마 일 욕심이 있는 기술인 이라면 경연대회의 매력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이러한 대회에 자극을 받아 계속 공부하였고, ‘고여있는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격언을 되뇌며 자기계발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마침내 2000년 5월 답십리동에 <몽마>라는 이름의 내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다. 나만의 간판을 달고, 내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현재까지 17년동안 운영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순대
빵에
숯
빵까지, 재래시장 돌며 아이디어 얻어
물론 중간에 시련도 있었다. 하루 12시간 넘게 제과제빵작업에 매달리다 보니 우물안개구리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시야를 넓히기 위한 방안을 찾던 중, 제빵제과대회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대회준비를 위해 처음에는 외국잡지에 나온 작품을 모방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던가?
모방작을 열심히 만들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나만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또 당시 재래시장을 틈틈이 둘러보며 아이디어를 얻곤 했는데, 덕분에 순대를 사먹다가 ‘순대 빵’을 개발해 대회본선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숯 빵’을 개발하여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당시 숯이 식용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때라 재료부적합으로
실격 당한 웃지 못할 사건이 그것이다. 최근 9월에는 처음으로 방송출연을 했다.
MBC플러스를 통해 ‘위키미키’라는 아이돌 그룹에게 샌드위치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는 방송이었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이돌 그룹의 팬들에게 나누어줬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아 내심 뿌듯했다.
현재는 작은 공장을 설립하여 HACCP(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준비하고 있고, 제조 이전도 준비하고 있다. 향후에는 주문생산을 통한 전문적인 납품업체로 발돋움할 계획 중이다. 제빵제과 업을 꿈꾸는 후배들이 있다면 이 한마디는 꼭 해주고 싶다.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정 하나하나에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인내가 필요합니다. ‘하나의 완성품을 위해 기다림을 즐길 줄 알아야 하는 것’이죠. 빵을 만들고 싶다면 꼭 기억해야 합니다.”
<수상경력>
2003년 제11회 서울 국제 빵과 경진대회 그랑가또 부문, 쵸콜릿 공예부문 심사위원장상 입상 그랑가또 부문 은상 동상 입상
2004년 전국 호두제품 경연대회 과자부문, 빵 부문, 건과 및 페스츄리 부문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