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엔 센터에서 수업을 마치고, 다음 주부터 3주간은
못 나온다고 이야기 했다. 마음같아서는 8월 한달 간 쉬고 싶은데
학생대비 교사들의 숫자가 부족하니, 사무장이 통사정을 했다.
중국 다녀온 뒤, 9만 9천원을 들고, 99여행도 갈 생각인데..
내 마음도 몰라주는 그들은 그저 센터의 입장에서 조르기만 한다.
4시 땡~ 하자마자 총알같이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걸었다.
- 찬다나~ 어디야?
- 선생님은 어딥니까? 저는 매트로 마트앞에 나와있어요.
오늘은 쉬는 날이라 나를 만나러 온 찬다나를 태우고, 텃밭으로 향했다.
밭에서 아삭고추 스무남은 개를 따서 가져가라고 건네주고는
옥곡마을에 있는 추어탕 집으로 가서 이른 저녁을 같이 먹었다.
찬다나가 사주는 밥을 얻어먹고, 스타벅스로 옮겨서 커피는 내가 샀다.
오늘 수업 중에 사용했던 자작품 플래시카드를 꺼내놓고 찬다나에게
물건의 이름 맞히기 놀이를 했다. ㄱ과 ㅋ, ㄷ과 ㅌ, ㅈ과 ㅊ 소리를
제대로 구별을 못했다. 오늘 센터에서 학생들도 찬다나처럼 그렇던데..
분명히 소리의 차이가 있는데, 하나같이 헷갈려하는 이유를 찬다나를
통해서 알게 됐다. 다름아니고, 모국에서 배울 때, 그 나라 선생님이
그둘의 소리의 차이가 없다고 가르쳤대나 뭐래나? 그래서 그랬구나..
뜯어 고칠려고 하니, 새로 가르치는 것 보다 더 힘이 들었다..
그 쯤에서 헤어지기로 하고 커피숍을 빠져나와 찬다나를 터미널에 내려주고
나는 이마트로 들어가서 일전에 봐놓은 28인치 슈트케이스를 사서 집으로 왔다.
나라한테 돈까지 받고도 후회없는 선택을 위해 한달 보름의 고민 끝에
오늘에야 겨우 샀다. 서면롯데, 동래롯데, 사상아울렛. 인터넷 서핑~
결국 첫눈에 마음에 든 그 물건을 산 셈이다. 바퀴 조용하고, 가격 착하고,
대중교통 이용시, 바퀴고정장치가 있고, 가볍고, 색상 무난하고..
나라 생각하면서 오래오래 잘 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