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未知數(미지수)/박재삼
저 나뭇잎이 뻗어가는 하늘은
千(천)날 萬(만)날 봐야
換腸(환장)할 듯이 푸르고
다시 보면
얼마나 적당한 높이로
살랑살랑 微風(미풍)을 거느리고
우리 눈에 와 닿는가.
와서는, 빛나는, 살아있는, 물방울 튕기는.
光明(광명)을 밑도 끝도 없이 찬란히 쏟아 놓는가.
이것을 나는
어릴 때부터 쉰이 넘는 지금까지
손에 잡힐 듯했지만
그러나 그 正體(정체)를 잘 모르고
가다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가운데
반쯤은 瞑想(명상)을 통하여 알 것도 같아라.
그러나 다시 눈을 뜨고 보면
또 다른 未知數(미지수)를 열며
나뭇잎은 그것이 아니라고
살랑살랑 고개를 젓누나.
===[박재삼 詩 100選, 박재삼문학관운영위원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반복되는 생활을 합니다.
새로운 하루가, 일주일, 한 달, 한해........
한해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어집니다.
우리는 이것을 세월이라 칭하기도하고 인생이라고도 합니다.
회사, 가족, 거창하게는 국가...
일이, 가족이 나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뒤돌아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문밖에 세워 두고 푸대접했습니다.
때로는 잊어버렸습니다.
아니 나 자신을 나에게서 버렸습니다.
업무상 외국인과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됩니다.
일주일쯤 지나면 "빨리빨리"가 무슨 말이냐고 질문합니다.
우리가 "빨리"라는 말을 많이 했다는 증거입니다.
나도 모르게 이 말을 하게 되면 두 손을 천천히 아래로 흔들면서
"Mr. Lee! Take it easy(천천히 해)"라고 합니다.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의 공통점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와 웃음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효과는 빨리빨리하는 우리와 천천히 한 외국인과 별로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무슨 이유인가?
그래서 2003년인가 2004년인가 김영월 작가의 "느림의 미학"이라는 서적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22년에는 한영임 작가의 "느려도 괜찮아"라는 서적을 구입하여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꽂이에 잠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한국명시낭송가협회의 단톡방에 한영임 시낭송가를 소개하여 동명이인이라 생각하였으나 동일인이었습니다.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늦음, 천천히, 여유, 그리고 나를 찾는 것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는 그날을 기다려 봅니다.
숨을 천천히 쉬면 수명이 길어진다고 합니다.
십장생 중에 하나인 거북이는 4시간에서 7시간정도에 한 번씩을 쉰다고 합니다.
들숨과 날숨을 천천히...
인도, 네팔 지역에서 발생한 종교는 요가, 명상 등 독특한 수행을 통해 진리에 이른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수많은 나뭇잎을 바람이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을 바라보시는 박재삼 시인님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주절주절 쓸데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분은
인내심, 여유, 느림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이라고
제 마음대로 생각하렵니다. ㅎㅎ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적토마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