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7주년 시론)-광화문 집회의 실패가 한국 교회의 민낯이다
제임스 레스턴 주니어(James Reston,Jr.)의 ‘루터의 요새(Luther’s Fortress)’는 우리 말로 ‘루터의 밧모섬(서미석 옮김, 이른비)’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이 책은 마르틴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피신하던 시기를 다룬 책이다. 이 시기는 루터가 보름스 제국회의 이후 교황청에 맞선 결과로 추방자 신세가 되어 처형의 위협을 받던 1521년부터 1522년까지 지속되었다. 루터에게 이 고립의 시간은 그에게 깊은 내적 성찰과 저술, 성경 번역의 시간을 주었으며, 종교개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책은 루터가 성으로 피신하게 된 배경과 당시의 정치적, 종교적 긴장을 다룬다. 루터는 보름스 제국회의에서 자신의 가르침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거부한 후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바르트부르크 성으로 은밀히 몸을 숨겼다. 성 안에서 루터는 기사(knight) 모습을 한 "융커 게오르그"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
레스턴은 루터가 이 기간 동안 겪은 내적 갈등을 탐구하며 그를 단순히 두려움 없이 개혁을 외치는 인물로 그리지 않고, 의심과 두려움, 고립감을 안고 있던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한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루터는 성에서 성경 신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일반 대중이 성경을 직접 읽을 수 있게 만들어 종교적 실천과 문맹율 해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루터의 밧모섬’은 종교개혁의 중요한 순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며, 루터의 경험이 지닌 개인적이고 신학적인 측면을 잘 전달한다. 신성 로마 제국, 가톨릭 교회, 신흥 개신교 운동 사이의 권력 다툼 등 역사적 배경을 상세하게 설명하여 이 시기가 왜 중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독교 역사 속에서 중요한 사건들은 때때로 강제적 고립의 상황에서 탄생했다. 이러한 경험들은 단순한 시련이 아니라 깊은 성찰과 변화의 계기가 되었다. 마르틴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보낸 시간과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 유폐된 시간을 연결해 살펴보면, 그들이 겪은 은둔이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큰 전환점을 만들어냈는지를 알 수 있다.
루터의 바르트부르크 경험은 단순히 자신을 숨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특별한 사역의 시간으로, 성경을 통해 영혼을 변화시키는 힘을 새롭게 깨닫게 한 시간이었다. 세상의 소란과 공격에서 벗어나 오직 말씀에 집중했던 그의 은둔은 종교개혁의 기반을 다진 순간이 되었다.
한국교회는10월 27일 종교개혁 주일에 200만 동원을 목표로 힘 자랑에 나섰다가 저물어 가는 교세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주최측 추산 110만 경찰 추산 23만명이었다고 한다. 반정부 집회의 경우 경찰추산은 턱없이 인원을 축소하는 법인데 이번 경우 경찰 추산마저 부풀려 졌다는 목격자 또는 뉴스 시청자들의 의견이 많다.
그들의 힘자랑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가? 갈수록 약화되는 교세 약화를 그들의 문제에서 찾지 않고 애먼 성소수자, 인권 강조, 차별금지법, 외면받는 창조과학의 현실에서 찾았다. 이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도움을 종교개혁정신에서 찾지 않고 같이 소멸하고 있는 현정부에서 찾았다. 그들이 도와야할 ‘소수자’를 지지율 20%현정부와 동일시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무속 신앙이 현정부를 지탱하는 주요 ‘종교’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못하는 교회를 누가 신뢰하겠는가? 타종교 심지어 가톨릭까지도 악마화하는 그들이 갑자기 관대한 종교다원주의자라도 된 듯하다.
한국교회여! 힘을 갖고 싶은가?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 유폐되어 있었던 것처럼, 마르틴 루터가 바르트부르크 성에서 1년동안 침잠해 있었던 것처럼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라 은둔해서 침잠할 때다. 요한은 밧모섬에서 유폐되어 있는 동안 로마제국을 비판하고 역사의 미래를 바랄 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루터는 바르트 부르크 성에서 침묵과 격동의 1년을 보내는 동안 종교개혁의 당위성을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한국 교회가 죽음에 직면한 고통과 공포를 경험한 적이 있는가? 한국전쟁 당시 몇년 빼고 일제 강점기 부터 교회는 가시밭길이 아니라 꽃길을 걸어 왔다. 그러면서 무슨 대단한 위기에 처했다고 호들갑을 떠는가? 구약을 통채로 외울 정도의 실질 대통령이 권세를 잡고 있는 황금기가 아니던가!